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이다. 이상한 얘기 같지만 이별마저도 감싸줄 수 있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라는 것이다. 한때 낙엽이 많이 쌓인 로맨틱한 공원에서 버버리 코트를 입고 옷깃을 세운 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것도 낭만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 가을냄새를 물씬 풍기며 슬픈 영화 한편이 우리를 찾아왔다. '뉴욕의 가을'.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할리우드의 분위기 남 '리처드 기어'와 떨어지는 낙엽보다 더 여린 '위노라 라이더'가 슬픈 커플로 등장한다. 무려 26살의 나이차이를 극복하며… 이 영화는 고전적인 러브스토리임에는 틀림없지만 왠지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을 받게 한다. 그건 아마도 영화의 스토리에 맞게 변화하는 뉴욕의 서정적인 모습을 잘 담아내서가 아닐까? 화면 가득 전해지는 뉴욕의 모습은 주인공들의 마음까지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조연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뉴욕. 이곳에선 누구나 사랑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가을바람이 전해준 첫사랑…그리고 이별…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사장인 윌 킨(리차드 기어)은 48년 동안 플레이보이로 살며 여자는 순간적인 충동과 즐거움을 위한 존재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라고 하기엔 조금은 어려 보이는 커다란 눈망울의 소녀 샬럿(위노라 라이더)을 만나게 된다. 윌 킨은 그녀 역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그녀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에 빠져들게 된다. 사랑의 마음을 잃어버린 그의 마음에 사랑을 불어넣어 주는 샬럿. 그런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몸에서 자라고 있는 종양이었다. 샬럿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이 가을을 윌 킨과의 시간으로 채우려 한다. 그러나 윌 킨은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해준 샬럿을 살리기 위해 유명한 의사들을 찾아다닌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가고 있었고 샬럿의 병도 깊어가기만 했다. 힘겹게 맞이한 겨울,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두고 샬럿은 쓰러지게 되고 윌 킨은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지만 그녀는 뉴욕의 슬픈 가을과 함께 멀리 떠나며 윌 킨에게 첫눈을 선물한다.

뉴욕의 가을이 깊어 갈수록 사랑도 깊어져 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인 장소가 뉴욕의 유명한 '센트럴 파크'다.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게 되는 장소인데 단풍이 곱게 든 수채화 같은 공원에서부터 호수 위에 장식된 다리까지의 풍경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맨해튼'에 위치하고 있는 이 '센트럴 파크'는 세계최대의 공원으로 영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곳이 '록펠러 플라자 스케이트장'이다. 여기서 샬롯은 윌 킨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병이 악화되어 쓰러지고 만다. 이때부터 시련이 시작되고 슬픔을 머금고 있는 뉴욕의 거리가 등장한다.
세 번째로는 그 유명한 '브루클린 다리'가 소개된다. 윌 킨이 샬롯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희망인 최고의 전문의를 만나러 열심히 차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그녀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상징하는 다리로 이곳이 선정되었다.
네 번째로는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나무다리가 등장하는데 이곳은 두 주인공이 서로의 아픈 가슴을 달래며 건너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맨해튼' 마천루의 아름다운 실루엣은 뉴욕 최대의 관광거리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헬리콥터에서 잡은 뉴욕의 전경과 윌 킨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볼 수 있는 뉴욕의 짙은 가을은 스크린 상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이별의 아픔마저도 감싸줄 것만 같은 도시 뉴욕. 가을이 좋아하는 도시 뉴욕. 커피 한잔을 들고 하루종일 거리를 서성이고 싶은 도시 뉴욕… 이젠 가을이 올 때마다 이곳 뉴욕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펌]
이 선택한 도시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