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부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33.허민희
인일의 정신을 드높히는 해외동문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추억 속의 음악....
사람들은 음식이나 냄새에서 가장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나에게도 음식이나 냄새,
또는 장소에서 떠오르는 기억이 없진 않지만
음악에서 가장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유년 시절 잠이 깨면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던 일본 노래는
그 시절 젊고 화사한 엄마 모습과
커다란 방에 이불을 펴고 동생들과 함께 잠자던
장롱과 삼면경이 있던 우리 집 방이.
포스터의 노래들은 갓 입학했던 여중 시절이.
토셀리의 세레나데나 솔베이지의 노래 등,
300곡 명곡이 실린 노래책에서
여고생이던 이모에게 배워 부르던 때
내 어렸을 적, 부엌 옆 작은 골방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팝송에서는
그 시절, 우리들이 만나곤 했던 다방과
짧았던 청춘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려온다.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때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빠져있었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 집 근처에 살고 있던 친구 언니 집이 비어서
빈 집을 지키며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들었다.
비스듬히 누워, 한 팔을 높이 들고 듣던
친구와 나의 모습,
용돈으로 산, 카라얀 지휘의 LP복사판을 듣고 또 들어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선 긁혀 튀던 곳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 밤, 버스 타고 집으로 오던 때
창문으로 불어오던 숲 향기 가득한 바람도.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슈만의 <유랑의 무리> 등은
종로에 있던 클래식 음악 감상실, <르네상스>로 나를 데리고 간다.
4층에 있던 르네상스로 가려면
팝송이 흘러나오던,
젊은이 들이 와글거리던 2층 칸토 다방을 지나고
3층엔 어른들이 주로,
그래서 가요가 흘러나오던 <희 >다방을 지나쳤다.
그리고 르네상스에서 우연히 만났던
친구의 사돈과 그 친구.
3년이나 나를 좇아다녀 공포를 주었던
히스클리프라 별명 부쳐 준, 공대생도.
이런 기억들은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돌려 논 필름처럼, 비디오처럼 죽 펼쳐진다.
지난봄부터다.
듣고 싶은데 곡명이 생각나지 않아서
듣지 못했던 팝송을 드디어 생각 해 내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나는 다시 아련하고, 아릿한
추억으로 걸어 들어 가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글과 그림 그리고 음악.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선배님이 곁에 있어서 참 좋네요.
수채화같은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