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비가 촉촉히 대지를 적신 지난 12월 17일 정독도서관에 모여 테드 창의 소설 <숨(exhalation)>을 읽고 참석자들이 진진한 토론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 동안 독서모임의 내용정리는 강신영이 해주었습니다. 읽은 책을 요약정리하고 모임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꼼꼼하게 기록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신영이가 수고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숙희와 옥규도 정리해서 글과 사진을 올리느라 수고를 많이 했네) 모임의 내용을 속기록사처럼 바삐 기록하느라 정작 신영이는 느긋하게 토론에 참석하거나 의견을 내놓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신임 회장 한의순이 건설적인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은 내용만 정리해서 게시판에 올리고 그 책을 읽고 토론하며 내놓은 각자의 의견이나 생각은 그 밑에 댓글로 남기면 좋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책은 읽었지만 사정이 있어 모임에 못나온 친구들도 의견을 남길 수 있으니 온라인상에서도 독서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서 더 좋은 방안이 도출되기를 바랍니다. 신임회장 한의순의 명을 받아 이번 테드 창의 소설 <숨(exhalation)>을 아래에 요약 정리해 보겠습니다. 에휴~ 소설이 어려워서 머리를 쥐어짜며 읽었더니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저의 능력상 장님 코끼리 말하듯 정리할 수밖에 없음을 양지하기 바랍니다.
이 소설은 9개의 중단편으로 구성된 SF소설입니다. 저자는 소설 속에 과학, 철학, 의학, 천문학, 고고학 등을 넘나들며 폭넓은 지식의 현란한 향연을 펼치고 있는데 대부분 인문학 전공자인 우리는 SF라는 장르가 낯설고 어렵다고 느껴서 힘들게 읽었음을 공감했습니다. 이 어려운 소설을 읽어내고 심도 있는 토론과 다양한 의견을 내놓은 우리 동기들의 지적 호기심과 열공 분위기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낍니다. 각설하고 책을 요약정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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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이 소설은 (이라크)바그다드에서 태어난 무역상 이븐 압바스가 칼리프(이슬람교 대교주)에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고해)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부유했던 압바스는 호화로운 물건을 사들이고 자선을 베풀어도 별로 마음의 위안이 안 되었다. 금속 세공사의 거리 한 점포에서 가게주인인 연금술사 바샤라트를 만나 ‘세월의 문’을 통해 과거(20년 전)와 미래(20년 후)의 자신과 만난다. 세월의 문을 통해 비록 과거나 미래는 볼 수 있었지만 그것을 바꿀 수는 없었다. 압바스는 미래에서 자신이 사업차 먼 곳에 갔을 때 아름답고 사랑스런 아내 나쟈가 사고를 당해 죽는 것을 본다. 그 미래가 도래했을 때 나쟈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여 먼 길에서 돌아와 아내를 구하려고 하지만 나쟈는 자신이 미리 보았던 대로 무너진 모스크사원의 담장에 깔려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죽고 만다. 다만 아내가 임종의 순간에 자신에게 남긴 “짧은 일생이지만 함께한 시간 덕분에 행복했다”고 한 말을 간호인에게서 전달받는다.
압바스는 우리가 과거나 미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예기치 않은 일과 만날 수 있고 , 그것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으며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다고 하는 이슬람적 세계관으로 이야기를 맺고 있다.
두 번째 소설 <숨(exhalation)>
소설의 화자는 해부학자이다. 그는 새해를 알리는 시계탑의 시계가 빠르게 간다는 사실이 뇌의 인식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그동안 자신의 연구과제였던 뇌의 기억과 저장의 문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고 공기를 공급할 6일치 허파 12개를 달고(왜? 사람들은 매일 공기를 가득채운 2개의 허파를 소비. 매일 가슴에 빈 허파를 꺼내 공기를 충전소에 가서 충전해서 교환한다. 공기가 소진되면 죽기 때문)자신의 뇌를 직접 해부하며 그 상세한 과정을 기록한다.
자신의 뇌를 해부해서 얻은 결과
(1) 그동안 인간의 모든 경험은 뇌의 금으로 된 얇은 박판에 새겨진다는 것이 통설이었다.(각인주의자들의 주장) 해부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뇌의 박판 금박 조각과 공기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공기는 우리의 사고를 발생시키는 엔진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고 우리의 사고가 각인되는 바로 그 매체였다. 우리라는 존재 자체가 공기 흐름의 패턴이다. 나의 기억은 뇌의 박편에 패인 홈이나 개폐기의 위치에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공기(아르곤)의 흐름으로서 각인되는 것이다.
(2) 그동안 우리는 공기(또는 아르곤)가 생명의 원천이라고 생각는데 생명의 실제 원천은 공기가 아니라 기압차이이다. 공기는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낮은 공간으로 흐르는 현상처럼 우리는 실제로 공기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압의 공기를 저압의 공기로 바꾸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나는 이 우주의 압력 평형화에 기여하고 있다. 생각하는 행위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을 할 때마다 우리는 치명적인 평형 상태의 도래를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3) 그렇다면 왜 시계가 빨리 간다고 느낀 것일까?
