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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뭇집 처녀, 도너스 산 이야기
12. 김춘선 2005-06-21 17:32:04 | 조회 : 6
오늘은 우리 동네 장날이었어.
삶아대듯이 날이 더운데도 올망졸망한 야채 무더기를 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개 중년을 넘긴 여자들
이더라. 다들 집안에서 엄마 노릇을 하는 사람들인게지.
너무 더우니까 장보러 나온 사람도 별로 없어서 휑~한 장터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돌았어.
더우니까 야채도 다 풀이 죽어 있고, 생선은 아예 쳐다보기도 싫은 모습이었고...
그렇게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내 눈에 반짝 들어온게 있었어.
옛날에 학교 밑에서 자주 사 먹었던 옛날 꽈배기랑 팥도너스, 찹쌀도너스...
그 자리에서 기름솥을 걸고 반죽을 튀겨내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어.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가정 실습 시간에 도너스 튀기는게 있었지?
그 때 생각이 나더라.
실습시간이 있었는지조차 다 잊고 살았는데 요즘 반창회를 다녀온 여파 때문인지 담방에 그때 생각이
나는거 있지. 참...사람의 기억이란게 묘하더라.
꽈배기 4개 1000원, 팥도너츠 2개 500원, 찹쌀 도너츠 2개 500원, 합계 2000원.
한 봉지에 다 담아 가지고 오는데 중학교 때 학교 밑에서 오도독 사가지고 오던 때의 기분이 생각나더라.
자습시간이면 땡땡이치고 나가서 그거 많이도 사먹었는데....
그러다가 담임한테 걸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치도곤을 맞고, 다음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내겐 도너스가 음식이 아니라 추억이었나 봐.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장을 빠져 나오는데 또 내 발목을 잡은게 있었어.
살구,
살구색이 아주 분명한 통통한 살구가 그릇에 소복소복 담겨 있는거야.
살구나뭇집 처녀는 올해 나이 열~일곱,
두 볼에 오목조목 보조개도 귀여워라
꽃댕기 갑사댕기 삼돌이가 사 준 선물
아이고, 우야꼬. 살구꽃 떨어진데이
내사~내사~ 몬살끼다~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들었던 이 노래, 다 잊고 있던 이 노래가 갑자기 떠오르는거 있지.
옛날에 우리 집에 살구나무랑 앵두나무가 있었거든.
내가 열일곱살이 되기 전에 그 집에서 이사를 하간 했지만 그래도 난 살구나뭇집 처녀였는데....
아가씨 볼처럼 통통한 살구를 하나 맛뵈기로 주길래 덥석 베어 먹어봤어.
아주 달큰한 맛과 부드러운 속살이 어우러져 입안이 향긋하더라.
오늘은 내가 장을 보러 온 것이 아니고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따라나온 기분이 들었어.
살구 한조각 베어먹고 이렇게도 기억이 후진기어를 넣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말야.
엊그제 반창회 때 맨 나중에 온 친구가 들어서면서 이렇게 외치더라.
"어머~ 친구들 만나러 왔는데 친구는 없고 웬 아줌마들만 드글드글하네~ "
그러면서 자기도 멋적은지 씨~익 웃으면서 얼른 아줌마들 속에 끼어 앉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더라.
살구 장수 아줌마가 물었어.
"살구만 하실래유? 산딸기도 하실래유? "
어머.. 그러고 보니 그 옆엔 산딸기도 있었네.
나는 살구만 3000원어치 사가지고 돌아서며 이렇게 말했단다.
"저는 살구만 먹을래요, 산딸기 먹고 요강 뒤집히면 치우기 힘들어서요~ "
산딸기가 일명 복분자라는거 다 알지?
산딸기랑은 별다른 추억이 없어서 그저 살구만 사가지고 오면서 그리 너스레를 떤거지. 뭐.
오늘 나랑 살구 같이 먹을 사람 없니? 도너스도 있는데....
