鄕 愁


자르고 쪄 말린 고른 나무로 짜 맞춘
동화 속 통나무 집

창가마다 가지런한
빨간 제라늄 화분을
살짝 가리는 쉬폰 커텐 자락

마당에 떨어진 붉은 사과나무 알갱이와
끝까지 자라난 자작나무 이파리들

옥색 호수가 보이는 앞마당에
평화롭게 흐트러진 장난감들



아 , 나는
매일 바게뜨 빵에 따끈한 감자와 연어를 곁들여 먹는,
뼈골 빠지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이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까?



어느덧 기차로 버스로 배로----
꿈같은 날들은 흘러가지만
차츰  
어둔 밤 어슴푸레한 가로등 길 걸으며

남은 날을 아쉬워하기보다
김치를 그리며 사발면을 그리며
그리고----
가족의 따스함을 그리며 돌아갈 날을 꼽아본다.



아, 이제
동화 속 주인공보다
차라리
내 나라의 억척스런 ‘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 2002년 9월 북유럽연수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