우리를 에워싼 대기의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시계가 빨리 간다고 느낀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하늘은 무한히 높지 않고 우리 세계는 돔 모양이고 우주는 열린 우물이 아니라 봉인된 방이다. 공기는 그 방 안에서 지하저장고의 공기와 동일한 기압이 될 때까지 점진적으로 축적된다. 따라서 압력이 커졌다는 것은 기압의 균등화 과정이 가속화되는 것이고 이런 현상은 결코 막을 수 없다. 결국,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공기는 균등하게 배분될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한 지점의 공기가 다른 지점의 공기보다 짙거나 희박한 현상이 사라지면서 압력의 종말, 동력의 종말, 사고의 종말이 올 것이다. 결국 인류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므로 소설의 화자는 진정한 생명의 원천과 생명 종언의 방식을 어떻게 이해하게 됐는지 설명하기 위해 여기 동판에 글을 새겨 남기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탐험자들(외계인?)이 우주의 통로를 뚫고 지구를 탐험하러 오는 날 동판에 각인된 글을 해독해 주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에게는 언젠가는 모든 것이 끝나도 슬퍼하지 말라고 하며
“우리가 이룬 것들, 살아온 삶들은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경이로움에 묵상하고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라.” (87쪽)
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왜 소설의 제목이 숨(exhalation)일까? 궁금하다.
exhalation은 호흡(呼吸)에서 호 즉 내쉬는 날숨이다. 흡 즉 들숨도 있는데 테드 창은 왜 날숨을 강조한 것일까? 뒤쪽에 있는 창작노트를 보면 테드 창은 이 소설의 영감을 2개의 글에서 얻었다고 한다. 하나는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전기 개미>이다. 주인공이 병원에 갔다가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슴을 열고 감긴 천공 테이프가 풀리면서 주관적 경험을 형성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이야기다. 또 하나는 로저 펜로즈의 저술 <황제의 새 마음>이다. 펜로즈 박사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이자 수학자로 스티븐 호킹과 공동 연구를 한 인물로 유명하다. 펜로즈 박사는 에너지 보전 법칙에 의하면 우리의 몸은 흡수하는 것과 거의 같은 비율로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한다. 우리 몸이 발산하는 열은 고엔트로피 형태의 에너지이고 무질서가 높은 반면 우리가 흡수하는 화학적 에너지는 저엔트로피 형태이고 무질서도가 낮다고 한다. 사실상 우리는 우주에 끊임없이 무질서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펜로즈 박사의 이론에 착안해서 소설을 쓴 테드 창은 인간이 날숨(exhalation)으로 뿜어내는 방대한 무질서로 점점 혼탁해지는 세상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세 번째 소설 <우리가 해야 할 일 >
절대적인 예측능력을 가진 리모컨모양의 예측기가 있다. 사람들이 예측기를 누르고 변경 불가능한 미래를 경험한다. 그리고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필사경 바틀비(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빈의 단편소설. 미국 뉴욕의 월가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했던 성실한 필경사 바틀비가 어느 날부터인가 노동을 거부하고 아무 것도 안하며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처럼 자발적행동을 중지한다. 삶의 모든 행동을 포기하는 병에 걸려 음식물 섭취도 거부한다. 이 병은 일종의 깨어있는 혼수상태인 무동무언증(無動無言症) 곧 식물인간처럼 몸을 움직일 능력은 남아있어도 움직임에 대한 욕구는 사라지는 병이다.
저자는 철학적 명제인 ‘자유의지’를 부정하면서도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설령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어도 스스로 내리는 선택에 의미가 있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무엇을 믿는냐이며, 이 거짓말을 믿는 것이야말로 깨어 있는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명의 존속은 이제 자기기만에 달려 있다.” (95쪽)
네 번째 소설 <소프트웨어객체의 생애주기>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한사람은 전직 동물조련사 애나이다. 애나는 실직 후에 친구 로빈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블루감마사에 취직을 권유받고 취직하여 가상세계에 사는 인공지능 애완동물인 디지언트를 육성하고 학습시키는 일을 담당한다. 또 한사람은 블루감마사의 디지언트용 아바타 디자이너인 데릭이다.
블루감마사의 제품 담당자들이 아기 동물 아바타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로봇 아바타를 제작하여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다. 그런데 디지언트가 진화하면서 재미를 뛰어넘는 수준을 보이자 유저들이 정지시켜버렸고(동물안락사와는 달리 디지언트는 실행을 정지시키는 것) 블루감마사의 사업은 쇠퇴하고 마침내 폐업을 하게 된다. 자원봉사자들이 유기된 디지언트의 새로운 입양처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하거나 자식처럼 키우면서 애정을 쏟는다. 5년간 디지언트를 훈련시킨 애나는 이들과 애정이 쌓였고 특히 디지언트 잭스(연마된 구리로 만들어진 네오 빅토리아풍의 로봇)를 사랑으로 키운다. 잭스는 애나가 돈을 벌기 위해 자신과 놀아줄 수 없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직접 돈을 벌고 싶다고 한다. 데릭도 동일한 게놈으로 만들어진 2년차의 형제 같은 디지언트 마르코와 폴로를 키우면서 진화되는 그들로부터 끝임 없이 제기되는 고차원적인 질문을 받는다.
