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보자기 - 이준관(1949∼ )
어머니가 보자기에 나물을 싸서 보내왔다
남녘엔 봄이 왔다고.
머리를 땋아주시듯 곱게 묶은
보자기의 매듭을 풀자
아지랑이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남녘 양지바른 꽃나무에는
벌써 어머니의 젖망울처럼
꽃망울이 맺혔겠다.
바람 속에선 비릿한 소똥 냄새 풍기고
송아지는 음메 울고 있겠다.
어머니가 싸서 보낸 보자기를
가만히 어루만져 본다.
식구들의 밥이 식을까봐
밥주발을 꼭 품고 있던 밥보자기며,
빗속에서 책이 젖을까봐
책을 꼭 껴안고 있던 책보자기며,
명절날 인절미를 싸서
집집마다 돌리던 떡보자기며,
그러고 보면 봄도 어머니가
보자기에 싸서 보냈나 보다.
민들레 꽃다지 봄까치풀꽃
한 땀 한 땀 수놓아 만든
꽃 보자기에 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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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니 엄니 생각이 나네.
보따리에 오물조물 담겨있던 봄나물들, 흙이 그대로 묻어있는, 저녁 밥상을 향기롭게
해 준 보리싹, 산도라지, 쑥, 약미나리......>
얼마 전에 참 좋게 본 영화 -천 번의 굿나잇- 중 한 장면이다.
늘 전쟁터를 헤매는 종군 사진기자인 엄마에게 늘 불안과 불만을 갖고 있는 딸.
그 딸이 학교 프로젝트를 위해 엄마와 같이 아프리카에 가게 되고,
거기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려고 본인은 도망가지 않고 딸만 피하게 하는 엄마의 행동에 경악하고 분노한다.
혼돈 속에서 그 아이는 엄마의 행동과 그곳의 기막힌 상황을 생각하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사진이 아니면 전할 수가 없어....... 이 엄마의 말을, 그리고 행동을.
그 밤에
아이가 침대 모기장을 통해 가만히 엄마에게 손을 내민다.
이 이야기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하면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사랑한다는 건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나도 한번 봐야겠다.
찐한 감동 밀려오는것 같다.
좋은 영화 소개해줘서 고맙다.
언제나 느끼는것...
옥규는 너무 글을 잘쓴다는것.
후루룩 읽어도 가슴에 와 닿는다는것.
항상 고마워.옥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