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내 작은 아들, 한달 보름 정도 지나면 입대를 한다. 나는 그 전에 미동북부와 캐나다를 포함하는 패키지 여행을 같이 하기로 했다.
(너무 어릴 때 와서, 저 태어난 나라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으니) 그후 시카고에 일주일을 더 머물자 한 여행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나로선 깨달음이 있는 시간들이었다. 초반에는 티격태격 세대차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이젠 저 혼자 어디서건 살아낼 수는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내 아이지만 참 몰랐던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18일이나 되는 긴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시카고에 사시는 나의 옛 영어선생님을 만나는 일이었다.
(지인이가 꽃 배달 해 준 사진을 올려서 우리 동기들이 인일넷에서 본 멋쟁이 할머니, 남편이 세상 떠나시자
그 아름다운 집을 팔고 2년 전 노인아파트로 옮기셨다 한다.)
옛날 인연으로 일주일간 우리를 칙사 대접하며 집에 머물게 해 준 언니가 동행했다
. 현재 91세, 기억이 션찮아지셨다. 가벼운 치매 증상 처럼, 옛날 일은 즐겁게 기억해 내시는데, 오호라! 현실 감각이 부족하시다.
약속을 두 번이나 잊으시고, 내가 한국에서 뵈러 간 사실도 금세 기억 못하시네. (어쩐지, 작년부터 편지나 엽서에 답장을 안 하시더니 이유가 있었다.)우아하게 틀어올렸던 머리도 완전 짧게 자르시고, 몸도 많이 여윈데다 혼자 힘으로 소파에서 잘 일어나지 못하시는 모습에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지고 간 김영택 화백님의 펜화집을 드리니, 예전처럼 일일이 들춰보며 질문하시길래, 열심히 설명해 드리고
지갑 포장된 헤라 립스틱을 선물로 드리니 아주 기뻐하셔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다시 못 만나겠지 싶은 작별을 고하고 돌아섰네.
피카소를 비롯한 좋은 그림 가득한 방, 온갖 시설 다 갖춘 품격있는 호텔 같은 아파트지만,
조용히 사그러지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어 나도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 했다.... 우리 인생이 그러한 거지.
패키지 이동 중에도 식당으로 찾아와 같이 점심 먹은 명애와, 나이야가라 호텔에 간식거리, 커피, 잣 등 잔뜩 싸들고 찾아왔던 순정이를 보며, 내 아들은 새삼 엄마 친구들의 우정에 놀라며 감탄한다.
사실, 흔한 친척 한 명 없는 땅 미국에서 외롭고 가난한 유학생 시절 알게된 지인들의 환대도 분에 넘쳤다.
만나는 이들마다, 맛집으로 데려 가니, 조식부터 다양한 음식을 맛 보았고, 한국 음식 냉면과 갈비를 무려 네 번이나 먹었네.
동기들 밴드에 올린 것을 인터넷 게시판에 옮기려니
사진 올리는 게 잘 안되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오랫만에 올리는 거라 더 그렇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