디지언트들과 유저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가상공간 데이터 어스가 다른 회사에 병합되면서 블루감마사의 디지언트들은 활동공간을 잃게 되자 애나와 데릭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구직제안과 사업을 설명하는 회사는 다음과 같다.
(1) 폴리토프사
훈련담당자가 인스턴트라포르(스마트 경피 패치)를 모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한다고 한다. 여기에 옥시토신-오피오이드 혼합제제의 약물을 투여함으로서 훈련자들이 디지언트에 애정을 느끼도록 그들의 뇌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도록 한다는 것이다. 애나는 전혀 사랑스럽지 않은 디지언트를 사랑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약물을 인위적으로 주입한다는 것에 공감하지 못한다.
(2)엑스포넨셜사
가사도움 로봇제작사인 이 회사는 고전적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애나는 이 회사가 디지언트에게 존중을 제공할 생각이 없음을 알고 실망하며 회사와의 미팅은 실패로 끝난다.
(3)바이너리 디자이어사
디지언트가 사랑에 빠지도록 디지언트를 진짜 인격을 지닌 섹스 파트너처럼 만들려고 한다. 디자이너사와 상담 중에 애나가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답한 회사의 답변 내용이 흥미롭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단계로 회사 측은 애나에게 디지언트가 섹스에 눈뜨게 하고 섹스를 탐구하는 훈련을 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는다. 애나는 이 제안에 디지언트를 통해 변태성욕을 대중화시키려고 하는가? 반문한다. 그리고 건전한 섹스의 개념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건전한 섹스의 개념은 시대 변천에 따라서 확장되는 것이고, 변태라는 것은 단지 사회가 개인의 욕망에 비정상적이라는 낙인을 찍은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디자이어사에서 개개의 디지언트는 자기와 완벽하게 맞는 섹스 파트너와 짝을 이루게 하여 디지언트의 성적 충족을 극대화하겠다고 한다. 애나는 무심결에 “하지만 진짜가 아니잖아요?”라고 답한다. 이에 디자이어사에서는 애나에게 인간이 디지언트에 대해 갖는 감정은 진짜이고, 디지언트의 감정 또한 진짜라고 하면서 성적인 관계는 왜 진짜가 될 수 없느냐고 반문하자 애나는 당혹스럽다.
애나는 디자이어사가 디지언트에게 약물을 투여하고자하는 것을 반대한다. 데릭은 애나가 잭스를 위해 혹 폴리토프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훈련담당자인 애나는 약물을 투입하게 되므로 자신이 바이너리 디자이어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데릭은 애나를 마음속으로 사랑하므로 애나가 폴리토프사에 취업해서 뇌에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보다 자신의 디지언트인 마르코의 뇌에 화학적 조작이 가해지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다. 비록 그런 결정으로 애나와의 교류가 끝난다고 할지라도 그녀를 마르코보다 더 사랑하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다.
데릭의 취업으로 디지언트의 활동공간을 얻게 된 애나는 앞으로 잭스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논쟁과 타협도 하면서 희생을 감내하며 살아갈 세상을 꿈꾼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희생이 기꺼운 것처럼 잭스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결심한다.
테드 창은 이 소설에서 AI 로봇이 살아있는 반려동물보다 인간과 더 가까워지는 시대가 도래할 때 우리는 그런 AI 로봇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고 취급하며 그들과 어떻게 교류해야하는지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이에 대해 새로운 모럴을 고민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다섯 번째 소설 <데이시의 기계식 보모>
수학자 레지널드 데이스는 아내 에밀리가 아들 라이어널을 낳다 죽자 인간 보모를 고용해서 아이를 양육한다. 몇 년 후 데이시는 인간 보모가 자신의 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주기적으로 매를 때리고, 독한 설사약까지 먹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기계식 보모를 만들었다. 기계식 보모는 인간처럼 변덕스럽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평형심을 유지하는 양육법을 실시한다. 그런데 데이시가 이 기계식 보모를 제작하여 판매한 후에 이 기계식 보모를 매입한 한 고객이 불법으로 기계를 개조하여 기계의 메인 스프링이 파손되었고 영아가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나자 기계식 보모는 더 이상 판매가 안 되어 방치된다.
데이시의 아들 라이어널 역시 기계식 보모를 이용하여 자기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하고 간난 아이를 입양하였다. 라이어널의 아들 에드먼드(실제는 라이어널과 하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로 밝혀짐)는 2살까지 기계식 보모에게 키워졌다. 에드먼드가 3살 때 라이어널은 아들이 인간 보모에게 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인간 보모에게 에드먼드를 키우게 한다. 그런데 에드먼드는 얼마 후 정신박약 판정을 받고 브라이튼 정신요양병원에 입원하고 그곳에서 키워진다. 이 병원 고문인 새커리 램셰드 박사에 의해 밝혀진 내용은 에드먼드는 기계식 보모에서 양육되다가 인간 보모의 손으로 키워지면서 발생한 특이 변종이라고 한다. 에드먼드가 기계식 보모에게 키워져서 정신박약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보모가 키우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에드먼드가 다시 기계식 보모를 접하자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라이어널은 이 모습을 보고 자신이 아들의 두뇌 성장을 어떤 식으로 저해했는지 알게 되었다. 기계와 너무나 긴밀하게 결합되어 다른 인간을 인식할 수 없는 아이로 만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테드 창은 뒷부분의 <창작노트>에서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 존 B. 왓슨의 오류를 지적한다. “자기 아이를 쓰다듬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때면 어머니의 사랑이 위험천만한 수단임을 기억하라” (502쪽)는 왓슨의 이론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기계식 보모의 양육을 연상시킨다. 이런 왓슨의 양육법으로 키워진 왓슨의 자식들은 장성해서 우울증에 시달렸고, 자살을 한 자식도 있다고 한다.
