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실아!
그러지 않아도 사진을 받았을까 궁금했는데 오늘 사진 받았다는 네 편지 받았다.
무엇보다도 네가 건강하다니 다행이다.
사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사는 게 별건가"하는 사람들이다.
이 세상이 고해라고 법정 스님도 말씀하셨는데 말이다.
'누구든지 이 세상에 나온 사람은 남들이 넘겨볼 수 없는 짐을 지고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말씀하신 법정스님의 말씀이 참 위로가 된다.
사는 것이 별거가 아니라니 무슨 말인지
내 이만큼 살아보니 세상은 어느 것 하나도 참 만만치가 않더라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남을 배려하고 기타 등등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고
외로움을 못 느끼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그건 무디기 때문이라고 법정스님도 말씀 하셨다.
네가 여기에는 자주 들어온다는 걸 알고 급한 김에 여기다 소식 전한다.
네가 한국에 왔을 때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사진 빨리 보내지 못해서 미안하다.
변명같지만 내 생각에는 네게 필요한 걸 무얼 좀 보내려다 그렇게 늦어졌단다.
늘 생각만하고 실천을 못한다.
미국에도 여동생이 보고 싶어해서 가기는 가야할텐데 18시간씩 비행기를 탈 자신이 없다.
망설이기만 하는 내 성격에 그래도 용케 학교는 사표를 내고 집도 새로 이사한 건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정실아!
우리의 오랜 인연이 나중에는 자주 보며 살게 될까?
그때는 그때고 네가 언제나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
인간이 어찌 우울하지 않은 순간이 없겠냐만 그래도 혹시 우울한 일이 생기더라도
금방 우울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정실아!
네가 답장을 못해도 이 글을 읽었다고 생각할게
잘 있어
추신 : 오늘 아침 네 전화에서 내가 보낸 편지 못 보았다고 해서 다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