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안녕!
교실 앞에 흐드러지게 핀 목련이 비바람에 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쓸쓸하구나.
이곳 교동의 봄은 아직도 저 멀리 있는 것 같아.
몇 일 전에는 비와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10시까지 하는 자율학습도 8시에 중단을 했단다. 섬의 바람은 역시 세더구나.
그날 하루는 배가 전혀 운행을 못할 정도였어.
어제는 저녁식사 시간을 이용하여 학교 뒤에 있는 화개산엘 올라갔었어. 약수터를 지나가는데 양쪽 길가에 냉이, 돌나물, 쑥이 쑥대밭을 이루고 있고, 그 틈사이로 노란색, 보라색, 흰색의 야생화가 고개를 삐죽이 내밀며 나를 반기더구나.
이곳에서 4월은 고추장만 있으면 산에 있는 모든 나물을 반찬삼아 먹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나물이 많단다. 바로 이런 것, 즉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사는 것이 바로 well being이 아닐까?
정상에서 바라본 산 중턱의 나무들의 색깔은 봄인데도 갈색 옷을 입고 그 옆에는 분홍색으로 활짝 핀 진달래가 다정스럽게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단다. 도심에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행복감, 자유로움을 느꼈단다.
학생들이 날 보며 교동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중, 고학생들과 특히 우리반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도 즐겁게 생활하며 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단다.
우리 반은 여학생 9명, 남학생 13명으로 총인원 22명이야. 숫자로는 남학생들이 많은데도 오히려 소극적이고 여학생들이 더 명랑하고 활발하단다. 아마도 여학생의 기에 Power에 눌린 것은 아닌지...
애들아!
처음에는 걱정도 되고 정말 가야되는것인가도 고민을 많이 했단다. 하지만 적응해서 살다보니 나름대로의 재미와 기쁨이 있더구나. 너무 길면 안되겠지만...
경옥이, 혜경이, 명구 등등 30주년 행사를 위해 애쓰는 친구들아. 화이팅!!!
마음은 항상 같이 있단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