나는 테드 창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엄격하게 아이의 버릇을 다루는 구식 육아법에 반대하고 상식과 애정 · 유연성을 강조하며 아이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키우는 새로운 육아법을 제창한 벤저민 스폭 박사가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컸던 스폭 박사의 육아법 역시 제멋대로인 버릇없는 아이들로 성장하게 했다며 큰 비판을 받았다. 당대의 유명한 학자들이 주장하는 올바른 육아법을 따라서 하다가 그 양육법이 잘못된 것이라면 우리는 그 피해를 어디에 가서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아이를 최선을 다해 양육했으나 아이가 말썽을 피우자 화가 나서 이런 말을 했다. “아이를 다시 정자와 난자로 분리에서 뱃속으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난자와 정자로 분리했다가 재결합시켜 다시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과연 올바른 육아법으로 완벽하게 키울 수 있을까?
여섯 번째 소설 <사실적 진실, 감정적의 진실>
저럴리스트인 이 소설의 화자는 두 개의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하나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읽거나 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도래하여 글 쓰는 능력을 상실해 가는 세상을 말하고 있다. 새로운 테크놀노지가 도입될 때마다 환영했던 이 저럴리스트는 웻스톤사가 개발한 신종 검색 툴 리멤(기억보조장치)이 나오자 우려가 된다. 인간의 자연기억을 대체 해줄 도구인 리멤은 몸에 장착된 개인 카메라로 자신의 삶 전체를 기록하는 라이프로그를 유지한다.
리멤은 사람들이 논쟁을 하다가 사실을 확인하고 엄밀하게 진실을 추구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을 기억하게 하는 독으로 작용했다. 제작사의 대변인에게 이런 리멤이 언쟁을 벌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자 대변인은 리멤에는 상대의 흠을 찾는 경향을 강화하지 않았고 그런 경향은 당사자들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했다.
소설의 화자는 리멤을 사용하면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몇 가지 열거하고 있다. 우선 검색자체가 일상적인 행위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사고 과정 자체가 통합되어 가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용서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망각을 해야 하는데 삭제 불가능한 동영상을 통해 악행의 모든 세부적 상황을 고착화시킴으로서 용서의 전제 조건인 연화를 원천 봉쇄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어떤 특별한 기억 예를 들어 향수(鄕愁)같은 것도 의미가 없어지게 되면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서사가 사라지게 된다고 염려하였다.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은 아프리카 서부 나이지리아에 인접한 티브족 거주지역에 유럽인 선교사 모스비가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변화이다. 당시 13세였던 부족의 소년 지징기는 선교사로부터 종이뭉치(성경)의 내용을 들으면서 사람의 말보다는 종이에 쓰인 글을 더 믿게 되고 부족 장로의 권위를 무시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선교사는 당신들이 모두 아담의 자손이라고 하자 트브족은 누구의 자손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인다. 지징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 부족에게는 사실이라는 말에 해당하는 단어가 2개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사실적 진실인 ‘보우’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적 진실인 ‘미미’ 2개의 진실이 있다고 한다. 옳을 때는 ‘미미’라고 하고, 정확할 때는 ‘보우’라고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미미를 말하면 보우라고 말하지 않은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란다.
