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장석주
해진 뒤 너른 벌판,
하늘엔 기러기 몇 점.
처마 밑
알록달록한 거미에게
먼 지방에 간 사람의 안부를 묻다.
<최미영 그림>
우리가 따로 또 함께 걷기 시작한 지가 벌써 9개월이 지났네.
4월에 시작한 거니까.
그동안 친구들 참 꾸준히 걸었다.
그야말로 하루의 중심이 되는 일이 되었다.
걷기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게도 되었고.
걷다 보니 컨디션이 조절되기도 했다.
친구들 총 기부한 걸음 수를 보면 얼마나 꾸준히 걸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빅워크라는 앱을 깔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걸음 수에 따라 기부가 되는 앱이다.
걸어서 좋고 기부가 되어서도 좋다.
혼자 했으면 가당키나 한 일이었을까?
엄청난 감동과 고마움을 느낀다.
저녁이 되면 단톡방에 자기가 걸은 걸음 수와 그날 본 풍경 사진이 올라온다.
그렇게 우리는 안부를 전하고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물론 걷는 모든 친구들이 다 올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친구들이 잘 열심히 걷고 있는 것을 안다.
일이 있을 때 가끔 쉬는 것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걷는다.
일을 많이 해서 허리가 뻐근하고 머리가 무거울 때 빨리 걸어야지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빨리 걸어야지 생각한다.
아니 뭐라고?! 욱! 화가 날 때 휙 무조건 걸으러 나온다.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나올 시간이 되면 걸어야지 하며 나온다.
전화 통화 하는 거 싫어하는 내가 걸으면서 얼마나 전화 통화의 도움을 받았는지....^^
통화하다가 너 만 보 됐어? 하는 말에 ㅍㅎㅎ 웃으면서 거의 됐어, 만 보다!!! 안녕 고마워~~~
이럴 때도 많다.
보이지 않는 선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오늘은 창영동으로 해서..... 걸었어,
오늘은 바람이 세,
걷다가 커피 마시러 들어왔어.
제주도에도 비 오니? 여긴 안 와.
오늘은 애들이 와서 요만큼만 걸었어, 자고 간다네, 에구.....
계단에 눈이 안 녹아 얼었네,
우리 손녀는 여기 탁 앉더니 나 찍어 줘요 하더라,
오늘은 이런 떡을 만들었어, 너무 무리하지 마, 그래 고마워,
자유공원에 또 갔구나.....
꽃이 꽃이... 더워서 그늘 그늘.... 와 단풍 좀 봐...... 잘 감싸고 해 있을 때 걷자.
이렇게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만나고 있는 건가? 만나지 못하고 있는 건가?
난 이런 건 참 좋은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고마워한다.
<친구들의 손주 보는 맛도 쏠쏠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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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 모습 정말 사랑스럽다!
그 손주들 모습 속에 친구들 모습이 겹쳐 보인다.
우리 친구들은 너나 없이 모두들 성실하고 열심이다!
때론 혼자 마냥 늘어지고 쳐지기만 할 때
나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왜 살아야하지? 하기도 하지만
카톡 속 친구들 모습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들며
무조건 걸으러 나간다.
얼마전 '랜섬 인문학 여행'이란 책을 읽었어.
이 책엔 '고흐' '헤밍웨이' '괴테' '찰스디킨스'의 생애 속에
함께했던 장소들을 따라 사진과 함께 상상 여행을 한다.
이 네 분의 공통점은 성실인데
글쓰는 분들은 오전엔 열심히 글을 쓰고
오후엔 무조건 산책을 하는 공통점이 있더라.
전에 옥규가 누누이 걸으면 치유가 된다는 말을 했었는데
요즈음 나도 따라 걸으며 그걸 느끼고 있다.
'따로 또 같이!'
고마워,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