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오전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영화관에 간다.
영화는 아이들이 고른 <호빗>
난 별로 취미 없는 장르의 영화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재밌게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영화가 3시 40분에 끝나면 몇 선생들과 광장 시장에 가서 빈대떡을 먹을 거다.
집에 와서 베낭을 싸고 밤 12시 출발하는 버스를 타게 된다.
새벽 3시 30분 도착, 잠시 후 산행 시작
소백산
2년 전에 갔던 산이고 비슷한 멤버들일 거다.
연습도 안 하고 무작정 가려니 좀 떨리는데
그저 다리만 믿고 가 봐야지.
근데 말이다.
요즘처럼 정신없이 일에 싸여 늘어져 있다가
후줄근한 베낭을 꺼내 이것 저것 늘어 놓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쳐다보니
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저번에 우리 송년회 갔다 오면서
이렇게 반갑게 만나고 가슴 뛰고 즐겁게 노래하고 듣고... 하는 게 진짜 살아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
좋은 시간 보내기 바란다.<광장 시장-by 아이크>
<눈 온 날-by 아이크>
?
잘했다.
무사히 살아돌아와 주니 고밉다.
앞으로 다신 그렇게 무모한 길 나서지 말고 ~
그래도 네 용기와 도전정신이 자랑스럽다.
허리가 만져진다고?
개미허리?
너 자꾸 그런소리 하믄 혼날 수도 있다.
쿵푸 팬더 허리는 우짜라고 ~
얘얘얘~옥규야 ~!
그나이에...
이겨울에...
무식하면 용감하다던 데
클날 뻔 했네.ㅉㅉ
이몸 40대에 소백산을 세번 올랐는데.....
우린 봄,가을이었지.
희방사에서,
구인사쪽에서,
죽령에서,
구인사쪽에서 정상까지
산을 몇개를 넘었는지...
새벽1시에 서울을 출발해 6시부터 등산시작.
그때 내려오며 오른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나더니
지금까지 고질이여.
그때는 무셔운 것이 하~~나도 없었지.
정상의 주목들...
지금도 눈에 서~ㄴ하다.
희방사에서 올라갈땐 주윗사람들에게 밀려
올라갔는데 그때 진달래들....
우리 먹을 건 가는 동안 차안에서 다 쪼아먹고
정작 산에 올라선 남들 먹는 입만 쳐다보는데
어떤 아가씨 둘이 자기 일행을 잃어버려
김밥이 남았다고 왕창 안겨주어 허겁지겁 먹었던생각
우째 고로케 맛있었는지...ㅎ
희방사에서 나와 삼거리 갈림길에서 앞의 큰길로
고등학교 싸이클선수들이 무리지어 내려가길래
그사이에 끼면 애들이 위험할 것 같아
난 한참 기다려서 그들을 다 보내고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데 .....
2K 쯤 내려가니 싸이클행렬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애들 몇명이 쓰러지고 난리가 났더라.
행렬사이에 끼어가던 다른차가 급한맘에 그들을 추월하다가
몇중추돌이 난거야.
뭐 얼마나 급하다고 좀 기다려 주지 애들을 다치게 했는지,
그때 그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ㅉ
경치좋은 죽령쪽으로 올라갈 땐
내자신 알프스의 하이디가 됐던 것 같고
미쳤었던것 같애
어제 일도 생각이 안나는데 왜 20여년전 일이
생각나느냐고요???
이깊은 겨울에 잘 다녀와서 이쁘다.
올봄에 진달래보러 한번 튀어볼까나?
슬그머니...욕심이 ㅎㅎㅎ
(아니~! 근데 왜 이방에서 주저리,주저리..주책일세,)
괜히 반가워서리
결론은 뮈시냐 ~!
앞으로 겨울엔 고저 영화나 보고 빈대떡이나 잡수라규 ~~~!!!
가슴이 뛰고 뭐고 진짜 이번 산행은 내 평생 최악의 산행이었다.
전혀 운동을 안 하고! 장비도 확인하지 않고 그렇게 무모하게 겨울 산행을 간 내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1. 너무 운동을 안 했다는 거
2. 체중이 불었다는 거(그래도 운동을 했으면, 걷는 운동이라도 했으면 좀 나았을 터지만)
3. 잠도 못 잤다는 거
4. 치명적인 장비를 챙기지 못한 점.