저럴리스트인 화자는 구전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문화는 청중에게 맞게 변화했고, 과거의 지식은 현재의 필요성에 맞춰 점진적으로 조정되었다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구전문화가 글의 도래를 막지 못했듯 디지털적 기억으로 가는 추세도 막지 못한다면 최선의 선택은 그 장점을 찾아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리멤이란 기억보조장치를 사용하더라도 당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충고한다. 그래야만 과거의 수치스런 행위를 미래에 반복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일곱 번째 소설 <거대한 침묵>
이 소설의 화자는 앵무새다. 이 앵무새는 멸종 위기의 새로 한때 열대우림 리오 아바호(푸에르토리고) 숲에 넘쳐났다. 앵무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외계지성을 찾기 위해 아레시보(푸에르토리고 아레시보 남쪽에 위치한 전파천문대에 설치된 전파망원경)를 이용한다. 이 전파망원경은 우주 건너편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고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수신기(귀)이자 송신기(입)이다. 그런데 인간은 정작 자신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나(앵무새)와 나의 동료 앵무새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내는 소리는 우리의 의도인 동시에 우리의 생명력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것은 바로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차용한 것으로 소설의 저자는 “나는 말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네) 오로지 발성 학습을 하는 종만이 신화에서도 소리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 푸에르토리고 앵무새도 인간의 신화보다는 단순하지만 고유의 신화가 있다. 슬프게도 우리의 신화는 우리 종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이것은 단지 한 무리의 새의 멸종만이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언어와 의식, 전통이 사라진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활동이 나(앵무새)의 동포들을 멸종 직전까지 내몰았지만 인간이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단지 인간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실로 아름다운 신화를 창조했을 뿐만 아니라 위대함을 간직한 종이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인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니 아레시보에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앵무세가 우리에게 남긴 메세지
“잘 있어. 사랑해”
여덟 번째 소설<옴팔로스,고대 그리스인들이 델포이 신전에 세운 ‘세상의 배꼽’이라는 뜻의 돌>
이 소설의 화자는 보스톤에 있는 자연철학 박물관 소속 고고학자 도러시아 모렐 박사로 소설은 기도문 형식을 띠고 있다. 모렐 박사는 시카구에서 강연을 하고 강연 후에 그곳에 사는 사촌 로즈메리 부부와 호텔에서 만나서 식사한다. 로즈메리가 시카구의 교회에서 전시되는 (칠레)아타가마 (배꼽 없는)미라 전시장에서 구입한 사슴의 대퇴골이 진짜인지 감정해달라고 한다. 그곳에서 선이 없는 특별한 전복껍질도 팔고 있다는 얘기를 사촌에게 듣고 결코 일반인이 소장할 수 없는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에 의문을 느끼고 미라 전시장을 찾아간다.
이 특별한 전복껍질은 특정 대학 지원으로 산타로사 섬에서 발굴된 태초의 전복으로 개인은 소장할 수 없다. 담당자에게서 마틴 오스본이란 사람이 기부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유물이 도난품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모렐 박사는 기부자를 찾는다. 확인 결과 오스본은 오클랜드 소재 알타 칼리포르니아 대학 자연철학 박물관 관장 네이션 매컬러의 딸 윌헬미너로 그녀가 가명으로 박물관에서 훔친 유물을 기부한 것이다. 모렐 박사를 만난 윌헬미너는 자신이 도둑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도둑은 자기 이익을 위해 훔치지만 자신은 신의 창조물이 박물관 캐비닛에서 썩고 있기에 신을 위해 유물을 취했다고 한다.
모렐 박사는 맥컬리 관장 부부와 만나서 그들의 딸이 박물관 소장의 유물을 훔쳐서 기부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맥컬리 관장의 아내는 남편이 강의에서 과학적 탐구가 어떻게 가장 굳건한 신앙적 기반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 얘기했고 그런 그를 존경해서 그와 결혼했다고 한다.
윌헬미너는 유물을 훔쳐서 기부한 이유로 아버지(매컬러 관장)가 로슨이 쓴 천문학논문 ‘태양과 에테르의 상대운동에 관하여’를 읽고 신앙심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항성(핵융합반응을 통해서 스스로 빛을 내는 고온의 천체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은 태양이다) 이 그동안 우리 지구를 특별한 존재로 상기시켜주는 배경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항성을 통해 지구를 창조한 신의 독창성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천문학 논문에서 새로운 항성인 ‘에리다누스자리 58(에리다누스의 주계열성이다. 주계열성은 수소핵융합으로 헬륨과 에너지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 별은 유사 태양으로 분류되며, 태양과 물리적 제원이 유사하고 인간으로 치면 청년기에 해당하는 젊은 항성이라고 한다.)을 발견하였고, 이 항성이 우리 지구를 향해 다가왔다가 초속 몇 천 마일로 멀어지는 것을 되풀이 한다고 했다. 이것은 모든 항성내부에 파동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의 태양은 특별하지 않은 것이 된다.
매컬러 관장은 이 논문을 보고 과학은 진리만이 아닌 (신의) 의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고, 아들의 죽음에도 신의 의도가 있다고 믿었다는데 그런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 그의 딸 윌헬미너는 천문학 논문은 망원경을 통해 본 것에 불과하고 자신이 기부한 유물은 모두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신의 증거물이라고 항변한다.
진리와 의도가 동일하다고 믿었던 모렐 박사도 지금까지의 믿음에 동요가 일어난다. 진리와 의도 이 둘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모렐 박사는 사촌 로즈메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쓴다.
로슨의 논문은 인간이 창조의 중심이 아니라는 최초의 진지한 주장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종이 옴팔로스가 맞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존재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야 할 것이다. 비록 로슨의 발견으로 우리의 믿음에 동요와 불안감이 생기지만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의혹의 숲을 헤쳐 나아가 전진할 길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우리 서로의 응원이다.
소설의 끝부분은 모렐 박사의 기도문인데 박사는 우주가 창조된 이유가 아닌 우주가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싶고, ‘왜’라는 질문이 아닌 ‘어떻게’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앞으로 계속 탐구하겠다고 한다. 탐구야 말로 자신이 존재하는 목적이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는 내용으로 모렐 박사는 기도를 끝낸다.
