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꽃 향기 맡을 즈음을 기다리며 -


54명이 1호차, 2호차를 타고 떠난다.

1호차에 가장 먼저 온 친구는 일산 사는 미정이다. 오늘 우리는 8시 출발예정인데 7시에 왔단다.

하기야 지각하면 여지없이 운동장에서 벌 받던 우리들, 그 때 그 시절 선생님 말씀을 가장 잘 듣던 우리들 아닌가!!!!!

한 명도 지각한 학생?이 없었다...ㅎㅎㅎㅎㅎㅎㅎ

1호차의 풍경은

봄비 따라 바람 불던 날

어디선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매달린 휴지조각.....

그래도 걸어 올라가는 사과꽃

그 하얀 꽃 (금재의 두 번째 시집 P29에서)

처럼 설레움 가득~~~~

우리들이 귀뜸도 안 했건만

기사님의 선곡 및 멘트는 7080의 취향저격.

적어도 그 시대는 말보다는 느낌이면 된 듯했다.

늘어진 차 행렬이면 어떠랴!!!

문경새재까지 갈 것이고~~~~

누구부턴가 한 곡씩 부르기 시작했다.

친구 문애의 18번 잃어버린 우산을 선희가 부를 땐 네겐 우산이 되리라던 그 노랫가사

처럼 하얀 종이 위에 그린 그림이 된다.

여기서 내리시면 됩니다. 우리들은 점심식사를 하러 줄지어 식당을 향해 올라간다.

차에서 나누어 준 김밥이며 간식들 그리고 귤을 재잘거리고 먹어서일까?

우리 친구들 모습처럼 아주 정갈하게 나온 새재비빕밥도

그렇게 깨끗하게들 비우고 일어나더라.

이제 빛 고운 나무에 감탄을 덧칠하며 옛고을 도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문경새재 해설사를 여기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나 보다.

우리들 몇 몇은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또 우리가 누군가 그 해설사가 질문하면 대답은 물론 덧붙인 설명까지...

놀랜 토끼 눈을 한 해설사가 신이 나서 더 길게 늘어지니 오늘의 문경새재 도우미 필숙에게 빨리빨리 말은 줄이고 구경만 하자 했더니

학구파 언니들? 땜에 안 된다고 , 2관문이 얼마 안 남았다고~~~~나의 조급증을 드러내고 말았다.

숙소에 도착하여 4명씩 방으로 이동~~~

방으로 들어와 금선에게 향미와 너희들이 그 쪽을 써 인심 쓰듯 말했는데 아이쿠 희선이랑 쓰는 방엔 화장대도 없고 화장실은 거실로 나가야 있는 거야- 향미야 너희들은 화장실 딸려 있는 방이니 거실 나올 땐 허락 맡으라 말했다가 졸지에 악덕 주인장 되었다.

친구들아- 평소 맘 씀씀이 너희들이 짐작하그라...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빨리 짐을 풀고 오늘 저녁 행사장으로 내려갈 맘이 급해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방 이 방 쓸게 했던 거여.

회장 인애와 추진위원장 인숙과  명주, 선희.... 벌써 내려와 행사장을 다 꾸며 놓고 나도 덩달아 급해져서 컴퓨터 바탕화면에 행사 의식을 깔아 놓았다.

1부 기념식~~

2부 오늘의 하이라이트 2부 행사: 추진위원장의 재치와 센스, 난 글로도 표현할 수 없다.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부회장 미정이가 말한다. 어머머 우리들이 얼마나 재밌게 놀고 있는 지 저기 저 아저씨 봐..이 숙소 직원인 것 같은데 뒷문을 살알짝 열고 구경하더라~~~~

아마도 우아한 언니들이? 어떻게 40주년을 보내나 궁금도 했으리라~~~~

우리들 나이처럼 시간은 참 빨리 간다.

진리이기도 하지만

방마다 모여 와인 파티를 했다. 파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스토리텔링이라고~~~~

금선이가 우리조 이름을 지었다.---만리장성팀이라고---우리 모두는 만리장성팀이 되었다.

이튿날 어제 본 가을 풍경은 우리 숙소까지 따라와 우리들을 신나게 하고 웃음짓게 하고 추억을 만들게 하고~~~~또 그렇게

숙소를 출발하여 사과따기 하는 데에서 어제 명선이와 찍은 사진이 못 나왔다니 상희가 얼굴 작은 애 옆이라고 좀 뒤로 가라한다. 근데 뒤로 가면 키가 작아 또 안 보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잠시 했었다....ㅋㅋㅋㅋㅋ

여기서 난 사과꽃 향기가 마치 우리들의 향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

집에 돌아와 어느 새 사과꽃 향기의 계절을 기다린다.

향기는 그렇게 진하지 않고

꽃망울 땐 분홍색이 화려해 보이지만 폈을 땐 하얗다. 꽃말은 후회, 선택, 유혹이다. 의미가 맘에 안 든다고?

아니 우리들은 이미 약관(弱冠)의 나이에 후회도 했고, 이립(而立)에 선택도 해 보았고  유혹이 아닌 불혹(不惑)의 나이를 지나

지천명(知天命)에 만나 귀가 순해진다는 오늘 서로 나누고 배우며 다시 고희(古希)의 나이에 거듭 만나기로 했으니 건강해야한다.

친구들아~~~~~~

다시 쓴다.

우리들 모두는 이 자리 저 자리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잘들 지내고 있고

서로 나누며 스무 고개 세 번 돌아

50여명 모여

우리 인일 14기만의 짜임새와 오붓함으로

자축하며

사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우리들의 만남은

우연이었는지는 몰라도

우리들의 우정은 필연이 되어

 

운명이 되었다고.....

남은 인생 소풍길에 가끔가끔 만나 산책이나 하자~~~~~

느리고 천천히 가자~~~~~시간은 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