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영화 "와일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여자.
가장 소중한 존재인 엄마를 잃고난 후 어쩌지 못하는 마음..
결혼생활에도 종지부를 찍는다.
성마저 Strayed로 바꾸고...
새 성 처럼 끝없는 방황의 끝은?
우연히 보게된 PCT(Pacific Crest Trail) 안내책자를 기억해내고 길을 떠난다.
엄청난 부피와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
미쳤어,미쳤어...혼잣말로 자신과 대화하며.
미국 서부해안과 나란히 달리는 길.
사막, 눈 덮힌 산, 때론 아름다운 숲길과 호숫가...
발톱도 빠지고 등산화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코브라 보다 무서운 건 인간.
숫자상으론 4000킬로가 넘는 길.
내용으로는 그녀의 삶에 대한 시각이 변하고 마음이 달라지는 길이다.
중간중간의 체크 포인트에 남겨둔 그녀의 글들이 보는이들의 마음을 흔든다.
실화가 갖는 힘.
다시 떠나볼까~충동질...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그야말로 와일드의 세계...
감히 용기를 내보는 것 조차도 쉽게 허락치 않는~
내가 걸었던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차라리 비단길이었다.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을 때 피하기 어려운 지루함이 이 영화에는 없다.
다만 그만한 짐을 지고 그만큼의 길을 걸으면 영화 속의 르네 위더스푼 보다
훨씬 수척해져 있을 거란 쓸 데 없는 생각이 살짝..^^
그녀의 연기,참 훌륭하다.
영화의 말미,그때까지 주춤거리며 흐르던
"엘 콘도르 파사"가 시원하게 터져 화면 전체를 덮는다.아름다운 노래~
미국 살 때 꼭 해보고 싶었던 게 대륙횡단이었는데
기차로라도 해보려 했더니 아들들이 펄쩍 뛰더라.
(남편한테도 말했으면 경끼하지 않았을까..ㅎㅎ)
그러기엔 미국은 너무 위험한 곳이란 생각이 들어 포기.
블루 하이웨이라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랬지.
Route66을 따라 여행한 사람의 책이었어.
대신 스페인 산티아고길을 걸었어.
여자 혼자 걸어도 겁날 것 하나 없었던 길.
그 길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어.
특히 동양인 여자들에게~~
영화의 주인공이 비록 삶의 막다른 고비에 다다른 처지였다고는 해도
젊은 여자가 혼자 그 멀고 험한 길을 걸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대단한 일이라는 공감이 들더라.
도보여행가인 황안나님의 책 "내 나이가 어때서?"의 첫머리에
이런 글이 있어서 공감했다.
여자들은 혼자만의 여행을 오래도록 꿈꾼다.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되어 길을 나설 수 있을 때는
이미 젊음도 미모도 사라져 혼자 다녀도 누구도 돌아봐주지 않는다고...
한편으로는 서글프지만 오히려 나이 먹는다는 것의
좋은 점이라는 생각도 들어.
먼 길 걷고 나면 수없이 받게 되는 질문.
그래서,뭐가 달라졌는데?
외형적으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어.
나를 둘러싼 상황이나 삶의 방식도 달라지는 건 없지.
단지 체중이 좀 줄어들었을 뿐...
그러나 세상을 보는 눈은 분명 달라지더라.
나 자신을 보는 눈도~~
지인아!
임원진으로 여러가지 수고 많지
밴드의 조잘거림도 즐기고
홈피의 차분함도 즐기는 지인아!
그곳은 지금 밤으로 가는 열차를 올라탔겠지
이른 아침 스토어 문을 열고 한가한 틈을 타서 홈피를 열어보았더니
널 만나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를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남편이 사십대 초반에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함께 밴을 타고 미국을 횡단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와일드" 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가난하지 못했던 것 같아
그저 달리기만 했던 것 같다
너가 밴드에 올려준 "와일드" 의 짧은 동영상을어제 보며
"아하, 이래서 지인이가 강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열이와 단 둘이서 영화도 보고 우정도 쌓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네 모습이 부럽구나
그럼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