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은 날 펑펑 눈이라도 내렸으면..

잊고만 싶은데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대학을 마친후 잠시 아버님의 사업을 돕던 시절이었다.
내가 고딩때, 그러니까 70년대초에 태풍에 의하여 전재산을 들여 영흥도에 설치한 대화양식장을
날려버린 아버님은 콤펙타라는 난방기사업에 매달려왔었다.
애초부터 빚으로 시작한 사업은 계속 늘어나는 빚때문에 어음 와리깡으로 하루하루 연명해갔었다.
그러던 어느날 계속 크게만 번져나가던 어음을 막아보려다가 결국은 은행시간을 넘겨서 부도를
맞았다.

일찍 이런 사태를 예감한 큰 형님이 미리 빚잔치를 하자구 아버님에게 조언을 했으나 마지막까지
사업을 이끌어보려구 하시던 선친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었다.
이리저리로 방법을 강구하여 빚을 갚아나가던 도중 큰빚을 안고있던 채권자들은 채무자를 살려서
빚을 받을려구 다시 한번 일어서라구 위로를 해주곤 했는데.....
얼마 안되는 액수의 채권자들은 내것 먼저 해달라구 낮과 밤을 가리지 않구 전화질을 하거나 집에
찾아오기가 일쑤였다. 물론 툭하면 욕지거리가 동반됐구, 어떤 젊은 노무자는 몇십만원때문에 대낮에
음주후 우리집 앞에 있는 전신주에 머리를 박는둥 자해행위도 했었다.

결국 오래지 않아서 이런 원인때문에 고혈압이 터져서 저희 아버님은 돌아가셨지만 이일로 인하여
나에게도 좋지않은 상처가 생겼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전화중에는 중요한 전화가 있겠거니 생각하여 꼭 받아야만 하고 생각한 나는
혹시라도 아버님의 수면에 지장이 있을까봐 항상 전화소리에 신경을 쓰고 살았다.
자다가도 전화소리만 들리면 재빨리 달려가서 전화를 받는게 내 일과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니 한쪽 눈 앞이 깜깜하였다. 뭔가가 앞을 가린것이었다.
겁이 나서 약국과 안과병원을 가 보았으나 눈이 피로해서 그런가보다는둥 제대로 진단을 못 내리는
것이었다.

당시 집안 형편상 큰 병원은 엄두에 못 둔채 불편을 감수하구 살다가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한뒤 잠시
휴가를 내어 세브란스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단을 받구(망막 디테치라나....쉽게 말해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선이 끊어졌다나....ㅋㅋㅋ) 수술을 받았다.

1년이 넘는 기간을 내버려둔 결과인지 수술결과는 좋았으나 시력은 많이 감퇴하여 한쪽눈이 흐릿하게만
보일정도였다.

그래도 눈 병신은 면했구나! 하는 안심으로 살아 오던 중 10여년이 지난 어느 날 저희 형님이 우연히
'규종아! 너 한쪽 눈이 왜 그래?' 하며 혹시 사팔이 아닌가? 하구 걱정을 하길래 내 자신도 이상하여
다시 세브란스에 가서 문의를 해본 결과 한쪽 눈이 계속적으로 사용이 안 되면 자유방임형으로 겉돌게
된다구 하더군요........ㅋㅋㅋㅋㅋ
그 결과 나에게는 생각치도 않게 크게 지장은 없지만 기억하기에 싫은 상처가 생긴것이었다.....

(흥복소년처럼 예전의 정상적인 모습의 사진은 따로 올리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