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강씨의 누님께서 만강씨와 나와 더불어 셋이서 ‘태극기 휘날리며’ 를 보러가자고 하신다.
“좋지요.”  전화를 끊고 약속장소로 가는데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거리는 완연한 봄이었다.

노란 개나리와 그와 완전 대비가 되는 진분홍 진달래꽃이 곳곳에 활짝 피어있었다.
군데 군데 하얗게 눈꽃처럼 피어난 것은 매화인가?
커다란 팝콘처럼 탐스럽게 온 나무 하나 가득 매달린 흰 꽃은 백목련이겠지?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이 압구정에서 강북으로 넘어오면서  한강을 지나는데
문득 바라보니 옥수동 즐비한 아파트옆 얕으막한 산이 온통 노랑 일색이었다.
“언제 저렇게 피어났을까?”

온 산을 뒤덮은 노란 개나리.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렸다.
얼마만에 보는 개나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을까?

가만히 따져보니 정말 수십년만에 보는 개나리와 진달래이다.
이민 간지 만 26년이 넘었다.    
그동안 내가 한국에 온 것은 세번뿐.  이번이 세번째이다.
먼저 두번은 다 한여름에 왔다가 한달만에 갔으니 개나리 당연히 못 봤지.

이번에도 초여름에 왔으니 석달만에 갈 줄 알았던 그 당시에는 개나리생각은 하지도 않았었지.
“내가 개나리를 보고 있구나.”  
이 사실이 참으로 감개무량하였다.

이 꽃이 지기전에 봄나들이 한번 가야지………….

아직 못 가본 서울대공원엘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