아홉 번째 소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이 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는 셀프토크사의 프리즘 매장에서 직원 냇이 중고 프리즘(prism)을 매입하며 보는 세상이다. 프리즘의 정식명칭은 ‘플라가Plaga 세계 간 신호 메커니즘’의 약자이다. 프리즘은 빨간색과 파란색 2개의 led 등이 있는 두 갈래의 우주가 공유하고 있는 메모패드와 유사하다. 프리즘은 이 두 갈래의 우주파동함수 사이의 정보 전송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프리즘은 새로 분기된 두 개의 시간선Timeline을 만들어내고, 이 두 평행우주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렇게 한 사람이 다른 세상 - 평행우주의 다른 장소 - 에서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와의 통신이 가능하다.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메모패드가 한 장씩 차례로 뜯겨나가는 방식이다. 메모패드를 다 쓰면 더 이상 정보교환이 불가능하여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 후에 영원히 상호 연락이 두절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심리상담사 데이나가 자신의 환자를 상담한 내용이다. 정기적으로 데이나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테레사는 습관적으로 더 나은 남자친구를 찾으려고 한다. 지난주 상담에서 테레사는 옛 남친 앤드류와 우연히 마주쳤다는 얘기를 했다. 오 년 전 앤드류는 테레사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했고, 지금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녀는 프리즘을 통해 만약 자신이 앤드류와 결혼했다면 그 결과는 어떤 버전인지 찾아보고 싶어 했다. 테레사는 그 버전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란 결과는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앤드류의 청혼을 거절한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위안을 받고 싶고 그래야만 잘했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이야기는 프리즘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중독자 모임에서의 이야기다. 평행자아를 남겨둔 채 다른 선택을 하고 이직하여 승진하지 못한 라일의 불평이다. 평행자아가 남겨진 세계에서 승진한 자신을 본 라일은 프리즘 탓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심리상담사 데이나 자신의 이야기다. 데이나에게는 고교시절 단짝 비네사가 있었다. 비네사는 개성 강하고 틀에 맞추어 살기를 거부했던 친구이다. 수학여행 때 발각된 마약성 진통제가 모두 비네사 것이라고 선생님에게 고해바쳤다. 그 후 비네사는 데이나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며 데이나를 만날 때마다 돈을 요구한다. 데이나는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고 프리즘을 통해보니 다른 세계의 모든 비네사들은 마지막에는 결국 자멸적인 행동 패턴에 빠졌고, 모든 데이나들은 무슨 행동을 했든 결국 자신을 탓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는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했던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결과를 모조리 검토하고 다른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과연 정반대의 선택을 한 또 다른 나는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단순한 명제를 떠올렸는데 테드 창은 너무 어려운 말로 아래와 같은 부연설명을 하고 있다.
테드 창의 창작노트를 보면 만약 양자역학의 다세계(테드 창은 양자역학의 다세계를 수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초경험적인 것의 존재나 본질은 인식 불가능하다고 하는 불가지론의 입장을 취한다고 했다.)의 해석이 옳다고 해도 우리가 내린 모든 결정이 상쇄되고 윤리적 무게가 무효화되지 않는다고 하네.
뭔 소리인지??? 어렵다! 잘 모르겠다!
나의 소설 요약정리가 여러분의 머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면 아래의 음악을 듣고 지근거리는 머리를 식혀보시기를
Dana Winner가 부른 ‘One Moment In Time’
가사가 좋아서 아래에 적어 놓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embed/Tb6AW00DgTI
Each day I live
I want to be a day to give the best of me
I'm only one but not alone
My finest day is yet unknown
I broke my heart for every gain
To taste the sweet I faced the pain
I rise and fall yet through it all this much remains
I want one moment in time
When I'm more than I thought I could be
When all of my dreams are a heart beat away
And the answers are all up to me
Give me one moment in time
When I'm racing with destiny
Then in that one moment of time
I will feel, I will feel eternity
I've lived to be the very best
I want it all, no time for less
I've laid my plans
Now lay the chance here in my hands
Give me one moment in time
When I'm more than I thought I could be.
When all of my dreams
Are a heartbeat away
And the answers are all up to me
Give me one moment in time.
When I'm racing with destiny
Then in that one moment in time.
I will feel, I will feel eternity
You're a winner for a lifetime
If you seize that one moment in time
Make it shine
Give me one moment in time
When I'm more than I thought I could be
When all of my dreams
Are a heartbeat away
And the answers are all up to me
Give me one moment in time
When I'm racing with destiny
Then in that one moment in time
I will be I will be free
와우!!!
인숙아♥
애썼네~~
난 어려워 읽기도 힘들었는데
잘도 요약해줬구나.
네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 나눔을 들으며 아하~하며 쬐끔..ㅎㅎ
어려웠다네.
김인숙 작가님이니 이렇게 하셨오~
지난 1년 독서모임에 참석하며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
강신영회장과 임원진께 감사해요.
특히 독서모임을 이끈 강숙희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책 읽기도 행복했고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와 정에 즐거웠어.
함께한 친구들도 고마워♥
내년을 기대하며...
