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news.joins.com/article/19461133


 
기사 이미지

스마트폰은 등장한 지 얼마 안 돼 신기한 제품에서 구닥다리 물건으로 전락할 운명을 맞게 됐다. 그것을 움직이는 앱의 역할도 곧 줄어들지 모른다.


신형 스마트폰을 장만하는 재미가 신형 냉장고 고르는 재미와 비슷해지고 있다. 스타일만 다를 뿐 기능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의미다.

성탄절 연휴 동안 신형 휴대전화를 선물 받았다면 이 같은 변화를 알아차렸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6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선보이는 제품들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다. 휴대전화는 약 10년 전 노트북이 걸어간 길을 뒤따르고 있다. 설계와 기능이 거의 정해지고 뻔해졌다. 따라서 남은 건 세부적인 개선뿐이다. 좀 더 얇거나, 동력을 더 추가하고 삼성전자가 기기 바깥쪽 가장자리를 이용한 알림 기능을 추가하듯 가끔씩 신기능을 선보이는 정도다.


앞으로 진짜 혁신은 모두 휴대전화 밖에서 일어난다. 앱,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사업자 서버), 그리고 기타 온라인 연결 단말기들이다. “우리 신체와 주위 사방으로 기술이 확산돼가는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고 모바일 기술의 대발명가로 손꼽히는 필립 칸이 최근 내게 말했다. “단말기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기술이 어디에든 존재한다. 기술을 의식하지 않게 될수록 더 좋은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같은 신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앱에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산업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상의 70억 인구 중 약 35억 명이 스마트폰을 보유한다. 따라서 아마도 10억 명 정도의 잠재 고객이 더 남아 있는 셈이다. 어린이들,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13억 인구, 피처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할머니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현재 스마트폰을 보유한 사람은 거의 모두 2년 마다 한 번씩, 어쩌면 그보다 더 자주 휴대폰을 신모델로 교체할 것이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를 웃도는 이유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휴대전화 의존도가 줄고 대신 갖가지 사물을 통해 앱과 서비스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될 듯하다. 우리는 휴대전화 스크린에서 눈을 들어 주변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 앱들이 존재하고 우리가 마주하는 어떤 온라인 연결 장치를 통해서도 접속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온다.

젊은 세대는 이미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지난해 12월 에릭슨 컨슈머랩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2021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들은 더 편리한 방식으로 앱에 접속하리라 예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일까? 자동차의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차 안에서 스포티파이(스트리밍 서비스) 음악,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지도 그리고 음성통화를 원할 경우 휴대전화를 컵 홀더에 받쳐놓고 시속 약 120㎞로 달리는 도중에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누르려 애쓴다. 우리는 이 같은 행동이 위험할 뿐 아니라 바보 같은 짓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래의 자동차는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음성명령에 반응하고, 앞 유리창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전방 눈높이 정보표시 장치)에 선곡 리스트나 지도 같은 정보를 표시한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별개의 앱을 일일이 여는 대신 원하는 것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클래시(영국 펑크록 그룹)의 노래 아무거나 틀어라”든가 “전기요금을 납부하라” 등이다.

아마존의 에코는 애플의 시리, 구글 나우와 함께 그런 방향을 향한 또 한 걸음의 진보다. 집에 에코를 설치하면 그 원통형 기기는 항상 이용자의 요청을 경청한다. 에코의 소프트웨어는 적절히 구성된 어구의 주문을 알아듣고 클라우드로 가서 명령을 수행한다. 휴대전화는 필요 없다. 아직 걸음마 단계의 기술이지만 한창 섹스를 하는 도중에 중국 음식을 배달시키는 데는 더없이 좋다. 머리맡 테이블에 올려 놓은 휴대전화를 더듬더듬 찾아 심리스(온라인 음식 주문 서비스) 앱을 누르는 방법보다 얼마나 더 좋은 방법인지 알게 될 것이다.

특정 단말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하지는 않을 듯하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스마트폰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스마트워치, 온라인 연결 안경, 터치스크린 주방 카운터, 자동차, 에코, 네스트(자동 온도조절장치), 핏비트(스마트 헬스케어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가상현실 기기) 등 가능한 모든 단말기를 통해 온라인에 접속한다. 모토로라 모빌리티사는 최근 피부 아래 이식해 음성명령에 반응하는 장치의 특허를 받았다. 이용자 신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경우엔 음성·얼굴 또는 지문을 스캔하면 된다. 259개의 ID와 패스워드를 모두 기억할 필요가 없다.

현재는 앱마다 한 가지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단말기에서 무엇을 하든 어떤 앱을 열지 먼저 선택해야 한다. 급하게 어떤 일을 해치우려 할 때는 성가신 일이다. 이용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미리 알아 척하면 삼천리인 똑똑한 개인 비서 역할을 기술이 담당해야 한다.

아울러 누가 자신의 시계, 자동차, 체내 이식 장치를 비롯한 10여 개의 단말기에 갖가지 앱을 잔뜩 설치하고 싶어 하겠는가? 대단히 짜증 나는 일이다. 구글의 아파나 첸나프라가다 제품 팀장 말마따나 “앱들의 묶음 기능을 해체하고 전체적으로 통합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구글 나우, 시리, 또는 에코 같은 소프트웨어가 몇몇 앱 서비스를 결합해 이용자가 요청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일단 그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오히려 앱을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자체는 노트북이 아직도 존재하듯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단말기는 필시 앞으로 포켓 스크린으로 더 많이 사용될 듯하다. 외출할 때 동영상을 시청하고, 뉴스 기사를 읽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기다. 첨단생활의 핵심이라기보다는 주변 기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스마트폰은 노트북의 뒤를 따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형 노트북을 구입할 때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드 드라이브에 우리의 삶을 담았고,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문 역할을 했다. 요즘 노트북은 작업도구에 더 가깝다. 신제품도 몇 년 전에 구입한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스마트폰의 앞날에도 비슷한 운명이 기다린다.

그 건너편에서 차세대 냉장고가 부상할 것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중요한 일들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센서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첨단 기기다. 가령 그녀와 한창 달아오르던 중 막 에코를 통해 켄터키 치킨을 주문한 상황을 인식하고, 맥주가 떨어졌음을 파악해 최대한 빨리 배달하도록 추가 주문을 하는 식이다. 그야말로 기대에 부풀게 하는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