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을 연기할만큼 갑작스럽게 벌어진 용무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다.
남편이 다시 서울로 오게되었던 용무는 매우 유쾌한 것이었는데
같은 사안이
끝마무리까지 유쾌하게 매듭지어지지가 못하게 된 것이었다.

본인은 눈꼽만큼도 잘못한거 없으면서도
출발까지 연기하면서 서울에 남아서
남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일을 해결해야만 하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하기싫은 일을 해야하는 그에게
기분전환삼아 바다구경가자고 제안한 것은 나였다.
끔찍이도 바다를 좋아하는 그가 싫다고 할 리가 없다.

그래서 어제 아침에 우리는 바다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낙조도 보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오늘 저녁에 서울로 돌아왔다.

강남에서 내려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그는 그의 숙소로 갔다.
나는 나의 숙소로 왔다.
우리 둘 다 각자의 숙소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정말 우리가 가고싶은 곳은 우리들의 '정말 숙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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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에 돌아오면 어여쁜 애기가 있다.
컴을 켜면 나를 반기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다.
출발 연기가 나에게는 맘만 먹으면 희열이 될 수도 있다.

시무룩한 사람옆에서 희희낙락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좋은 에너지를 발전시켜서 (화력 발전소?)
풀기죽은 사람한테 송전을 시켜주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