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업한 비싼 식당에 처음 갔을때 우리 큰올케가 말했다.
“이런 데 왔을 때는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건데…..”
자기는 웃지도 않고 남을 웃기는 그녀의 말에 온 식구가 까르르 웃었었다.

남에게 ‘으쓱’ 보이고싶은 심정.
“나도 이 비싼 식당에 밥 먹으러 왔단 말이야.”

이 심리는 꼭 오만도 교만도 아닌 것같다.  
그냥 어린애같은 단순, 순진한 마음,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는 마음아닐까?
그러기에 우리 식구들은 왜 그러냐고 아무도 묻지도않고 모두들 단번에 다 알아듣고 까르르 웃었겠지.

이건 십여년전에 브라질에서 있었던 일이고……..

어제 서울에서 내가 느낀 ‘으쓱’ 심리 한가지를 아무래도 얘기하고싶다.

세종문화회관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을 하는데
전야제로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다고한다.

운 좋은 나, 친구가 초대를 해 주어 가게 되었다.
멋도 모르고 덜렁덜렁 가서 봤더니  “세상에나……..”  
입장권에 250.000원이라고 쓰여있다.

“이게 값이라구?”  눈이 휘둥그레진 나의 질문.
“그렇대.”   친구의 대답.
“참 돈들도 많지.  돈내고 온다면 나도 못 오지.”  그녀가 덧붙이는 말.

그 친구는 어찌어찌한 경로를 통하여 어찌어찌해서 표 두장을 구했다는 것이다.  
그 귀한 표를 먼데서 온 나에게 주는 것이다.
“야아!   내가 뽑혔구나.  영광이다.”
정말 뽑혀서 구경 온 기분이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나는 처음 와 보는거지, 물론.
으리으리하고 빨간 융단 쫘악 깔려있고  좌석공간 넉넉하고 등받이에 비행기처럼 모니터까지 설치되어있고……흠흠흠…..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야 되는건데……”
“아는 사람?”   영문을 모르는 친구가 나를 돌아다본다.

26년동안을 서울 반대편 딴 세상에서 살다 온 내가 이런 공연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그건 고만두고 남대문시장에서도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대원식당에서도 나는 아는 사람 절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어제 세종…대극장에서 나는 아는 사람을 네명이나 만났다.

정말이냐구?  
그럼 정말이구말구……..

누구를 만났느냐구?
흠흠흠.   말해 줄께.

정명화,  앙드레 김,  도올 김용옥,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노무현대통령도 만났다네요.

천명이 들어간다는 대극장이 만석이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몽땅
그야말로 ‘상류사회’ 들인가부다.
이런 공연 구경 안 가면 할 말 없어 큰일 날 사람들인가부다.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왔던가부다.

공연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틈에서 내가 조금만 더 머물러 서 있었다면
나는 ‘아는 사람들’  더 많이 만났을것이 틀림없다.

아는 사람을 만나서 자랑하고싶은 치기어린 마음.
나는 아는 사람을 만나긴 만났지만
그들이 나를 모르는 관계로 자랑이 안 되기에
여기 와서 자랑하려고 이렇게 떠벌이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얼떨떨하고  
대한민국이 이토록 부자인가 다시금 놀라고
그 많은 인파가 다 음악을 그토록 사랑하는가 또 놀라며
이런 인생, 이런 세상도 같은 하늘아래 있구나 생각된다.

우리 좌석은 S 석이라 그 값이지 (2층 구석이었다)
R 석은 340.000 원 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