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 琴兒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 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 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 하지 못할 사실이다...

  *생전에 유난히도 장미꽃을 좋아하시던
   琴兒 선생님이 97세로 소천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