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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오인숙



상앗빛 손가락과

먹빛 손가락이

한 집에 나란히 살고 있네


때로는 반음 더 높게

또는 반음 더 낮게 내는 소리를

누구도 비난하지 않네


저마다의 맑은 소리를 내기 위해

오로지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음을

지키면서

하나의 운명을 사랑하며 기다리네


상앗빛 손가락의 환한 날은 어두운 날의

먹빛 손가락이기도 하다는 것을

서로는 제 살처럼 이해하네


어느날 누군가 찾아와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고

노래가 되게 하는 순간을

날마다 기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