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세요? 모두들 잘 계시지요?
저는 바쁘다는 구실로 그 동안 잘 드나들지 못하고 생계 형 눈팅 만, 그것도
아주 가끔 했답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 가고 있지요.

얼마 전에 저희 동기 홈피에서 읽은 글 속에 우리 NyongJa 소녀님의 아드님
혼사가 언급 되었던 것 같아요.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네요.
진심으로 축하 드리오며 신식 며느리는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요.
바다와 같이 이해심이 넓고, 친딸처럼 생각하는 희생 정신으로 똘똘 뭉친 우리의
21세기 시 어머니 그 자체이신 NyongJa 소녀의 심성을 헤아려 보면 사돈 어른
어느 분인지 복도 많으시네요.

흠… 을유년 음력 사월 열 나흘 미시에 혼례를 올리신다. 흠… 신랑, 신부의
생년 월 일을  알았더라면 공짜 사주, 궁합 봐 드릴 수도 있었는데… 흠…
그 날은 우리네 24 절기의 하나인 소만이네요. 제가 있는 이 곳 충북 진천은
모내기가 한창 시작되고, 씀바귀가 뻗어 오르고, 곧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한 2 주 이내에는 보리가 익는 답니다.

하여튼 그나 저나 지금이야 아드님 장가 보내시느라 준비에 몸과 마음이
바쁘셔서 하루가 너무 짧고 안타까우시겠지만, 이제 곧 독수 공방 하여야 되는
우리 NyongJa 소녀님의 외로움은 누가 달래줄꼬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네요.
그래서 제가 제일로 좋아하는 명월이의 시조 한 수로 소녀를 달랠까 하옵니다.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르더냐.
            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타야
            보내고 그리는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


누군가 해석을 해 놓았는데요 통하도록 풀어 쓰면


            아하! 내가 한 일이여, 그리워질 줄 몰랐더냐
            있어 달라 했던들 갔으랴만 내 구태여
            보내고 그리워하는 정(情)은 나도 몰라 하노라.


이 시조는 고려가요 '가시리', '서경별곡'과 현대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이어주는 이별시의 대표작으로 평가되지요. 여인네의 자존심과 정 사이에서 겪는
오묘한 심리적 갈등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지요. 처음에는 우선 자탄으로
시작하다 귀여운 아드님이 장가가고 나면 그리워할 줄 뻔히 알면서도,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잡지 못하였던 자신을 원망하는 딱 어울리는 옛 선조의 글 이지요.
가지 말라고 하소연하면 혹시 떠나지 않을지 모르나, 구태여 보내놓고 왜 마음 속
깊이 이다지도 그리워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알 수 없구나 하고 말 입니다.

사랑하면서도 이별하는 연인들 보다, 혼례를 앞두고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 하는
자식과 부모의 정이 이다지도 애틋한데 그러한 마음을 이 시조만큼 딱 맞게
묘사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사료 됩니다.  여기서 이 시조의 표현상 묘미는
가운데 중장의 '제 구타야'의 행간(行間) 걸침이지요. 일반적으로 시조는 대개
운율 뿐 만이 아니라 의미의 단위가 장 별로 이루어진다는데요,

문맥상 '제 구타야'는 끝에 종장으로 이어지는 말이지만 이것을 '이시라 하더면
제 구타야 가랴마는'의 앞뒤 바꿔 쓰기로 보면 '제'는 임이 되지만, 종장과
이어지는 말로 보아 '제 구타야 보내고'로 생각하면 '제'는 서정적인 표현의 자아,
즉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지요. 1인칭으로도, 3인칭으로도 쓰인 다네요.

그 옛날 저희 국어(고문) 시간에, 김 정식 선생님이 이 시조를 가르쳐 주실 때는
시험에 나오나 안 나오나 가 더 중요 하였지만, 이제는 몸으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이 되신 듯 싶어, 한 번 올려 보았습니다.

머나먼 이국(고국) 땅에서 장가 보내시기 전날 밤 너무 많이 울지 마세요.
더 두었다가 따님 시집 보내기 전 날 실컷 우세요. 이렇게 NyonJa 소녀의
부모로써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물러 가렵니다. 저는 5/16 ~ 5/22에
출장 다녀 온후에나, 우리 NyongJa 소녀님이 한국을 떠나시기 전에
양호 교사님, 산곡 소년 부부와 함께 식사 대접을 해야 하는 예의를 결코
잊지 안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