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30_174837.jpg 20190430_175107.jpg 20190510_220314.jpg 네 잎 크로버

 

 

어릴 때 수리조합 둑길을 걸어 학교에 다녔다. 그곳에는 언제나 토끼풀이 구름처럼 소담히 올라와 있었다. 그 길을 걸으며 나는 네 잎 크로버를 한 움큼씩 땄다. 물론 처음에는 잘 찾지 못하다가 어느 날부터 네 잎 클로버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클로버 속에서 네 잎 클로버 찾는 능력은 숙련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네 잎 크로버 찾기는 계속되어 야외만 나가면 한 움큼씩 찾았다.

 

그러다가 장사를 시작하고부터 야외에 나갈 일이 없어졌다. 하루 종일 책을 정리하고 팔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포도청이라는 목구멍을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 후 네 잎 크로버는 절대 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게 젊은 날을 보내고 지금 나는 우리나라가 인정하는 노인 대열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손주들을 데리고 나가 네 잎 클로버를 찾아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손주들은 무언가 선택되어야만 하는 일이 있으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며 네 잎 크로버를 찾았다. 하지만 언제나 찾지 못했다. 나 역시 찾지 못했다.

 

다시 클로버 찾기 시작한 후 얼마쯤 지나 어느 날 네 잎이 눈에 띄었다. 그때부터 다시 내 눈에 네 잎 크로버가 띄기 시작했다. 어제도 나는 네 잎 크로버를 한 움큼 땄다. 손주와 친구들을 불러서 눈에 띄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은 나만 보면 크로버 찾자고 한다.

 

책갈피마다 클로버가 가득하다. 어떤 때는 물 컵에다 꽂아 놓기도 한다. 네 잎 크로버 찾기 능력은 역시 숙련이란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행 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은 속설일 뿐이란 것도 알았다.네 잎 크로버를 한 움큼씩 땄어도 노인이 되는 날까지 내 인생에서 행운이 될 만한 것은 결코 없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이만큼 사는 것도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손주들 키워 줄 수 있을 만큼 건강이 허락하고,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