<숨>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정작 <숨>보다는 첫번째 소설 <상인과 연슴술사>와 여섯번째 소설인 <사실적 진실과 감정적 진실>이 가슴에 와 닿았어.
주인공인 압바스는 성공한 상인으로 매우 부유하고 주변의 존경과 인정도 얻었지만 정작 본인은 20년 전 죽은 아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무의미한 삶을 살았잖아. 그러다 우연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세월의 문을 알게되고 이번엔 아내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돌아가잖아. 그러나 과거로의 여행은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었고 그 무엇으로도 과거를 지울 수 없었으나 그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결과적으로 그의 삶이 바뀌게 되는 것이 감동적이었어.
회개는 단순히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바라보고 이제까지 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어느 신부님의 말이 오버랩되면서 죄책감에서 벗어나 아내의 순수한 사랑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압바스가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결말에 안도했어. 과거에 매여 현재를 불행하게 사는 이들에게 과거 경험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면....
친구들은 만약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거보다는 미래로 가고 싶다고도 이야기했어. 우리 각자에게 남은 삶의 길이를 알면 갑작스런 죽음에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삶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어떤 친구는 그러고 싶지 않다며 언제 죽더라도 미련남지 않도록 그냥 현재에 만족하며 살고 싶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
얼마 전 다음 생의 만남을 약속하고 떠난 명숙이를 떠올리며 우린 잠시 사는 문제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조숙해던 윤경옥의 초등 6학년 에피소드때문에 다 함께 웃었어.
경옥이는 당시 좋은 중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다가 문득 이렇게 열심히 살면 어떤 것을 내가 성취할 수 있을까를 따져 보았는데 결국은 죽음으로 끝나는 인생에 충격을 받고 담임샘에게 이 문제를 질문해 보기로 했대. "선생님은 왜 열심히 사세요?" 선생님은 뭐라 답하셨을까? 어린아이의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오해하셨던 샘은 경옥에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셨대. 근데 사단은 그 날 집에 가서였어. 집에 가서 화가 잔뜩 난 엄마에게 혼이났는데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경옥이가 죽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을 했다는거야. 엄마 입장에선 담임 샘의 전화를 받고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경옥인 6학년때 어찌 저런 철학적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적 진실과 감정적 진실은 읽으면서 자주 읽기를 멈춘게 내 경험이 떠올라서야. 기억이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나는 스스로 실제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라 믿고 싶어서 얼마나 기억을 편집하고 선별하고 왜곡하며 살고 있는 것인지.....작가도 그런 말을 하잖아. '사람은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 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든 서사이다'
만약에 언젠가 라이프로그가 일상화되고 리멤이 현실화된다면? 디지털 기억의 진짜 혜택은 당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백 번 공감!! 그래서 이젠 우기지 않는다.
이 책이 너무 어려워 읽는데 페이지가 잘 넘겨지지 않았다는 친구들 말에 나도 공감. 그런데도 꽤 많은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이해되지 않지만 공감되는 그 부분에서 의문을 품었는데 독서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답을 찾았다는 한 친구의 말이 귀에 쏙 들어오더라.
옴팔로스에서 인숙이가 정리한 말에도 나오는 '우리 서로의 응원'이라는 말!! 너가 있어 내가 있고 너의 지지와 응원이 모든 불확실성과 혼돈속에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너무 길어졌다.
다음엔 좀 편한 책으로 만나자.
김영하가 쓴 '여행의 이유'를 읽고 각자의 여행 체험담을 나누면 어떨까 싶어.
혹 1월에 책 읽을 여유가 충분한 친구라면 잘 쓰여진 여행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고 .... 예를 들어 박지원선생의 열하일기는?
어려운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눈 친구들, 이걸 또 잘 정리해 준 인숙이 너~~~무 너무 고맙다.
와, 너희들 참 대단하다!
이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다니!
태드창 소설( 당신의 이야기)을 처음 읽었을 때
경외감 까지 느껴지며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놀라워 했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오랫만에 그의 책이 출간 되었을 때
이번엔 어떤 상상의 세계를 그렸을까?
설레며 어떤 건 인내를 갖고 읽으며
그가 얘기하고, 말하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지? 하며
조바심까지 느끼며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인숙아, 애썼어!
이렇게 요약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번 모임에 함께하지 못해 다시 읽지 못했는데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다.
별이 유난히 반짝이는 날,
오리온자리가 떡하니 자리 잡은 날!
우리 친구들 마음에도 별빛이 반짝이기를...
아니 인숙아 웬일이냐 세상에.....
너무 고생했다.
뭘 이렇게까지.....
하긴 네 고등학교 때 공책을 봤을 때 알아봤지만
에고......
독서의 편식으로 마치 날개가 비뚤어진 것 같은 나의 독서 행위 덕에
이 책을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말하자면 좀 한참 묵혀서 읽었다는 얘기.
보통 책을 읽기 전에 자료를 거의 찾아보지 않는데, 이 책의 경우 엥? 이게 무슨 외계어란 말인가? 이런 상상을..... 아니 어떻게.... 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내가 너무 무지하기 때문에, 또 이런 상상의 세계를 그리 많이 생각해 보지 않아서(하긴 상상의 세계도 아니지만) 사전 준비를 많이 하면서 기다렸다가 읽었다.
