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을 읽었는데 생각과 느낌은 얼마나 다양한지.....

그래서 함께 나눈다는 것이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해 주는 것 같아.


1월에 우리가 함께 읽고 나눈 책은 하정의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였단다.


이 책은 저자가 2016년 덴마크에 있는 생활공동체 스반홀름에서 두달간 지내며 경험한 체험을 사진과 함께 기록한 일종의 여행기야.

은혜의 표현을 빌자면 별 기대없이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작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더라고 나도 그랬어.


우선 스반홀름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1978년에 설립된 덴마크의 여러 생활공동체의 하나라더군.

이곳엔 약 150명의 스반홀르머들이 집, 식당, 차량등을 공유하며 살아.

농번기엔 부족한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게스트를 모집하여 숙소를 제공하는데  아마 저자도 게스트로 참여하여 두 달간 농촌그룹에서 일을 할 수 있었나 보더라.


이들은 특별한 이데올로기나 종교적 믿음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공동의 생활목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래.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면서 건강한 먹거리와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소비가 아닌 다른 기쁨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

이들은 주로 스반홀름 내에서 일하지만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디에서 일하든 경제활동으로 인한 수입은 70%를 공동체에 내야한대.


공동체는 삶의 터전일 뿐 낙원이나 힐링 테마파크가 아니라며 직업, 취향, 인간미까지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점에는 딱히 관심두지 않고 서로를 공평하게 인정하고 혼자라면 가질 수 없지만 함께라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나누며 살겠다는 태도가 나에겐 참 인상깊더라구.


스반홀르머가 되려면 반드시 정규직업이 있어야 한단다.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어야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거지. 

<도 우트 데스>가 떠오르더라. 네가 주기때문에 내가 준다던.....


윤순이는 방학 때 강원도에 있는 공동체 마을에서 며칠씩 머물다 오곤 했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체 운영에선 부닥치는 어려움이 많다고 하더라. (스반홀름도 아마 그럴거야)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자녀 교육이라던가 자신의 노후에 대한 대책, 또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 등 여러 문제들로 인해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고 하더라구.


전에 풀무원에서도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설립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경제적인 문제와 인간 갈등으로 해체되었단다. 효숙아 내가 제대로 들은거 맞지?


공동체 운영에서 시스템과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었다며,

늘 활기와 열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하는 한나에게 리더의 모범을 보았다는 친구도 있었어.

 

인주가 젤 마음에 들어하던 문구는 "휴식 시간 절대 보장"

친구들도 이구동성으로 공감. 

근데 막상 살다보면 알면서도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아.

저자도 조금만 더 하면 밭일이 끝나는데, 4시가 되었다고 일을 남기며 손을 툭툭 터는 동료들보며 아쉬워하잖아.

경애는 점심시간 짬 내어 관공서에 갔다가 점심시간이라 일을 볼 수 없어 낭패한 경험이 있고...그나마 주민센터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점심시간을 가져 최소한의 일은 볼 수 있게 하는데 말야.

이것도 우리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해.

나와 너의 휴식 시간은 무조건 보장합시다!!!


철학하는 잡초이야기도 좋았어. 

심고 잡초 뽑고 자라고 잡초 뽑고 꽃 피고 잡초 뽑고 열매맺고 잡초 뽑고 그제야 수확

정숙이에 따르면 여기엔 그저 의지와 인내만이 필요하대

내 안의 잡초를 묵상하는 인주

 

감자에 눈물을 묻은 이야기를 한 친구 말에도 엄청 공감갔어.

수확이 끝난 감자 밭에 남아있던 감자를 건져내는 일인데, 

감자로 태어나 감자로 자랐는데 감자의 일을 한순간도 해 내지 못하고 

트렉터에 짓밟히는 운명에서 감자를 구하기 위해 감자를 열심히 고르다 

놓친 감자로 인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저자에게 일꾼이 건네던 말이야.


'우리가 놓친 감자는 밭에 남아 양분이 될거야'


우리가 살면서 놓쳐버렸거나 놓아야 했던 많은 것들도 인생의 양분으로 남아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더 풍성한 수확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놓친 것에 대해 후회하지 말자.


모나리자 닮은 미소로 조곤조곤 말하던 명희는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바뀌어 있든 내가 바뀌어 있든 뭐든 되어 있다'(p91)와

'6년 전 처음으로 관광아닌 여행을 시작했다'(p112)는 문장을 꼽아주었어.


끝없이 펼쳐진 호박밭에서 인간 띠를 만들어 호박을 컨테이너에 싣던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늙은 호박을 생각해 보렴. 엄청 무거운...)

앞으로 힘든 상황에 부닥치면 나도 저 말을 하게 될 것 같아.

견딤이 좀 쉬워질 것 같아.


친구들과 나눈 많은 이야기들 덕에 이 책이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아.

공동 빨래터에 펄럭이던 바삭마른 빨래들, 김목인의 노래, 다양한 빛깔의 꽃밭까지...

(독서 후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다 하지 못한 이야기는 양해해 주시길!)


줌으로 우리를 초대해 준 의순회장님, 자신의 경험들을 들려준 친구들, 또 말없이 우리를 늘 응원해 주는 친구들 모두 모두 고마워!!!

덕분에 우리 독서모임이 계속될 수 있어 다행이다.


다음 독서는 원래 미우라 아야코의 자아의 구도를 읽을 예정이었으나 이 책은 한 달 더 미루기로 했어.

책을 사서 읽어도 되는데 도서관에 신청을 해서 많은 도서관이 이 책을 비치해 놓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희망 도서 신청해 사 달라고 하렴.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3월엔 자아의 구도로 책읽기 할거야.


대신 2월엔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함께 읽자.

한국인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저널리스트에게 한국인은 춤추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말하던 저자에게 큰 매력이 느껴져.

이민자로 살면서 그들이 느끼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읽으면서 우리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 

요즘은 다른 문화권의 여류작가들이 여성의 문제에 대해 쓴 소설들을 아주 재미나게 읽고 있어. 눈 더 나빠져 작은 활자 읽을 수 없게 되기 전에 부지런히 같이 읽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