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집으로 향하는데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떴다.
참으로 단아하며 아름다운 달이다.
그 밑에 ‘금성’이 유난히도 빛난다.
13년 만에 ‘달’, ‘화성’, ‘금성’이 일직선으로 자리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베란다 창문을 열고 두리번거린다.
간만에 맑은 하늘과 별들을 보며 직접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중무장을 한다.
올 들어 쌍안경 들고 별 보러 나가긴 처음이다.
집 옆 동산을 가는 길 차도에서 보이는 ‘달’과 ‘금성’조차
너무도 사랑스러워 연신 핸드폰 카메라에 담아본다.
지나는 사람들이 내 시선을 따라 하늘을 올려본다.
어두운데도 동산에 있는 정자에서 청소년들이 한참 장난을 치며 놀고 있다.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 곳이 광해(환한 빛이 있으면 별이 잘 안보임)가 적어
핸드폰과 쌍안경을 저 먼 하늘에 들이대 본다.
처음엔 “이 아줌마 뭥미?” 하던 녀석들이
“저 ‘달’ 밑에 반짝이는 별이 뭐에요?” 한다.
“그건 ‘금성’이라고도 하고 ‘샛별’이라고도 하는 별이야.
‘초승달’ 예쁘지? ‘달’과 ‘금성’ 그 사이를 잘 봐. 작은 별 보이니?
그 별이 ‘화성’이야. 너희들 오늘 봉 잡은 줄 알아.
13년 만에 ‘달’ ‘화성’ ‘금성’이 일직선으로 보이는 거래.”
“와, 신기하다. 정말이에요?”
“이번엔 몸을 왼쪽으로 돌려 하늘을 봐 봐 . 지금 별들이 떠오른 저기!
길쭉한 사각형 별 네 개와 그 안에 나란히 있는 별 세 개 보이니?
그 별자리를 ‘오리온자리’라고 해.
그 중 제일 반짝이는 별을 ‘베델기우스’라고 하는데
그 별을 중심으로 반짝이는 별 6개를 찾아봐.
제일 위에 반짝이는 별이 ‘플록스’이고
반시계방향으로 ‘프로키온’, ‘시리우스’, 지금방금 나온 ‘리겔’,
그 위에 ‘알데바란’ 더 위에 ‘카펠라’
이 별들을 ‘겨울의 대 육각형’이라 하는데
겨울 별자리의 꽃이라고 할 수 있지.
또 ‘베델기우스’ 윗 쪽으로 ‘알데바란’ 지나
저 나뭇가지 밑에 별들 오종종 모여 있는 것 보이니?
저것이 바로 ‘플레이아데스성단’인데
별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단 중 하나란다.
이 쌍안경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별들이 신비스럽게 보이는데
그건 성단 자체를 둘러싼 엷은 성단가스가
별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라지?
그래서 우리나라와 중국에선 ‘묘성’이라고 불렀다더라.
또는 ‘좀생이별’이라고도 하는데
아줌마는 꽃마차처럼 보여서
예전부터 하늘만 보면 저 별자리를 찾곤 했어.”
‘우당탕, 쿠당탕’ 좀 지루했나보다. 녀석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진다.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하며
난 왜 별에 이리 끌리는 걸까? 생각해본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상상할 수 없이 멀지만
눈에 보이는 거리는 붙은 듯 가깝게 보이는 것이 신기하고,
하루 해가 지고나면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럽고,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더 빛을 발하는 녀석들이 대견해서일까?
그래서인가 힘들 때일수록 별빛이 더 그리워지고
가끔 우주 너머를 꿈꿀 수 있게 하는 녀석들이 사랑스럽다.
“오늘 만난 ‘달’과 ‘화성’ ‘금성’아! 너희들 덕분에
별을 사랑하는 한 소녀를 기억한다.
고마워, 앞으로도 내내 변함없이 빛을 발하거라!”
<위 사진은 신영이가 찍었고, 아래 사진은 꽃선생님 은화가 찍은 것
함께 별 바라보기, 여기 저기서....>
또 우리 사진 작가 순복이가 찍은 사진
ㅋ 좋게 봐줘서 고마워
쓸 생각도 안했는데
네가 써 보라해서 생각을 정리해 봤어
오늘도 거리가 좀 멀어지긴 했어도 볼 수 있다니
어제 못 본 사람들은 13년 만의 기회를 잡아보삼^^
잘 읽었어요. 사진도 잘 보고.
알퐁스 도데의 <별>보다 더 좋게 느껴지네.
사랑이 담겨 있어 그런가 보다.
별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아마도 무한 광대한 우주 공간에서 인간의 위치와 의미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를 깨닫고,
뭐 그러니 자유롭게 우리 일생을 남의 힘으로 빛내며 살다가 먼지처럼 사라지면 되지 않겠나 하는
홀가분한 기분을 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고....
그저 아름다워서 그럴 수도 있고(내 경우).
전에 별을 좋아하는 중 2짜리 아이가 있었는데, 별의 흐름이나 달을 보느라 밤잠을 설치곤 했지.
그애 공책엔 시간별로 별의 위치가 기록되어 있었고.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엉뚱한 일을 하고 있지.
별을 보면 그애 생각이 난단다.
지리산에서도 그 주렁주렁 열렸다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많고 깨끗한 별을 보며
너를 비롯한 별바라기들을 생각했지.
좋은 글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