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이상한 일들이 더러 생긴다.

이상하다고해서 갑자기 내 몸에 뿔이 생겼다던가 꼬리가 생겼다던가
그런건 아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그야말로 한번 상상도 안 해본 일들이 문득 생기는 수가 있다.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 든다.
우리부부는 8년만에 고국에 왔는데
3개월 머물다 돌아갈 예정이었다.

초여름에 왔으니까
하얀 눈은커녕 단풍구경조차도 꿈도 안 꾸었었는데
3개월이 6개월 되고
남편은 설악산 단풍구경까지하고 6개월만에 돌아갔지만
나는
6개월이 9개월이 되어 첫눈, 두번째눈 다보고
오늘 몇번째인가 또 이 아름다운 ‘눈 내리는 풍경’ 을 보고있다.

고즈녁하고 따스한 집안에서
널따란 창을 통하여
잿빛 하늘 어디서부터인지 솔솔 내리는 눈꽃들이
창밖 소나무 가지위에 하얀 함박꽃으로 쌓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같은 이 광경을 혼자서 바라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당키어려운 신비함을 느낀다.

눈이 와서 이상하다는 건 아니다.
브라질 집으로 돌아갔던 남편이 부득이
다시 서울에 와야 할 일이 생긴게 이상하다는 얘기다.

그 바람에 나는 9개월이 10개월이 넘게 되었다.
어째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지……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나는 상 파울로 내집에 있어야하는건데…….

덤같이 문득 거저 생긴 이 40여일에 대한 의미가 무엇일까.
이 40 여일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무언가 꼭 내가 해야할, 혹은 했어야 하는 일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확대해석’ 인지는 몰라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