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저번 주에 1박 2일 수련회를 다녀 왔어.
다른 학교는 다 휴교 한다 난린데 우린 여행 가니 영 찝찝하더라고.
부모님들께 개별적으로 다 연락을 했는데
모두 보내시겠다고 하더라.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
어쨋든 잘 다녀 왔어.
강릉으로 해서 평창으로 돌아 왔는데
6월 텅 빈 경포대 바다가 너무 곱고 좋더라.
그렇게 텅 빈 바다 오랜만에 보았네.
애들 예쁘지?
왼쪽에 있는 애가 전에 한 번 보여 준 수진이.
그 옆에 있는 애는 무용 잘 하는 미현이. 선혜.
왼쪽 남자 아이는 브라질에서 3년 살다 온 지훈이.
그 옆은 달리기 잘하는 강혁이.
얘는 사진으로만 보면 무지 착해 보이지만 요즘 내 속을 무지 썩이는 애야.
사진을 보니 어찌나 어려보이는지 밉지가 않네.
우리 아이들은 참 잘 놀아.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저녁 때 오락시간에도 자기들끼리 게임을 준비해 아주 재미있게 놀지.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소리도 없이 뭐 하는 건가 하겠지만
넘나드는 수화 속에 킬킬 웃음이 넘치지.
난 고 3 여학생들과 같은 방을 쓰면서 진행하는 것을 도우며 같이 잤는데(오락이나 간식 준비를 고 3 학생 회장단에서 하거든)
애들이 여러 면에서 참 독립적이고 협조적이더라.
아침에 일어날 때도 지난 밤 늦게 자 피곤할 텐데 조용히 차례차례 일어나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깨끗이 준비하더라.
월요일 드디어 우리학교도 휴교를 하고 선생들만 나오고 있지.
퇴근하면서 밭에 들러 왔어.
요즘 너무 가물어서 걱정이 많이 돼.
우리 밭에는 물이 없어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야 해.
토요일 일요일에 모아 놓은 패트병에 물을 담아 가 뿌리기도 하지만
비 한 번 오는 거에 비하면 영 아니지.
그래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더라.
거의 화수분처럼 돋아나는 상추며 제법 꼴을 갖추고 크고 있는 시금치며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가 말라죽지 않고 잘 자라고 있어.
파는 영 시들시들 가늘가늘 자라지 않고, 부추는 나오지도 않아.
심어놓은 콩에서 싹이 나왔는데 어떻게 클라나 궁금하기 짝이 없고
호박은 이파리가 제법 커졌어.
여주도 심었는데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저 들깨잎만 무장 번져가고 있더라.
오늘은 같이 걷는 선생이랑 같이 가서 사진 몇 장을 찍었어.
이 밭이 온전히 내 밭이 아니라서 내 맘대로 밭을 만들기가 어려워.
할머니가 만들어놓은 밭을 내가 맘대로 손대기도 그렇고
할머니는 요즘 별로 뜻이 없는지 밭을 안 만지시는 것 같아.
완전 자연농법인지 멋대로 농법인지 밭이 너무 질서가 없어.
줄이라도 맞추고 싶은데 혹시나 싶어 손을 안 대고 있단다.
내 뒤로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 보이지?
그 옆 쪽엔 당귀가 많이 자라고 있고, 그 옆 쪽엔 더덕도 심어놓으셨대.
이번 주말엔 대도 준비하고 끈도 준비해서 토마토 등을 세워놔야겠어.
상추 뜯고 얼갈이 뽑아 내려오는 길에 술 한잔 걸치고 얼굴이 불그레해져 올라오는
할머니를 만났어.
잡숫지도 않는 뽕나무 잎을 말려서 갖고 올라가시더라고.
할머니들은 빈손으로 가는 적이 없어.
엥? 할머니 술 드셨어요? 했더니
헤헤... 술 한잔 했지 하시며 집으로 가시더라.
우리도
딱 한 잔만 마시고 가자 하면서 생맥주 한 잔 마시고 집으로 왔지.
그리고 상추 씻어 입을 아~~~ 벌리고.......
