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고간 영희가 해명한다

전에 미선이가 내가 보낸 책을 받고 ‘아낌없이 주고 간 벗’ 운운 했을때부터
나는 켕기기 시작했는데
굳이 해명하기도 웃으워서 가만히 ‘세월이 약’ 이라고 입 다물고 있었는데
오늘 동희가 또 ‘아낌없이....’  를 들추어내니
양심상 해명을 아니할 수가 없겠어서.....리 .........

미선아,   모서리에 내 이름이 커다랗게 쓰여있고
안에도 페이지 곳곳에 노란 수성펜자국이 있는 그 더러운(?) 책이
내 손안에 있던 마지막 책은 아니야.

말하자면 나는 내가 브라질에 가지고 올 책은 이미 잘 아껴서 따로 관리했다는 뜻이야.

어떻게 된거냐하면
내가 책을 이리 저리 주다보니 나도 책 선물을 곧 많이 받게 되었단다.
내가 산 책들도 좀 있고
그러다보니 무게에 부피에 도저히 비행기로 들고 올 수가 없어서
책만 따로 20 kg  선편으로 부쳤어.

그게 언제냐하면 4월 며칠에 떠날줄알고 그 전에 부쳤었지.
그 20 kg 안에 ‘산치아고’ 책이 다섯권 들어있단다.

그래서 막상 내가 떠날 즈음에는 내 손에 남아있던 마지막 책이 그것이었어.
그 책은 (에잇!  이왕 이실직고 하는김에 다 하자!)
사실은 곽경래에게 주고싶었는데  (너는 벌써 읽어봤잖아?)
보다시피 책이 더러워서 (?)  경래에게 주지 못하고
너야 그래도 이무로우니까  
없느니보다 (없어졌다고 징징거리기보다)  낫지싶어서 너에게 부쳤던거란다.

경래에게는 줄 것이 없어서 중앙역 비디오 테잎을 보냈지.  (받았어? 경래?)

그 책이 왜 그렇게 지저분한가하면
창희가 매일 전화할 때
창희의 의견하고는 맞지않지만  그래도 혹시 어느 날
정식으로 다시 출판할 기회가 된다면 ???   하는 야무진(?)  생각에
미리 여기 저기 손 좀 보느라고 그렇게 된 거란다.

아는지 모르지만
그 책은 쓰기는 내가 썼지만  책으로 나오게 된 결정적인 역할은 암이가 다 했거든.
분량이 많아서 암이가  긴 칼 들고 여기 저기 쳐내고 넘겼는데
암이도 너무 바빠서 교정 한번 못 보고 나오게 되었다는거야.

암이가 얼마나 요령있게 잘라냈는지 다 무리없이 좋았지만
그래도 몇군데 손보고싶어서 표시를 하느라고  노란색으로 밑줄을 치고 그랬던 거야.

그 책이 딴 책들과 섞일까봐 모서리에 크게 이름을 썼던 것이고....

재출판의 소망은 이미 가능성이 없는것같고
브라질에는 다섯권의 책이 도착할테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들고있던 그 노란책을
너한테 주고 온거야.

사연이 이렇게 시시한데 너희들이 너무 감명깊어하니 내가 얼마나 무안한지..........

그 책때문에 나도 여기서 고난이 많다.
“왜 나는 안 주느냐?”  고 시달림(?) 받고 삐진 사람 풀어줘야하고......hihi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