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가 또 무엇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우연히 <일 뽀스띠노>를 다시 보며 말로 할 수 없는 감동에 젖는다.
요즘 틈나는 대로 예전에 받아 두었던 영화를 보는데,
며칠 전에 <일 뽀스띠노>를 골라 보았다.
예전에 어땠더라..... 하는 생각을 하며.
파울로 네루다가 칠레 정부의 핍박을 받아 이탈리아 어느 한적한 어촌으로
망명했던 시절, 그 섬에서 만난 우체부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은
많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파올라 네루다 한 사람만을 위한 우체부로 그 사람은 일을 시작한다.
말 주변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아는 것도 많지 않은 그였지만
본능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고
그에게서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는 겸손하고 조용하고 선량하고 순수하게 정말 맑은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어떤 여자와 사랑도 하게 되고, 그 불 같은 마음을
또 그답게 절박히 표현한다.
파울로 네루다는 점점 자기에게 의미있게 다가서는 이 우체부와의 시간을
좋아하게 되고,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하게 된다.
드러나지 않게, 먼저 나서지 않고.
시라구요?...........
왜 이렇게 쓰지요?
(그게 뭐지요?)
.
.
.
그런 걸 은유라고 해요
은유? 그게 뭐지요?
음~~ 그건.....
.
.
.
시를 써 봐요.
시를요?
그래요, 지금 나에게 말하고 있는 걸 글로 써요.
그리고 그에게 공책을 준다.
공책을 소중하게 가슴에 안고 표지를 쓰다듬고
연필을 입술에 대고 그는 생각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책에 그린 동그라미 하나.
그야말로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 밖에.
둘이 많이 친해졌을 때 네루다는 녹음기를 켜며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해 보라고 한다.
이 사람은
여기다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니, 여기를 보고 말해야지.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음...... 음...... 못하겠어요. 한다.
나중에 네루다가 이탈리아를 떠나고
우체부는 그에게 보내기 위해 그가 남기고 간 녹음기에 녹음을 한다.
1번. 이건 크게 치는 파도 소리에요.
2번. 이건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에요.
이건 바다 위로 새들이 날아가는 소리
이건 나무 사이로 들리는 바람 소리
이건 신부님이 치는 종소리
이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요. 하늘의 별이에요.
저는 당신이 모든 아름다움을 다 갖고 가셨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대로 있네요.
이 녹음 테이프를 그는 그에게 보내지 못했다.
7년 전에 죽은 남편을 기억하고 싶어 부인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 년 후 파울로 네루다가 다시 이 섬에 왔을 때
그 테이프는 그를 닮은 아들과 사는 부인에 의해 전해진다.
네루다는 혼자 바다를 거닐며 그가 녹음했을 곳을 바라보고
그가 죽어가던 그 장면을 더듬는다.
주민에게 들어 알고 있는 그의 마지막 장면을 그리면서.
대중 앞에서 시를 읽으려던 그의 마지막 모습과,
채 읽지 못하고 만 모습을.
그는 자기 가슴에 어떤 아름다운 시가 박혀 있는 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요즘에 <노인과 바다>를 천천히 다시 읽고 있는데,
노인과 아이 사이이 그 우정과 믿음에 가슴이 시종 찡하고 먹먹하다.
영화와 소설이 주는 감동이 비슷하다.
영화 마지막 자막에 흐르는 파올로 네루다 시
And it was at that age … Poetry arrived
in search of me. I don’t know,
I don’t know where it came from,
from winter or a river.
I don’t know how or when,
no they were not voices, they were not
words, nor silence,
but from a street I was summoned,
from the branches of night,
abruptly from the others,
among violent fires
or returning alone,
there I was without a face
and it touched me.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런 일들 때문일 것이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올해처럼 신뢰와 우정이 필요했던 해는.
옥규야.
여전히 영화 많이 보는구나.
나 기억할까.
긴 여행했다.
우리 모임 연락줄 수 있을지.
회원 정보에 전화번호 올렸다.
수도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전화 못 받으면 문자로.
이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