가끔 이곳에 오면
일상생활
잔잔하게 이야기 해주는 친구가 있어 참 좋다
곱고 예쁜 아이들
더 곱고 예쁘게 치장 해 주는 친구가 있어 참 좋다
본인 성품 그대로
아무 꾸밈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친구가 있어 참 좋다
차를 갖고 다니지 않기로 했어. 퇴근 길에 돌아서 인왕산 길로 오려고.
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난 학교 오른쪽 길로 해서 인왕산으로 들어가는 길로 택했지.
혼자 작은 색을 메고 가는 퇴근길, 적적하기도 했지만 나쁘지는 않더군.
일단 산으로 들어가려면 마을을 지나야 해.
앗!!!! 텃밭이 있네. 어머나! 너무나 훌륭해.
어떻게 이렇게 잘 길렀지?
앗! 수도가 있다..........
요런 계단을 올라가면~
세상에 이런 장미넝쿨도 있고 말이지
우야든동 이런 놀라운 밭을 지나니 바로 인왕산으로 연결~
거짓말처럼 어쩜 그렇게 금방 호젓해진단 말이니.
이곳은 옛날에 분명히 기도하는 터였을 거야.
나 같은 범인이 봐도 심상치 않은 곳이거든.
와 좋다 좋다 하며 걸어 내 밭으로 와서 보니 갑자기 한심하기가 짝이 없어.
그야말로 피죽도 못 얻어먹은 것처럼 히마리 없는 상추며,
출신성분을 도저히 알 수 없는 갖가지(?) 야채며
그래도 흉내는 낸다고 할머니가 줏어다 놓은, 또는 작년에 쓰다 남은 대나무 가지나
나뭇가지를 끈으로 연결해 고추랑 가지랑 묶어 놓았다.
완전 초보 티가 확 나는 엉터리 방터리 묶음이지만
오메 뿌듯한 거~~
이 독학의 기쁨!
또 놀라운 것은 할머니가 버려 둔 밭을 다시 갈아서 퇴비 섞고
열무씨와 얼갈이를 뿌렸는데 뽀롱뽀롱 돋아났다는 거!
누구는 이런 엉터리 글을 보고 밭이 굉장한 줄 알고 한 번 오고 싶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얼굴이 화끈하단다.
그래도 내 밭이 예쁘고 야채들이 예뻐서 돌아오는 길
자꾸 뒤돌아보고 뒤돌아보고 한단다.
게다가 어제는 숨어있는 앵두나무랑 어마어마한 벚나무의 버찌를 발견
정신없이 따먹었다는 거 아니니~
퇴근시간이 다가오네.
준비하고 오늘도 산으로 해서 밭에 들러가야지~
상추가 돌아서면 크고 돌아서면 크고 그러더라니까^^
잘들 지내셔~~
몸들 조심하시고~~
허풍 떨었더니 배고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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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비 오기 전 밭에 가 손을 봤다.
비가 와서 너무 좋다.
물을 먹은 흙은 보기도 만지기도 좋다.
놀라울 정도로 애들이 자란다.
고추도 오늘 열 두어 개 따 왔고, 토마토도 비록 땅 아래로 열렸지만 제법 조롱조롱이다.
며칠 전 할머니가 놓아 둔 밭을 갈아 열무를 뿌렸는데 뽀롱뽀롱 돋아났고
빈 구석에 심은 오이는 싹이 몇 개 나지 않았다.
오늘도 또 버려둔 조그만 터를 갈고 퇴비를 뿌려 놓고 왔다.
뭐 뿌릴까........
??
오마나 ~
조롱조롱 달린 토마토며 가지 좀 보소.
시장에 진열되어 있는 건 그냥 야채일 뿐이지만
이렇게 임자가 있는 건 이쁜 자식처럼 느껴지네.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지?
?선배님 보여 주시는 일상
어떤 상황도 잘 이끌어 가시는 거 같아요
제가 편안해 지는 느낌입니다.
밭에서 상추 얼갈이 뽑고
~~
생맥주 한잔 ㅎ ㅎ
저도 시원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