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라면을 끓일까,  오래전부터 의견이 분분하더니만
오늘 보니까  ‘인일 쩜 오알 쩜 케이알’  이라는 긴 이름의 라면이었다.
대문짝만한 라면 이름이 벽에 붙어있었으니 틀림없다.

어제 종일 내린 비로 깨끗이 청소가 된 싱그러운 대자연
푸른 들판 너울거리는 안성 어느 지점,
멋지고 운치있는 (집도 집주인도 그림도….)  소나무 갤러리에서
23명의 인일쩜들의 봄나들이가 있었다.

23명이었어.   그래서 뽑기 종이가 한장 모자랐던거야.
집에 와서 곰곰히 다시 헤아려보니 확실히 23명이야.

모처럼만에 좀 수준 높은 뽑기를 해 낸 나.
남모르게 가슴이 부풀었는데
짖꿎은 유성애때문에 자칫하면 도로 빼앗길 위기에 처해서
열과 성을 다하여 나의 뽑기선물을 사수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러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이 선물이 어디서 나왔는지 출처도 제대로 몰랐는데…….
도대체 누가 그 많은 선물을 갖고 온거야?
아마도 맨날 장날을 벌리고 산다는 이정기가 아니었을까?  맞지?

음식은 또 누구 누구가 그렇게도 많이 해온거야?
그 많은 맛난 것들을 조금이라도 남보다 더 많이 먹느라고
나는 또 한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니깐……..
아!
나는 왜 아직도 요런 수준일까?  
나중에 짙은 슬픔과 회환에 휩쌓였지만서도……

그 바람에 집주인 최예문의 그 유명한
그윽한 시낭송을 청한다는걸 고만 깜빡 잊어버렸다니깐…… ㅉ ㅉ    애석하도다.
그래도 또 다른 집주인 전원길화백의 고상한 그림설명을 들은것으로
그나마 우리 명품여고생들의 자존심은 아슬아슬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  hihihi

정열의 인일표는
수술한지 며칠안된 아무개,  아직도 비실비실 시원찮은 아무개까지
불원천리 달려온 것을 보면  결단코 증명이 되었으리라.

그 뿐아니라  천안으로부터 불현듯 출현한 깜찍한 박영미,
아뭇 소리 없었다가 짜잔!  나타난  신선한 김말숙,
거센 무리에 휩쓸려 덩달아 묻어 온 배정화,  ( 안 그런가? )
살포시 꽃잎 열리듯이 살짜기 얼굴을 내민 황우숙, 강명희, 황연희,

그리고,  오늘의 백미 (이런 표현 이 사람한테만 쓴다고 항의 들어올라?)
‘나 중병환자 아니야’  하고 거세게 정체를 드러낸 이형기.
이 새 얼굴들 (나에게는..)  과 더불어………….

이미 신선도는 좀 떨어지지만
아직도 패기만만, 생기발랄한 구면들은
만나자마자 에서부터 ‘바이 바이’  손 흔들며 헤어지는 순간까지
단 일분 일초도 낭비함이 없이
내내 행복하였다고 나는 힘주어 단언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