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나

                                                이 은 미

하하-  웃는 내 목소리에
정갈한 순수함 대신
적당한 타협과 체념의
기름기가 배어 있음에
흠칫 놀란다.

펑퍼짐해진 몸집에
균형을 이루는 조화로움인가.  


안달과 조바심 대신
슬픔과 쓰라림도
투명하게 맞을 수 있는
불혹(不惑)의 언저리에 있지만
뜨거운 열정과 과묵한 예리함은
아직 내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데.

여유롭게  많이 가진 건 없지만
가파르게 올라온
까마득히 보이는  
삶의 계단을 뒤로하고
이제는
서둘지 않는 마음으로
헛딛지 않는 걸음으로
천천히 계속
  오르고 싶은데.            
                                                   ( 9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