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민해경이 부른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노래가 있었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 인생은 나의 것

나는 모든 것 책임질 수 있어요. 그냥 나에게 맡겨주세요'

 

지금은 이런 주장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 노래가 발표된 1983년엔 어른들의 거센 반발로 한때 금지곡이 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10월 우리가 함께 읽은 책은 박혜윤이 쓴 <숲속의 자본주의자>였다.

 

같은 책을 읽어도 책에 대한 감상이 다르다는 것이 독서 나눔의 매력이지만 이번처럼 상반된 의견을 가진 경우가 드물었기에 이번 모임이 내겐 더욱 흥미로웠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하였고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심리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출세와 부, 명예를 추구하는 삶 대신 시골에서 사는 삶을 선택한다.

 

책을 읽는 초반 이 여자가 추구하는 삶이 나는 자연인이다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는 한 친구는 책을 읽어 가면 갈수록 이 여자의 매력에 끌려 깊이 몰입하며 읽게 되었단다.

 

흔히 사람들이 교양이라 부르는 것들이 있잖아

쓸데없이 전문적이고 세세한 지식을 알아야 하는 것들 말야

자신은 그런 것에 관심도 없고 그 차이를 느낄지 못할만큼 둔감(?)하다고 생각하여 남모르는 열등감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도 책을 통해 얻은 작은 수확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며 어떤 일이든 갑자기 그만두어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대충한다는 그녀의 말이 와 닿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무렇게나 한다. 그렇지만 한다.

나는 무얼 해도 아무렇게나 한다. 실용적인 목적이 없어도 되고 남들을 이길 필요도 없다. 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실패하거나 못 하는건 없다. 하다가 말아도 괜찮다. 그래서 별로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하고 본다. 걱정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렇게 사는 게 나의 삶이라고 생각하니까

 

한 친구는 이 책에서 세 가지가 맘에 와 닿았는데, , , 집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었다.

 

우리 삶에서 돈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돈이 내 존재를 대신하게 할수록 나는 돈으로 대체가능한 인간이 되고 내 삶은 색깔을 잃는다는 지적에서 생각이 많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남들에게 폐 끼치는 것이 싫어 폐 끼치는 것을 돈으로 상쇄하며 살았는데 그게 오히려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정을 마르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집에 대한 생각도 그랬다.

 

내가 사는 동안은 내가 사는 곳이 가장 좋은 곳이고 그게 아니라면 어디로든 갈 것이다.

내가 식물도 아니고 동물인데 왜 뿌리를 내리려고 했을까?

나는 오늘도 내 생각에 필요한 최적의 쾌적함과 행복의 균형점을 찾으며 산다.

 

생각을 넓게 하니 내 집이 없다는 불안도 그다지 큰 것은 아니었다고...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읽기가 재미없었다고 한 친구는 말했다.

저자야 스스로 선택해 숲으로 들어갔지만, 자신은 그럴 수밖에 없어 외진 삶을 살아야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현실 속에서 부딪쳐 몸으로 겪어내고 해결해야 했었던 일들은 결코 낭만적이지도 만만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키우는 문제가 늘 고민이었다.

그 시기에 아이들이 경험하고 누려야 하는 많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줄 수 없었을 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 속에서 큰 아이들이 나중에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갈 것인지 두렵고 불안했었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한 친구는 TV에서 보았다는 어느 파이어족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즘엔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 이른 나이에 은퇴를 희망하는 파이어족처럼 우리 세대와는 생각도, 추구하는 바도 다른 사람들이 많아졌다

 

친구의 딸은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더 우선하는 소비행위를 하는데 현명한 친구는 딸에게 어차피 통하지 않을 잔소리를 하는 대신 딸의 선택을 그냥 존중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었단다

 

그러면서 저자의 인생은 그저 사는 것이지 잘 살아야 하는 숙제는 아니라는 말이 참 좋았다며 순간순간 행복하고 감사를 느끼는 인생이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저자의 삶을 <미나리>에 나오는 미국 이민자의 삶과 대비하여 생각한 한 친구는

이 사람은 이미 누린 것이 많은 사람으로 삶의 현장에서 절박하게 살아가는 사람에 비해 너무 한가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여유있는 자의 객기마저 느껴진달까?


그녀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죽을 치대며 손가락에서 느껴지던 촉감을 즐겁게 설명할 때 생계를 위해 빵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빵가게 주인들 중 얼마나 그녀의 말에 공감할 수 있을까 의문을 던졌다.

저자는 굳이 빵을 팔지 않아도 글의 기고나 다른 방식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렇지 못한 처지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삶을 즉흥적인 생각으로 선택하고 자신의 직관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무책임하게 여겨지기도 했단다.


또 다른 친구 역시 그녀의 글을 읽으며 '정말 그래?'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단다.

또 엄마의 교육방식에 대한 다소 냉소적인 태도도 거슬렸다.

엄마가 그녀을 교육하는 방식에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그 덕분에 피아노를 칠 수 있었고 명문대에도 들어 갈 수 있었으니 감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저자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인 것은 인정하지만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에도 계속 물음표가 생겼단다. 그녀의 아이들은 훗날 부모의 교육방식에 대해 다른 생각과 원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속에 얼핏 병풍처럼 뒷 배경에 보여지던 풍요로운 시댁의 지원을 보며 왠지 그러니까 가능한거지, 너라서 살 수 있었던 삶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친구의 말도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저자에게 가장 반했던 부분은 자신을 향해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사색하며 과감히 행동하고(여기엔 빠른 포기도 한 몫한다) 실행하는 모습이다.


자신이 살아온 틀이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과감히 그 틀을 깨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도전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책에선 소로우의 월든이 자주 언급된다.

내가 읽은 월든과 저자가 읽은 월든은 사뭇 다르다. 저자를 통해 보는 월든은 새롭다.


작가의 월든에 대한 인용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마을의 부유한 변호사에게 바구니를 팔고자 했던 마을 사람과 그 바구니를 사 주지 않는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짠 바구니를 사 주지 않는 변호사에게 자신의 노고를 헛수고로 만들어버렸다며 화를 내는 마을 사람은 어리석다며 소로우는 이런 조언을 한다. 

변호사에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그가 살만한 가치있는 바구니를 짜려고 노력하라.

그러면서 소로우는 다시 말한다. 자신도 바구니를 짜지만 아무도 그의 바구니를 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겐 이 바구니를 짤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기에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바구니를 사게 만드는 방법을 궁리하는 대신 내 바구니를 팔지 않고도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겠노라고....


이 책에 실린 많은 에피소드중에 저자가 가장 애정이 가는 글에 대해 물으니 저자는 <꿈이 삶을 가로 막을 때>를 꼽더라.


그 글에서 저자는 이런 말도 한다.

내가 무언가를 하려면 높은 수준에 오르기 위해 인생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있는데 어느 정도 해보다가 적절한 순간에 포기해 버렸단다.

그러면서 포기를 잘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결국 무엇이든 시도하게 된다며 나만의 인생을 사랑하라고.....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책은 좋은 책이다.

언젠가 월든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11월에는 지난 달 인주가 추천했던 김중미의 <곁에 있다는 것>을 읽기로 하자.

인천 작가고 배경이 인천이라 우리에겐 특별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인주가 말하더군.

인천에 사는 혜숙이가 추천해 준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도 함께 읽자

환경에 관한 글인데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도 함께 읽으면 좋다고 하더라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며 우리 사는 세상에 조금은 보탬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


한 달 한번 하는 모임때마다 아픈 친구들이 있어 걱정스럽다


다들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