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앞 지하도 계단을 오르는데 찐한 향이 통로 안까지 밀려든다
아하~~~ 정원수 전지하는 날이구나
깊이 천천히 들숨 쉴때마다 머리속이 맑은 향기에 다 씻기운다
땅에 누운 어린 향나무순들을 한줌 손에 올려보고,
땀흘리는 아저씨 바라보고,
이발마친 동그름한 나무들 곡선을 가는 눈으로 본다.
뒤를 두르고섰는 가을하늘도 함께...

어릴적 엄마는 향나무를 집앞뒤 공터 마련되면 열대그루씩 사다가 심곤 하셨다.
꽃, 열매도 없고
녹색이라고 칙칙하고
잎이라고는 삐죽이며 만지면 찔리고, 고운데가 없던 그 나무를
뭐가 좋아서 사오느냐 투정할때 엄마가 하신 말씀을 기억한다.
겨울에도 푸른빛을 보는거라고,
부자집 정원에서 가꾸는 거라고
엄마도 애들키우고 정원에 연못이며 가이스까, 돌다리도 예쁘게 놓으려고
미리 나무를 준비하신다던 말씀을.
애들 여섯 고단하게 키우시며 엄마가 그림같은 집을 꿈꾸셨다는 것이 놀랍다.
하기사, 자식들이 그렇게 모시지는 못했으나
애들 다 여윈 십년전, 공터를 기증하셔서 마을 노인쉼터가 건축되었고
엄마는 노인회관 정원수로 키우시던 향나무를 옮겨심으셨다.
그렇게 준비하셔서 노인친구들과 여생을 지내시는
엄마의 꿈이 깃든 향나무,
나는 엄마의 나이가 되어서야
어린 향나무줄기가 내뿜는 향의 아름다움에 빠져버렸다.

아저씨들 가위날에 잘리운 어린 순의 향기는 사나흘을 어미나무 주변에서 사그라들지 않는다.
밤길에 병원을 나서면 아직도 어디선가 느껴지는
잘리운 어린순들의 상처와 향기...
가을아침이 아릿하고도 호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