친구가 남편을 떠나보냈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
그 분은 기어이 병마를 이기지못하셨던가보다.

병환의 발견이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도 이미 들었었기에
어쩌면 빨리 이별이 닥칠지 모른다는 예측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나 급히 친구가 혼자 남게될 줄은 몰랐었다.

친구는 얼마나 슬픔에 젖어있을까?
떠나신 분은 또 얼마나 안타깝게 하직을 하셨을까?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그 친구부부를 내가 속속들이 잘 안다고는 말 할 수 없다.
너무 오랜 세월 고국을 떠나 살아온 나로서는 그 친구도 학교 이후로 처음 만난 것이고
그 남편되시는 분이야  이번에 서울에서 처음 뵌 것이었지만
그 두 사람이 오랜 세월 서로 사랑하며 의좋게 살아온 부부였음은 단번에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이 나에게 베풀어준 순수한 호의는 참으로 신선하였으므로
내 머릿속 ‘좋은 추억들의 창고’ 에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게 되었는데
미처
답례를 할 사이도 없이 나는 그만 그 분을 다시는 뵐 수가  없게 되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던 날 저녁에
그 친구부부와 나는 세종문화회관 앞 식당에서 바삭바삭한 돈가스를 먹었다.

공연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둑한 주차장,
많은 자동차들 사이로 부슬 부슬 빗방울은 네온불빛에 번득이고
나란히 서있던 그 부부의 검은 실루엣은 흑백사진처럼 운치있게 보였었다.

그 날 이후, 나는 그녀를 더 이상 만나지못하고 브라질로 돌아왔다.
그 날 밤,  검은 자동차앞에 서있던 그녀의 남편은
다섯달이 채 못되는 짧은 투병기간을 엊그제 마감한 것이다.

친구야.  얼마나 슬프니?   네 우는 모습이 눈에 어리는듯 하구나.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어쩌겠니?
이럴 때 우리는 무력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부디 하루 빨리 슬픔을 수습하고 의연하게 다시 본연의 모습이 되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한치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
무어라고 약속은 못하겠지만 다시 만날때까지 잘 지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