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몇 차례 독서모임이 연기되다보니 책 읽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도서관도 휴관이라 책을 빌릴 수도 없고...

하여 인터넷 교보문고와 예스 24에 올라온 작품서평을 참고하여 간략히 요약할게.


이번에 우리가 함께 읽을 책은 김서령이 쓴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와

<여자전>


예스 24에서는 작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어.


칼럼니스트, 1956년 안동에서 출생, 경북대 국문과 졸업. 남의 이야기 듣기를 즐겨 급기야 사람을 만나 이야기 듣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한때는 국어교사였다가 신문, 잡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라진 잡지 [샘이 깊은 물]에서 인물 인터뷰의 매력에 눈떠 인터뷰 칼럼을 주로 써왔다. 펴낸 책으로 『여자전』『안동 장씨, 4백년 명문갈』『김서령의 』,『김서령의 이야기가 있는 집』,『삶은 천천히 태어난다』,『참외는 참 외롭다』 등이 있다. 2018년 10월, 향년 6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조선 엄마의 레시피'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란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 안동 임하에서 어머니와 할머니, 고모, 그리고 동네 할매, 아지매들과 나눴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야.


책은 1부 : 아득하거나 아련하거나, 2부 : 고담하거나 의젓하거나, 3부 : 슴슴하거나 소박하거나의 3부로 구성되어 있어.

소제목에서 보듯이 작가는 향토색 짙은 언어를 풍성한 형용사를 사용하여 아주 맛갈나게 구사하는데,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들도 있고 지역색이 강해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설명하긴 어려워도 그냥 그 느낌이 가슴으로 전해지더라.


예를 들어 저자의 고모가 남편도 없는 시댁에서 아침 저녁 빈소에 상식을 차리는 삼년상을 끝내며 여든이 되어 하시던 "야야, 살아보니 인생이 참 허쁘다!"는 말씀(P87)이 그랬고,  "기름내음이 돌면 부억은 금방 잔칫잡처럼 은성해진다"

"편차고 하다 맛을 베레뿐다" 등등

"슴슴하고 수수하고 의젓하고 살뜰하고 고담하고 소박한 맛"은 어떤 음식이겠니?


배추적의 맛을 이야기하며 얕은 맛과 깊은 맛에 대한 대비와 함께 생속과 썩은 속 이야기에 오래 눈길이 가더라.


"아픔은 사람을 사무치게 만든다. 그리고 사무침은 사람을 의연하게 만든다. 그래서 임하의 아이들은 열 살만 넘으면 대개 의젓해졌다. 그 의젓함은 특히 여자들이 그랬다.

어른 중에도 간혹 자발없고 참을성없는 이들이 있긴 했다. 누가 무슨 일에 울고 짜고 요란을 떨면 '쯔쯔, 생속이라 그렇지!'라며 바야흐로 속이 익어가는 과정을 가엾게 여겼다. 

생속의 반대말은 썩은 속이었다. 속이 썩어야 세상에 관대해질 수 있었다. 산다는건 결국 속이 썩는 것이고 얼마간 세상을 살고 난 후엔 절로 속이 썩어 내성이 생기면서 의젓해 지는 법이라고.  그렇게 조금씩 속이 썩은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먹는 것이 배추적이었다(P17)


오관을 거쳐 가는 모든 감각들을 생생하게 느껴보는 것이 곧 삶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게 고통인지 쾌감인지 굳이 분별하려고도 말고 지나가는 것을 그저 느끼기만 할 줄 알면 삶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그걸 표현해 낼 수 있는 도구 하나쯤만 가진다면 인생은 아연 풍성해진다. 그게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예술의 형태를 띨 필요도 없다. 그저 웃음이나 심호흡이나 몸짓 만으로도 충분하다.(P227)


인터넷 교보문고의 서평을 보면 이 책은 슬쩍 서러운 고향의 맛에 대한 헌사이며 스러져가는 옛 것에 보내는 연서요, 융숭깊은 삶의 지혜로 그득한 인생론이라고 표현했네.


맛은 추억이다.

너희들에겐 어떤 그리움이 있을까?


<여자전>은 한국 현대사를 맨 몸으로 헤쳐나온 여자들의 이야기야. 부제는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예스 24의 책 소개로 대신할게 

역사 속에 던져진 일곱 여자의 이야기우리는 삶의 크고 작은 토막들을 통틀어 ‘이야기’라고 부른다. 영화도 소설도 노래가사도 역사도 체험도 모조리 이야기라는 말 속에 녹여낸다. 선현들은 그런 이야기를 전이라는 형식으로 묶어내기도 했다.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박씨전이 그런 것들이다. 이 책 『여자전女子傳,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는 한국 현대사를 맨몸으로 헤쳐 온 여자들의 이야기다. ‘내 살아온 사연을 다 풀어놓으면 책 열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흔히 말하는, 역사 속 이름 없는 일곱 여자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 지도 모른 채 한국 현대사의 복판으로 던져졌다. 해방이 되었지만 그것의 의미를 몰랐고, 전쟁이 일어났지만 누가 누구를 향해 총을 쏘고 있는지도 몰랐다.

피난길에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산에 올랐다가 동상으로 발가락이 빠져버린 지리산 빨치산 하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만주에 갔다가 중국 팔로군이 되어 마오쩌둥의 대장정에 참여한 뒤 중공군의 자격으로 한국전쟁에 투입됐던 여자 군인 하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차에 올라탔다가 만주에서 일본 군인의 성노예 생활을 하느라 자궁까지 적출당한 위안부 하나. 월북한 좌익 남편을 기다리며 수절한 안동 종부 하나. 50년을 죽은 사람만 쳐다보며 살아온 옛날식 미혼모 하나. 피난지 부산에서 우연히 창문 너머 춤을 배웠던 춤꾼 하나. 전쟁을 참혹하게 겪지는 않았으나 일상 속에서 남성과의 전쟁을 누구 못지않게 가혹하게 치른 미술관 주인 하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겪어야 했던 이들의 애절한 삶 속에는 한국 현대사의 파편이 곳곳에 박혀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내 인생이 처절했노라고 한숨 쉬고 앉아 있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통 속에 내던져졌지만 두 발로 똑바로 서서 수난의 세월을 헤쳐 나왔다. 빨치산에서 탁월한 세일즈우먼으로, 팔로군에서 의사와 기공수련가로 변신했다. 황진이보다 더 혁명적인 춤꾼, 문화계를 선도하는 걸물,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유치원 원장이 되었다. 자신의 인생을 가꾸고 이웃의 인생에 애정을 베풀며 살아왔다. 그것은 무슨 무슨 이념 때문도 아니고, 거창한 역사의 진보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오롯이 휴머니즘, 인간애다. 이렇듯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 수난을 털어내는 유머를 껴안고 살아온 일곱 명의 인생행로는 한국 사회가 전쟁과 분단, 가난과 독재를 딛고 발전하는 힘의 바탕이었다.

난 이 분들 중 안동 종부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더라. 인생이 허쁘다는 말은 이 할매의 인생 자평!!온라인으로 우리들의 독서이야기를 계속할 수 있어 참 좋다.꼭 이 책에 대한 이야기일 필요는 없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각자의 경험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평소엔 시간대가 겹치거나 너무 멀리있어 모임에 나오기 어려웠던 친구들(특히 미쿡)도 많이 동참해주길 기대할게.우리들의 인생이야기가 아연 풍성해지고 은성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