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12.김인자   2005-08-22 06:58:45  |  조회 : 76

바보같은 사랑, 끝없는 사랑, 못다한 사랑, 미련한 사랑, 완전한 사랑, 풋사랑, 짝사랑, 첫사랑.....
세속적인 모든 형용사를 다 동원하여 <사랑>을 수식하여도, 그 어느 사랑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으며 아름답게 포장되며 어떤 상황도 용서가 되는것이 사랑의 힘이 아닐런지. 그러나 아무리
모든것 희생하며 사랑을 하고 받아도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고 아쉬움이 드는건 태초 이래로
우리와 함께 한 <사랑>이란 대명제를 풀지못함 아닐까도 한다. 그 수 많은 사랑의 모습 속에서
그래도 자식에 대한 에미의 사랑이 가장 완전하지 않을까 한다.

며칠전 나를 기러기 엄마로 지내게 한 그 아들을 학교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왔다.  주차장에
아들의 짐을 부려 놓고 내 몸의 컨디션이 별로 인고로 그곳서 그대로 작별을 하여야만 하였다.
아들은 "엄마 내 걱정하지 말아요. 나 이젠 공부 밖에 할게 없어요. 제발 엄마 몸 생각하고
오래 사세요." 하며 요즘 조금은 왜소해진 내 어깨를 감싸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나도 잠시
그 가슴에 몸을 맡긴채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그동안 내가 쓰던 차를 주어서 자주 왔다 갔다
하였는데 그 차를 처분하여 집에 자주 올 수 없기에 자주 볼 수 없기에 애증의 쌍곡선을 그리던
모자의 관계였지만 어찌 가슴이 아리지 않을까. 잘 타라고 준 차는 이리 박고 저리 바치고
speed ticket 여러번 받고, 그리하여 난 그 차를 $300에(2001년도에 $7200 주고 산 차였다.)
팔고 마지막 과태료 $275를 지불하니 수중에 $25남게 되었다. 벼룩이도 낯짝이 있다고
이 번 학기에는 차없이 지내겠다고 스스로 차에 대한 욕심을 포기한 아들이다.
(누가 사주기나 한데나....)
그 아들을 그곳에 두고, 차를 운전하며 눈물만 글썽이는 엄마에게 또 다른 사랑인 딸이 내 눈치를
살피며 물을 마셔라, 기분 전환하게 이 음악 들어봐라, 하며 사랑의 제스추어를 보낸다.

아들은 고등학교 다닐때 컴퓨터 게임을 하도 좋아해서 나랑 치열하게 싸워가며 사랑도  배우고
미움도 배웠다. 그런데 내가 사람 되어 보라고 그 아들을 대학생들편에 보낸 니카라구아로의
선교 여행에서 대학생 누나에 미쳐버려 상사병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  하늘의 뜻이 였는지 나의
눈물의 기도였는지 천사같은 그 누나는 아들의 맘을 받아 주었고, 그 아들은 기적적인 SAT 점수를
받고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립대학에 입학을 하여 2년째 등록금 기숙사비 책값 등을 받으며
때이른(?) 효도를 하고 있다.

지난 이십년동안 미치도록 사랑한 아들은 내 사랑은 사랑이라 보지않고, 능동적으로 사랑하여야 할
대상이 생김으로 말미암아, 부모가 그렇게 오랫동안 외치던 것을 그 사랑의 힘으로 쉽게 변화시켰다
그렇지..... 에미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마치 흘러가는 물 속 저 바닥에 침잠되어 퇴적된 고운
모래 퇴적층 같은 것일까? 자식은 그 사랑을 분명 가슴 저 바닥에 꼭꼭 눌러 잘 간직하고 있겠지....
또한 자식에 대한 사랑은 주어도 주어도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은 샘물 같은 것일게다.

그런데 난 사랑을 언제 느꼈던가?
여태 바둥 바둥 거리며 지내온 시간들이 석류알 하나 하나의 행복함이라 여기며 지내 왔는데 왜 난
갑자기 그 행복함에 현기증을 느끼며 두 눈의 시선을 저 담 밖으로 보내는지.....
담 밖으로 눈길을 주는것 조차 큰 일인줄 알고 두 눈 살포시 내려 깔고 "그래 이게 바로 행복이야"
하며 지내온 지난 수 십년간의 삶이 아니었는지......사랑이란 느낌도 인식하지 못한채....

그래.... 그 때가 생각나네. 십 여년 전쯤 yellow stone 으로의 여행을 마치고 남쪽 utah 주를
향하여 그 새벽 아침 길을 달릴때, 엷은 안개 낀 차창밖의 이슬 먹은 그 나무들이 그 꽃들이  
너무나 슬프도록 아름다워 이 소라의 흐느적거리는 노래를 들으며 떠오른 것은, 언젠가 나에게도
또 다시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온다면 그 안개 낀 새벽 아침으로 다시 가보리라고.....
그리곤 bear lake 언덕에 다시 서 보고 싶다고...... 그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가 !!!!

사랑, 사랑, 죽을때까지 다 주어도 모자라는 사랑.
오늘 해가 뉘엇 뉘엇 넘어가기 전에, 남편에게 딸에게 아들에게 이웃에게 내 꽃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