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지부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33.허민희
인일의 정신을 드높히는 해외동문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싸한 날씨...
문을 열면 싸아하게 밀려드는 냉기.
옅은 안개 속 푸르게 보이는 먼 산.
나무숲에 가려서 언 듯 보이는 집들 사이로
가끔 솟아있는 팜트리들...
집에서 보이는 겨울 풍경이 참 아름답다.
밤에는 밤대로의 운치를 가지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불빛들은 그리움처럼 출렁이는데
나는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한다.
하늘엔 별들도 그윽하게 빛나고
사면은 늘 고요하고 적막하다.
거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미국 땅, 동네는 거의 그렇다.
조용하고 적막하고.
아침 또 밤에 문을 열고 바깥에서
차가운 공기를 심호흡한다.
드물게 맞이하는 차가운 듯,
시린 듯한 겨울 날씨를 음미하며
또 즐기기까지 하면서.
아침 호수를 걸을 때는 손도 시리고 볼도 차가운
딱 알맞은 정도의 낭만이 가득한 겨울 날씨는 환상이다.
나는 요즘 날씨 때문에 행복하다.
어렸을 때, 한국에서의 겨울은 참 추웠다.
지금도 여전히 춥긴 하겠지만.
내가 처음 서리를 본 것은 어린 시절 시골 고모 댁에 가서다.
아침에 일어나 대문을 밀고 나갔는데
문 옆에 있는 벼 그루터기만 남은 논에
조금 내린 눈처럼 하얗게 반짝이는 서리와 차가움은
내 기억 속에서 환희와도 같은 상쾌함으로 남아있다.
겨울이면 늘 까맣게 덕지진 손등을 하고 다녔던
개구쟁이 동생들도 생각 난다.
바깥에서 겨울 놀이는
팽이 돌리기. 딱지치기. 구슬치기에
얼음이 얼면 아버지가 만들어준 썰매를 타느라
늘 손등이 터져서 까맣게 되었다.
그 손등은 집에서 아무리 잘 씻고 크림을 발라도 깨끗해지지 않았고
한 달에 한두 번 목욕탕에 가서 불리고 때를 벗겨내면
며칠 정도는 깨끗하고 예쁜 손을 지녔다.
겨울이 다 가도록 까맣게 덕지진 손등을 하고 다녔던 개구쟁이
내 쌍둥이 동생들....
요즈음 이곳 엘에이도 제법 겨울 느낌이 나고
내 좋아하는 겨울 같은 느낌과 풍경에
한 번은 이 싸한 날씨로 해서
내 가슴 속에 샘솟는 얘기꺼리를
한 번은 뱉어 내어 보고 싶어서.
깊은 겨울을 그리워하며....
영화 LOve Story 중 Snow Frolic(you tube 펌)
싸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파고 들어 와요.
어제 근교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깥을 나가며 느꼈던 그 느낌!
선배님글을 통해 엘에이의 싸한 겨울이 새롭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