머리맡에 두고 읽다 두다 읽다 두다 하면서.
밤에는 유트브로 읽어주는 것을 찾아 귀로 여러 편을(부분적이지만) 오래오래 반복해서 들었다.
어느 순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책을 들었는데,
어! 이게 웬일?
재미있는 것이었다. 아니, 재밌는 것도 있었다.;;
읽혀지는 것이 있었다는 얘기.
어머나!
내친 김에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도 찾아 보았다.
책으로 봤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미 영화로 봐 버렸으니....
양자역학에 대해선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고,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시간의 문제였다.
시간의 이동, 과거, 미래의 시간 이런 개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과학을 좋아하는 어떤 중 3짜리 아이가 테드창이라고 안 부르고 테드갓이라고 말하는 걸 들으며 그 사람이 누굴까 생각한 적이 있다.
책을 읽은 적이 없으니까.
그 아이에게 넌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하니? 물었더니 당연하죠! 이렇게 말해서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인간은 비교할 수도 없는 지적인 존재가 이 우주에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얘기.
어머나! 역시 인간은 다양해.....
고등학교 때 물리시간을 생각하면
참 선생님 열심히 가르치신다. 훌륭하다. 하지만 난 자야겠다 끝. 이거였다 나에게는.
왜 중력이, 인력이, 밀도가 궁금한 거지?
끄는 힘, 미는 힘 이런 게 왜 재밌는 거지?
양자, 분자, 원자, 핵... 이런 게 도대체 뭐란 말이야?
가시광선이면 어떻고 적외선, 자외선이면 어떻단 말인가?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그저 세상 빛일 뿐인데.
하늘에 별이 예쁘고 그래서 바라보는 내가 좋으면 되는 거지 왜 계절과 자리와 위치를 알아야 하는 거지? 그것도 자전과 공전을 계산해 가며.
내가 어부라든가 뭐 방랑자라면 몰라도....
이렇게 생각하면서 맹하게 건강하게 자면서 물리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이 하도 재미있어 하는 게 느껴져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멍청히.
그때 눈을 반짝이며 선생님의 호흡을 따라가는 친구들도 있었을 터.
이런 나의 나태와 무지는 인생 전반을 통해 여러 형태로 후유증을 남긴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모르고 있다는 두려움..까지는 아니지만 두려움 비슷한 마음이 있다.
특히 종교와 양자역학의 문제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든지, 이런 종류의 영화나 독서에 대한 기피도 그 중 하나다.
어쨌든 재밌게 읽은 것도 있고 못 읽은 것도 있다.
나도 두 편을 고른다면 숙희랑 똑같다.ㅎㅎ
<상인과 연금술사>와 <사실적 진실과 감정적 진실>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도 <거대한 침묵>도 무릎을 치며 읽기는 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제목이 멋있어서 읽으려 했으나 내 용량에 벅차서 일단 패스.
<상인과...>는 마치 아라비안나이트를 보는 느낌이 들었고, 스토리도 구체적이고 뭐랄까 서사가 있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마음까지 아팠다.
뭐 말만 어렵게 한 거지 뭐 다 우리들이 지향하는 거 아닌가?
근데 이거 내 생각이 맞나?
이러면서.
<사실적...> 은 줄을 많이 그으면서 읽었는데 뭔가 굉장히 마음에 닿았기 때문일 거다.
이 글이 상징하는 바가 참 의미있게 생각되었고, 뭐 별로 멀지도 않은 시간에 우리 세상은(이미 많이 변했긴 했지만) 더 엄청나게 변할 것 같다는, 즉 가치나 방법이 아주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봤다.
이런 주제는 각 편마다 공통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인간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
안으로 갇히지 말고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는 것. 그래야 인연이 보인다는 것?
다시 책을 들어 보니 줄도 많이도 그었고 어떤 부분은 별표도 했고 심지어 접어놓은 부분도 있는데, 역시 정리해 보려 하니 잘 안 된다.
이것도 후유증의 하나.
우습게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거 굉장히 재밌네, 일단 읽어 봐.
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는데 암튼 굉장한 생각들이 들어 있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졌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하게 하라.
누가 알랴, 우주 전체를 상상하고 연결하고 존중하는 그 사람들 덕분에 지구가 전멸하는 걸 막을 수 있을지.
이게 최선을 다해 읽은 나의 테드 창 독후감.
각설하고 우리 '자유의지'를 불태워서 99팔팔+1까지 살면서 고담준론을 이어보자!
생각해 보니 고담준론(高談峻論)은 골치 아프니 저담준론으로 할까?
겨울답지 않게 따스한 날,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
테드 창의 책을 들고 우리가 정독 도서관에서 만나던 날은...
인숙아 ~
우리의 60대에 이렇게 밀도 있는 시간이 비치되어 있었구나.
다들 진지하게 책 이야기를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하며
마음 속에 있는 여러 방들을 열어보게 되었어.
공감하고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좋았어.
아날로그 세대이면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그래도 서로 보듬으며 의지할 친구들이 있어서 참으로 든든하다.
벌써부터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