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환갑을 <세번 째 스무살>이라고 우기며
파티드레스 뻗쳐 입고 송년회를 빙자하여 단체로 <회갑파티>를 하던 날.
명숙이는 초췌해진 얼굴로 조금 늦게 행사장에 도착했다.
친구들이 준비해 둔 분홍드레스를 입고
춤 추고 노래하며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던 친구들은 명숙이 몰래 눈물을 훔쳤다.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
파티 사진이 줄줄이 올라오며 후끈 달아오른 12기 단톡방에
며칠 후에 자신이 담도암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지레 겁 먹고 포기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는 명숙이의 고백이 올라왔다.
단톡방에 있던 100여명의 친구들 모두 그녀의 상황에 깜짝 놀랐다.
어찌 위로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하며 단체로 패닉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긍정의 힘으로 위로해야지.
주여, 기적을 베푸소서.
수술하는 의사의 손을 빌어 치유의 은사를 내리소서.
워낙 예후를 장담하기 힘든 수술이라 곁에서 바라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정작 본인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일상을 잘 꾸려 나갔다.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는 물론 신약 치료까지 묵묵히 잘 받으면서
암세포와 싸우기도 하고 다독여 친구가 되기도 하는 정신력을 보였다.
매일 유쾌한 목소리로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단톡방에다 풀어 놓아
내성적인 친구들의 주춤거리던 마음도 열리게 하였다.
명숙이는 투병 기간 내내 우리 동기회의 구심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3년.
정말로 잘 버티고 열심히 살아 명숙이는 우리에게 좋은 본을 보여주었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과 마주하는 순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지,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지...
이제는 마땅히 가야할 곳으로 잘 돌아가기를 기도한다.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은 세상으로 선뜻 들어가기를 기도한다.
참된 기쁨과 평안이 가득한 곳에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를 기도한다.
명숙아 ~
사랑해요, 고마워요, 존경해요.
친구야 ~
부디 평안히 잘 가시오.
우리들의 로미오, 김 명숙 데레사님이
2019년 12월 8일 낮 1시 경에 소천하셨습니다.
* 빈소 ; 인천 적십자 병원
* 발인 : 12월 10일 오전 8시
* 장례미사 ; 주안3동 성당, 오전 9시
* 장지 ; 부평 승화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우리 친구 명숙아
힘들고 고통스러운 투병의 길을 그토록 씩씩하고 의연하게 헤쳐나가더니
이제 먼 길을 갔구나.
의식이 있던 시간에 너와 나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나눴지.
의식이 희미했던 어제 저쪽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저 바보 같은 건 왜 저렇게 뻘쭘하게 서 있냐 했지.
나는 해 줄 게 없어 너를 오래 안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너의 온기를 온몸으로 느꼈고 그것은 내 마음에 남았다.
너는 웃는 얼굴이 어울린다.
나는 너의 웃는 얼굴을 기억하겠다.
너는 최선을 다 했고 정말 애썼다.
너의 길이 우리의 길이겠지.
편히 가소 우리 친구.
너의 안타까움과 슬픔이 그대로 다가와 그저 소리내어 운다.
잘 가소 우리 친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요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죽음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 죽은 영들이 하는 말이 나와
죽으면 좋은게 뭔지 아냐고.....
더 이상 춥지도 덥지도 않고
아프거나 병에 걸리지도 않고 피로를 느끼지도 않아.
배가 고프거나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늙지 않으며 물질을 통과하고
하늘을 마음대로 날 수 있다는거야.
더 이상 죽음의 고통을 느끼지도 않지.....
명숙인 이제 몸에서 해방되어 자유을 얻었다고 생각해.
곧 천국에 들겠지만 당분간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물지도 몰라.
우리가 볼 수 없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닌거지.
명숙이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던 모든 것이 어떻게 지워질 수 있겠니?
마지막 친구의 얼굴은 그리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어.
이젠 아픔 내려놓고 평온함을 되찾았을 것이라 믿는다.
잘가게, 친구야!! 사랑한다.
꽃에 둘러싸여 웃고있는 명숙이는 여지껏 봐온 중 가장 예쁜 명숙이얼굴이었어
웃는모습이 정말 예쁘더라
내맘에 잘 간직해둘께
좋은곳 그곳에 가서는 고통없이 편안히 지내라
잘가
숙희야 ~
네가 친구들을 대표해서 임종을 지켰구나.
