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리스도의 수난

이 영화는 너무나 참혹해서  
미국에서도 브라질에서도 이 영화보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뉴스도 있었다.

며칠 전 딸과 사위도 이 영화를 보고 얼마나 울었나 눈이 빨개서 돌아왔다.
“엄마는 보지 마세요.”   그 애들의 말이었다.
궁금은 하지만 정말 썩 보고싶지는 아니하였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보게 되었다.

이미 들은 말들이 많아서 짐작을 했기에  
나는 그럭저럭 울지않고 볼 수 있을 줄 생각했으나
손바닥에 못질을 하는 장면에서 그예 울음이 터져나왔다.

인간이 어쩌면 저리도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스도는 꼭 저렇게 참혹하게 돌아가셔야 했단 말인가.
우리의 죄의 모습이 바로 저토록 처참하단 말인가.

영화가 끝나고 밖에 나오는데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꼭 슬퍼서만도 아니고 무척 감동을 해서도 아니었다.

내 느낌은 한 마디로 말 할 수는 없지만 이러했다.
이 영화는 성경대로 만들어졌다.  
여기 보이는 장면 장면들은 사실이다.
우리가 세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영화는 자세히 묘사하였다.
어쩌면 기록영화라고도 할만하다.

그러나 나는 역시 저토록 세밀하게까지 상상하고 묵상하는게 싫다.

나는 약한 사람일까, 비겁한 사람일까.
너무 처참한것은 물론
너무 불쌍한 것, 너무 더러운것, 너무 가난한것등
모든 부정적인 면은 속속들이 들여다볼 용기도 마음도 없다.
오히려 덮어두고 고의적으로라도 옅게 흐리게 희석하고싶은게 내 마음이다.

이 영화가 영화로서 명화라고 할만큼 잘 만들어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님의 처참한 최후의 고통도 이렇게 상업적으로 부각을 시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영화지만 마치 피튀기는 참혹한 폭력영화를 본듯한 기분이었다.

반복되는 끔찍한 피투성이 몇 장면은 나는 두 눈을 가리고 보지 않았다.
그랬는데도 집으로 돌아오는동안 내내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