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목요일이란다.   낮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 들어오니 딸이,
“엄마, 내일 어디 나갈 일 있으세요?”  하고 묻는다.
“으음?  글쎄..  내일이 목요일이니까……….”   하고 생각을 더듬노라니.
“참, 엄마두.  오늘이 목요일이야요.”   그런다.

벌써 오늘이 목요일이란다.  지금 오후 6시니 목요일도 다 지나갔다.  
그렇다면 내일 하루 지나고 토요일이구나.

나를 위하여 후배들이 마련해주겠다는 송별회날인데……….
그 날 나는 집안 식구들이 모이기로 되어있는데
저녁시간까지 함께 하게될런지 어떨지 몰라서
딱히 저녁에 딴 시간 약속을 하기가 사뭇 불안스럽다.

그 날은 또 부활성야이므로 성당이나 교회에 가야할 사람들도 많아서
우선 내가  기둥서방처럼 의지하는 영분이도 못 온댄다.
그 뿐인가,  인일 총동창회 이사회도 그 날 오후에 열리므로
나의 지주요 배경인 광선이도 못 온댄다.

영분이와 광선이야 어려서부터 하도 많이 봐서 한번쯤 덜 봐도 괜찮다쳐도
고대 고대하던 명선씨도 못 온다지……..
내 사랑 쉬리도 바다건너에서 아프다지…….
매력발산기 광야도 딴 일이 있어서 못 온다지……..

이녹!  아무래도 택일이 잘못된듯 싶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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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지.   택일을 아주 잘 한듯싶으네.

내가 수시로 변하는 못 믿을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미 이실직고를 했으니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
택일 잘 했다고 금세 생각이 변한 이유는 이렇다네.

이 홈피에서 여러 사람들이 나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해주고  지나치게 사랑해주는 것이 사실 나는 좀 겁이 나거든.
왜냐하면 사실이 아니기때문에 언제라도 나의 실상이 드러나고 말 일이 두려운거야.
그래서 자주 만나면 만날수록 양파 껍질이 벗겨지는 것이 두려운데

이 송별회만 무사히 마치고 싸~악~ 떠나면 그래도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가겠구나하고  조마조마했거든.
그런데 이렇게되면 아예 송별회 하지말고
나의 이미지에 조금의 손실도 입히지 아니하고
가만히, 조용히, 말없이 갈 수 있다면 더 더욱 좋은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팍!!!!!!!!!!  떠올랐다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이녹에게 택일 잘 했다고 큰 치하해주고
토요일의 송별회를 살그머니 펑크내기로 결심을 했다는 이야기.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좋겠어.  Hihi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