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나의 사랑하는 생활』- 피천득
나는 우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지금 돈으로 한 5만 원쯤 생기기도 하는 생활을 사랑한다. 그러면은 그 돈으로 청량리 위생 병원에 낡은 몸을 입원시키고 싶다. 나는 깨끗한 침대에 누웠다가 하루에 한두 번씩 덥고 깨끗한 물로 목욕을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딸에게 제 생일날 사주지 못한 비로드 바지를 사주고, 아내에게는 비하이브 털실 한 폰드 반을 사 주고 싶다. 그리고 내 것으로 점잖고 산뜻한 넥타이를 몇 개 사고 싶다. 돈이 없어서 적조하여진 친구들을 우리 집에 청해 오고 싶다. 아내는 신이 나서 도마질을 할 것이다. 나는 5만 원, 아니 10만 원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는 생활을 가장 사랑한다. 나는 나의 시간과 기운을 다 팔아 버리지 않고, 나의 마지막 십분의 일이라도 남겨서 자유와 한가를 즐길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나는 잔디를 밟기 좋아한다. 젖은 시새를 밟기 좋아한다. 고무창 댄 구두를 신고 아스팔트 위를 걷기를 좋아한다. 아가의 머리칼을 만지기를 좋아한다.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지기 좋아한다. 나는 보드랍고 고운 화롯불 재를 만지기 좋아한다. 나는 남의 아내의 수달피 목도리를 만져 보기 좋아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좀 미안한 생각을 한다.
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좋아한다. 웃는 아름다운 얼굴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수수한 얼굴이 웃는 것도 좋아한다. 서영이 엄마가 자기 아이를 바라보고 웃는 얼굴도 좋아한다. 나 아는 여인들이 인사 대신으로 웃는 웃음을 나는 좋아한다.
나는 아름다운 빛을 사랑한다. 골짜기마다 단풍이 찬란한 만폭동, 앞을 바라보면 걸음이 급하여지고 뒤를 돌아다보면 더 좋은 단풍을 두고 가는 것 같아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예전 우리 유치원 선생님이 주신 색종이 같은 빨간색. 보라. 자주. 초록, 이런 황홀한 색깔을 나는 좋아한다. 나는 오래된 가구의 마호가니 빛을 좋아한다. 늙어 가는 학자의 희끗희끗한 머리칼을 좋아한다.
나는 이른 아침 종달새 소리를 좋아하며, 꾀꼬리 소리를 반가워하며, 봄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즐긴다.
갈대에 부는 바람소리를 좋아하며,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나는 골목을 지나갈 때 발을 멈추고 한참이나 서있게 하는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젊은 웃음소리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 없는 방 안에서 내 귀에다 귓속말을 하는 서영이 말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비 오시는 날 저녁 때 뒷골목 선술집에서 풍기는 불고기 냄새를 좋아한다. 새로운 양서洋書냄새, 털옷 냄새를 좋아한다. 커피 끓이는 냄새, 라일락 짙은 냄새, 국화. 수선화. 소나무의 향기를 좋아한다. 봄 흙냄새를 좋아한다.
나는 사과를 좋아하고 호도와 잣과 꿀을 좋아하고, 친구와 향기로운 차를 마시기를 좋아한다. 군밤을 외투 호주머니에다 넣고 길을 걸으면서 먹기를 좋아하고, 찰스 강변을 걸으면서 핥던 콘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나는 아홉 평 건물에 땅이 50평이나 되는 나의 집을 좋아한다. 재목은 쓰지 못하고 흙으로 지은 집이지만 내 집이니까 좋아한다. 화초를 심을 뜰이 있고 집 내놓으라는 말을 아니 들을 터이니 좋다. 내 책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을 수 있고 앞으로 오랫동안 이 집에서 살면 집을 몰라서 놀러 오지 못할 친구는 없을 것이다. 나는 삼일절이나 광복절 아침에는 실크해트(silk-hat)를 쓰고 모닝 코트를 입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여름이면 베 고의 적삼을 입고 농립을 쓰고 짚신을 신고 산길을 가기 좋아한다.
나는 신발을 좋아한다. 태사신, 이름 쓴 까만 운동화, 깨끗하게 씻어 논 파란 고무신, 흙이 약간 묻은 탄탄히 삼은 짚신,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아니하며, 몇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점잖게 늙어가고 싶다. 내가 늙고 서영이가 크면 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같이 걷고 싶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고운 얼굴을 욕망 없이 바라다보며, 남의 공적을 부러움 없이 찬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외에도 잡다한,,,,사랑하고픈 감성들,,것들,,냄새,,소리,,다 늘어놓은 것을 읽고보니,,,
결국은 피천득님은 나의 사소한 감성들이 세월과 함께 억세어지고 둔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은것 같네요. 세월과 함꼐 무뎌진 감성,,,저 위의 것들을 보고도 느끼고도 덤덤한 무감각에,,
스스로가 진저리가 나는거겠죠?