명숙이는 굳이 인천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길 원했어.
평소 사랑해 준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고 싶었던 거지.
적어도 1주일 이상 작별할 시간이 남은 줄 알았어.
그런데 참...
임종을 지키는 사람은 따로 있다던데
숙희가 명숙이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았으니
너희들의 인연이 깊은 모양이다.
고맙다, 숙희야 ~
-김명숙 데레사 주안 3동 성당 발인식에서-
배다리 백일홍 이정원
명숙 데레사야.
오늘 겨울비 내리는 날
지난 삼 년 지독한 아픔 속에서도
오히려 우리에게 활기를 알려 주던 너를
차마 그냥 보낼 수 없어
울지 않으려 입술 깨물며
인일 친구들의 마음을 읽는다 .
그저 쌓여 있는 책들이 좋아 오가던 배다리 책방 길 근처 둔덕에서
색색 가지 백일홍이 모여 핀 꽃밭을 보고 환호한 건
작년 시월이었지.
한 친구의 책방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던 오후였어.
키가 제각각인 그 꽃들의 얼굴이 일제히 하늘로 향한 걸 보며
꼭 우리 한 반, 한 학교 친구들 같다고 하지 않았었니.
나흘 전 송년회 전날 밤 네가 올린 짤막한 글,
-그동안 친구들아 고마웠어. 다음엔 꽃마당에서 만나.-
했던 그곳이 바로 그 백일홍 꽃밭은 아니었을까.
성호를 그으며 함께 기도까지 한 네 눈빛이
다음날 갑작스레 꺼졌다는 말 듣고는
왜관 수도원 뜰 성모상을 안은 모습이 떠올라
그 어머니의 돌 치맛자락이라도 두드리며
왜냐고 하소연하고 싶었어.
그러나 목숨은 소망도 의지의 문제도 아니어서
하늘 꽃밭에 그 누구도 아닌 네가
꼭 필요하셨나 보다고 위안 삼을밖에.
십이월이지만 전례력으로는 벌써 새해이고
너는 어쩌면 기다림 없이 그분 곁으로 갔을지 모른다고 말이야.
연극제에서 훤칠한 모습으로 로미오역을 맡았던 너는
그곳에서도 키 크고 탐스러운 한 송이 백일홍으로 피어 사랑받겠지 분명히.
그러니 명숙 데레사야
남은 이들 걱정에 주춤거리지 말고,
넘어지지 말고 곧장 그분께로 향하렴 .
매일은 아니어도 우리의 모임 시간에는
항상 너를 가운데 두고 기억하리라는 약속은 남길게.
안녕, 안녕
끝까지 빛났던 인일 12기의 쾌활한 로미오야.
정말 잘 가렴.
2019년 12월 10일, 주안 3동 성당에서
12기 친구들의 마음을 모아 이정원 쓰고 읽음.
아래 진혼곡을 한 곡 올릴게. 명숙이의 영혼이 편히 안식하기를 바라며
고 김명숙 부군 혜지양 아버님께서 12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신다며
황망한 중에도 오늘 백만원을 보내셨습니다.
극구 사양하였지만
명숙이 떠나기 전부터 우리 친구들의 극진한 사랑에
조금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간곡한 말씀에
12기 계좌번호를 알려드렸습니다.
가족분들께는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까요?
흐르는 시간밖엔 방법이 없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제 심기일전 하셔서 가족 모두 건강 살피시고
하늘에서도 늘 가족들 생각할 명숙이를 생각하셔서
기운내시기 바랍니다.
댁내 경조사에도 꼭 인일12기에 연락주시기 바라며
후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가 송도에 모여 송년회 하던, 12월 6일 금요일에
서울대 병원에서 부평성모병원으로 옮겼는데
오늘, 12월 8일 일요일 낮에 천국을 향하여 떠나갔구나.
어제, 토요일 아침에 내 마음이 괜히 주체할 수 없이 급해져서
무작정 차를 몰고 달려가서 명숙이를 만났다.
모든 것이 다 불편하다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게 해주십사 간절히 빌었는데
이렇게 꿈결처럼 후루루 ~ 떠났구나. 친구야 ~
이제는 천국에서 네가 진정으로 사모하던 주님을 뵙고
먼저 가신 이들의 영접을 받으며 평안하길 바라오.
부디 이 땅에서의 모든 수고와 염려는 다 내려놓고
아름다운 그곳에서 영생복락을 누리기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