12. 김춘선 2005-06-21 17:32:04 | 조회 : 6
오늘은 우리 동네 장날이었어.
삶아대듯이 날이 더운데도 올망졸망한 야채 무더기를 놓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개 중년을 넘긴 여자들
이더라. 다들 집안에서 엄마 노릇을 하는 사람들인게지.
너무 더우니까 장보러 나온 사람도 별로 없어서 휑~한 장터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돌았어.
더우니까 야채도 다 풀이 죽어 있고, 생선은 아예 쳐다보기도 싫은 모습이었고...
그렇게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내 눈에 반짝 들어온게 있었어.
옛날에 학교 밑에서 자주 사 먹었던 옛날 꽈배기랑 팥도너스, 찹쌀도너스...
그 자리에서 기름솥을 걸고 반죽을 튀겨내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어.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가정 실습 시간에 도너스 튀기는게 있었지?
그 때 생각이 나더라.
실습시간이 있었는지조차 다 잊고 살았는데 요즘 반창회를 다녀온 여파 때문인지 담방에 그때 생각이
나는거 있지. 참...사람의 기억이란게 묘하더라.
꽈배기 4개 1000원, 팥도너츠 2개 500원, 찹쌀 도너츠 2개 500원, 합계 2000원.
한 봉지에 다 담아 가지고 오는데 중학교 때 학교 밑에서 오도독 사가지고 오던 때의 기분이 생각나더라.
자습시간이면 땡땡이치고 나가서 그거 많이도 사먹었는데....
그러다가 담임한테 걸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치도곤을 맞고, 다음에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내겐 도너스가 음식이 아니라 추억이었나 봐.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시장을 빠져 나오는데 또 내 발목을 잡은게 있었어.
살구,
살구색이 아주 분명한 통통한 살구가 그릇에 소복소복 담겨 있는거야.
살구나뭇집 처녀는 올해 나이 열~일곱,
두 볼에 오목조목 보조개도 귀여워라
꽃댕기 갑사댕기 삼돌이가 사 준 선물
아이고, 우야꼬. 살구꽃 떨어진데이
내사~내사~ 몬살끼다~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들었던 이 노래, 다 잊고 있던 이 노래가 갑자기 떠오르는거 있지.
옛날에 우리 집에 살구나무랑 앵두나무가 있었거든.
내가 열일곱살이 되기 전에 그 집에서 이사를 하간 했지만 그래도 난 살구나뭇집 처녀였는데....
아가씨 볼처럼 통통한 살구를 하나 맛뵈기로 주길래 덥석 베어 먹어봤어.
아주 달큰한 맛과 부드러운 속살이 어우러져 입안이 향긋하더라.
오늘은 내가 장을 보러 온 것이 아니고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따라나온 기분이 들었어.
살구 한조각 베어먹고 이렇게도 기억이 후진기어를 넣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말야.
엊그제 반창회 때 맨 나중에 온 친구가 들어서면서 이렇게 외치더라.
"어머~ 친구들 만나러 왔는데 친구는 없고 웬 아줌마들만 드글드글하네~ "
그러면서 자기도 멋적은지 씨~익 웃으면서 얼른 아줌마들 속에 끼어 앉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더라.
살구 장수 아줌마가 물었어.
"살구만 하실래유? 산딸기도 하실래유? "
어머.. 그러고 보니 그 옆엔 산딸기도 있었네.
나는 살구만 3000원어치 사가지고 돌아서며 이렇게 말했단다.
"저는 살구만 먹을래요, 산딸기 먹고 요강 뒤집히면 치우기 힘들어서요~ "
산딸기가 일명 복분자라는거 다 알지?
산딸기랑은 별다른 추억이 없어서 그저 살구만 사가지고 오면서 그리 너스레를 떤거지. 뭐.
오늘 나랑 살구 같이 먹을 사람 없니? 도너스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