옛 국어책에 태우는 낙엽속에서 커피의 내음을 느끼시던 피천득님,,
아마 그 때의 그 느끼는/그리는 커피향은 지금의 흔해터진 커피향에 비교할수 없을 듯,,,
지금?도 살아계신지? 그렇다면 엄청 연노하신 삶속에서,,,그런대로 존엄성을 잃지않고
저런 감성을 느끼고 즐김을 잃지않는 말년을 보게 해 주시네요,,
그러면서도 가끔 실크햍을 쓰고 멋을 내보고 싶은 마음,,,
나두 그러고 싶어요,,늙어도 웃음이 이쁜 소녀같은 할매가 되구싶어요,,누가 이빨교정을 그 나이에?
나의 대답은 이담에 이쁘게 웃구 싶어요,,,
손주들의 커가는 감성을 같이 느끼고 나누고 재잘대주는 할매가 되구 싶어요,,,??누가 보든 말든 그 아이들의
톤에 맞춰 코맹맹이 소리를 짜아 내는 할매,,그 아이들이 운동할떄 소리소리 질러 신나게 해 줄수 있는 할매,,
두 딸년들 못지 않게 훼션감각의 끈을 놓지 않는 할매,가끔 빨간 모자두 뒤집어쓰구,,누가 머라긋써?
?음식을 입맛으로 달게, 좀 게글거리며 먹는 할매가 되구자바요,,,
남을/젊은이들을 웃낄수 있는 할매가 되구자바요,,,
노래/음악을 들을때, 접어두었던 날개를 달수 있는 마음을/결단을 낼수 있는 할매,,
사물/만물을 새날/새아침에 뜬 눈으로 감사할수 있는 할매이구 자바요,,,
맞아요,,이 순간에 충실하고 이 순간을 지난 순간보다 새롭게 하는 마음을 가진 할매가 되구자바요,,
그리구 나두 맨 위에 떠온 그분의 글처럼,,,남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칭찬해 줄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잃지 않으며 살수 있는 할매가 되구자바요,
하하하하하 옥인후배,,언제나 인일홈피를 여러면으로 풍성하게 해 주시는 정성에
답하는 마음으로 긁적여 봤어요,,무서운 겨울이 지났네요?
유럽의 고풍스런 정취가 아니라면 그 겨울이 너무나 힘들겠죠?
새 봄의 소식도 마니마니 올려주세요,
이모티콘이 안 떠올라 못올려드려요,,,
바로 전 글을 보니 피천득님은 이미 고인,,,오랜 이방인으로 살아온 티를 냈네요,,
정순자 선배님 안녕하세요.
정성스럽게 올려주신 글을 읽으며 감동을 받았어요.
선배님 때에도 이분의 글을 교과서에서 읽으셨었군요..
저도 그 때에 받은 감명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대학가서는 이 분의 아들 피세영씨가 음악활동할 때
문학가의 아들이 음악으로 두각을 나타내네..
역으로 아버지 대신 아들 생각하였었지요.
그리고 제가 한국을 떠나온 후에는 가깝게 대하지 못하다가
요즘 ' 이 순간' 이라는 시를 대하면서 집중 연구중이에요 ㅎㅎ
수필에 어머님과 따님 서영이가
시인 일생의 두 여성이라는 글을 읽고 ( 아래 별도로 올렸어요)
부인은 ? 하고 궁금하던 차에
윗 수필에서 부인 얘기가 나와 참으로 반갑고 안심이 되었어요.
예술가의 아내는 어렵다지만
문학가의 아내는 더욱 더 힘들 거에요.
자식들이 모두 번듯 번듯 성장된 것을보면
이분 사모님의 면모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기쁩니다.
제가 별 걱정을 다 한다고요?
그러게 말이에요..
제 주위에 그런 부부들이 있어서요.
선배님께서 봄소식을 올려달라고 하셔서
어제 꽃시장 다녀오면서 사진을 찍어 보았어요.
다음 글아래에 올려볼께요.
건강하시고 내내 즐겁게 지내시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엄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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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영 내 일생에는 두 여성이 있다. 하나는 나의 엄마고 하나는 서영이다. 서영이는 나의 엄마가 하느님께 부탁하여 내게 보내 주신 귀한 선물이다. 서영이는 나의 딸이요, 나와 뜻이 맞는 친구다. 또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여성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정서가 풍부하고 두뇌가 명석하다. 값싼 센티멘털리즘에 흐르지 않는, 지적인 양 뽐내지 않는 건강하고 명랑한 소녀다. | ![]() |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피천득님처럼 모두 나열하기는 당장 어렵지만
오늘은 꽃과 지내는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드립니다.
꽃시장에 갔었어요.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
여린 연민의 정은 냉혹한 풍자보다 귀하다.
소월도 쇼팽도 센티멘탈리스트였다
우리 모두 여린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인생은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피천득 수필, '여린 마음' 중에서..)
이 글에 쇼팽을 언급한 부분이 보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을 들어봅니다.
Fr?d?ric Chopin - Piano Concerto No. 2. II Larghetto | Arthur Rubinstein (2/3) [HD
Fr?d?ric Chopin - Piano Concerto Nº 2 Op. 21 in F minor, 1829.
London Symphony Orchestra conducted by Andr? Previn
Arthur Rubinstein, pianist,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