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 좋은 아침.
일요일이라 교회 성당 가느라 바쁘겠다.
<숲길을 걸으며>
나는 인천시민 오래 했어도 별로 혜택 보고 산 거 같지 않은데,
어쩌다 제주도민 ㅡ여기는 시민이란 말을 안 써 이상하게 ㅡ으로 살면서
보는 혜택이 많다.
저녁에 걷는 운동장도 복권 팔아 지었다고 저번에 얘기했다.
그런데 이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
평범한 학생도 있지만
손주를 버스 태워주고 7시 30분 쯤 나타나시는 할머니는 머리를 긴 단발?로
하얗게 풀어헤치셨는데 금방 톡 치면 돌아가실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선생 ㅡ느낌이 교수ㅡ은 정장에 운동화, 등에 백팩, 걸음걸이는 군인 같이
씩씩한 사람인데, 내가 하도 마주쳐서 인사를 했더니 요새는 멀리서 보고도
자기가 먼저 인사를 한다.
주먹만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부부가 있는데 부인은 너무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고, 차림새도 운동하는 사람.
남편은 소아마비를 앓은 것 같은 심하게 다리를 저는 부부다.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다가 힘들면 강아지가 서 있다.
그럼 주인이 덥썩 안고 간다.
어떤 삐쩍 마른 아저씨가 백팩을 메고 나랑 같은 길에서 매번 마주치는데
항상 휴대폰을 하고 계시다.
외로운 분인가 보다 생각든다.
같은 길이라 항상 똑같을 것 같지만 철따라 풍경은 바뀐다.
그 예쁘던 산수국은 어디로 다 가버리고 나무에 열매가 달려 있다.
그냥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어.
<혜숙이 막내딸이 그린 엄마, 혜숙이는 영웅이 팬이다 ㅎㅎ>
혜숙이 막내딸이 그린 혜숙이 너~무 귀엽다!
혜숙이가 열일 한다. 우리 12기의 카톡을 이끌더니 드디어 홈피에 글을 올렸네.
매일 걷다보면 마주치는 사람이 보이지? 말은 안 해도 은근 관심이 가지?
난 주로 낮게 핀 풀꽃을 보느라 땅 밑을 바라보며 걸었었는데 이젠 눈을 들어 나무를 본다.
친구들이 찍어 올리는 사진 속의 나무와 꽃을 확인하기 위해서.
여린 잎을 틔우던 나무가 꽃을 피우면 드디어 내가 알아봐 주지.
아~하 네가 그 나무였구나! 하고. 요즘은 꽃이 진 자리에 앙증맞은 열매를 달고 있네.
아~하 네가 그 꽃의 열매로구나! 하고.
같은 장소를 걸어도 계절의 바뀜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늘 새로워.
기적은 일어난다^^ㅎㅎ
혜숙이가 매일 만 보 이상을 걷고 있고, 다른 친구들도 역시 그러하다.
나도 얼마 전부터는 큰 결심을 하고 하루 만 보를 걷고 있다.
나는 겨우 만 보를 채우지만 다른 친구들은 대체로 거의 만 오천 보 내외를 걷고 있다.
이렇게 친구들이 힘을 내서 걷는 데는 혜숙이의 원거리 염력이 큰 역할을 한다.
나도 그렇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혜숙이가 새벽에 일어나 제주도에서 걷는데 꾀부리면 안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알았다구 알았다구 하면서 그럭저럭 걷다 보면 대충 만 보 정도를 걷게 된다.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이 걷기 행진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가끔 고달프기도 하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있다.
오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