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진종일 내리다
어둠과 함께 주춤 주춤 물러나려 할즈음
잔뜩 장본 비닐봉지를 들고
전철에서 내려 부지런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 송미선 선배님 아니세요?"
가던 걸음 멈춰 고개돌려보니
낮익은 얼굴 제고 17기 정규종님 아닌가?

오늘 따라 유난히 어둠 속에 빛나는 얼굴이
반갑기는한데
너무 급작스러운 만남에 당황하여
인사도 제대로 못나누고 발걸음을 떼었는데
내손에 쥐어진 선교 팸프랫과 조그만 선물~~

집에가는길 내내
사뭇 우리네 남편과는 다른 모습이
시종 일관 머리를 맴돌며
무엇이 이 순박한 사나이에게
이렇듯 용기있는 행동을 하게할까?
생각에 골몰하다보니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얼마전 아이티비 경인방송에도
의지할곳없는 불쌍한 노인네를 목욕시키는 장면보고
정규종님의 천사같은 모습보고 놀랐는데
오늘은 왠 거리의 천사가 되어 나타나
나를 또한번 놀라게 하시는지.......

오늘 따라 더욱 헤맑은 얼굴 천진한 모습에서
궂은날도 마음은 따사함이 녹아있는
봄날의 천국을 보는듯
꼭 복짓는 그의 행위가
마치
능력과 재력으로 부인에게 군림하는 남자가 아니라
부인의 가장 든든한 쉼터 한그루 나무가되는
남편일것이라는 확신을 갖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