5. 그 사이 겨울산의 무서움을 잊어버렸다는 거
그 전날 밤 12시 버스를 타기 전에 좀 자 둔다고 했지만 그러질 못해 너무 졸린 상태로 갔다. 그리고 버스에서 거의 못 잤다.
새벽 세 시 반 정도에 영주에 도착했는데 머리가 멍하고 힘이 없었다.
네 시부터 오르기 시작하는데 별도 보이고 바람도 없고 생각한 것보다 춥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번 여름방학 때 사용하고 그대로 둔 랜턴이 집에서 켜 볼 땐 잘 나왔는데
거의 빛이 나오지 않는 거였다. 베터리를 갈아야 했는데. 혹시 몰라서 배터리를 2개 갖고 왔는데 세 개를 넣는 거였다.
우~~~~ 어떡하나.... 지금부터 최소 8시까지는 켜야 하는데
가뜩이나 눈도 잘 안 보이는데....
결국 낯설고 위험한 계곡 길을 남의 랜턴에 의지에 올라가느라
초장에 진이 다 빠졌다.
게다가 한 30분 올라갔는데 그 계곡 길이 너무 위험하다고 다시 길을 바꾸기로 해서
다시 백.
그때 난 몸과 마음이 다 지쳤다.
그리고 출발 지점으로 돌아와 다시 다른 길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고 도무지 졸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보통 산행 할 때는 난 주로 앞 그룹에 껴서 걷는다.
왜냐면 그래야 힘들어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는 다 보내고 완전 후발대로 남아서
어디 가서 잠시 앉아서 잠 좀 자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도무지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다섯 발자욱 걸으면 쉬고 열 발자욱 걸으면 쉬고
어디 잘 데 없나.... 이런 생각만 들었으니.
결국 의자가 하나 있는 곳에서 앉아서 잠깐 잤다.
말도 안되는데 그랬다. 폭 하고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잠이 깼다. 한 1분 잤을까?
게다가 초입을 벗어나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오기 전에 검색해 보니 기온 영하 19도, 체감 온도 25도라 했다.
이틀 전에 두 명이 길을 잃고 걷다가 저체온으로 잘못됐다는 기사도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날씨였고 산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열 발짝 걷다 쉬고 열 발짝 걷다 쉬고
또 걷다가 깜빡 자고 정신차리고 또 졸고....
미칠듯이 힘들어서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다행히(?) 나와 비슷한 사람이 더 있었다.
정상 부근에서는 미친듯한 바람이 부는데 체중을 늘였기 때문이지 그렇게 않았다면
걸을 수도 없는 바람의 세기였다.
그럼에도 몇 번이나 왼쪽 눈밭으로 굴러 떨어졌다.
바람에 날아오는 눈은 거의 유리조각이었다.
지금까지 눈바람, 바람을 맞아 본 적이 있지만 강도나 속도나 날카로움이 최고였다.
안경에는 눈이 더덕더덕 쌓여 보이지도 않고
위에 입은 잠바는 다 젖고 장갑도 다 젖어 얼고(장갑 속에 물이 고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거의 혼미한 상태로 완전 꼴찌로 비로봉 아래 임시 작은 오두막에 도착,
올라오면서 누가 주는 곶감을 먹었는데 체한 건지 숨도 못쉬겠고 이래저래 죽을 지경이었다.
뜨거운 물에 커피를 타서 나눠들 마시는 술 한 방울을 타서 마셨다.
그때부터는 내려오는 길이고 바람이 없는 길이고 어쩐 일인지 몸이 좀 나아지기 시작해
편안히 내려 왔다.
오랜만에 걸은 탓인지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무릎도 좋지 않았다.
와~~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런 생각뿐.
10시간을 이렇게 걸었다.
단양 쪽으로 내려와 들어간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다가 또 깜빡 졸았다.
온몸에 기름기, 오염물, 말하자면 녹이 잔뜩 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한 산행 중에 제일 위험했고, 무지막지하게 힘들었다.
다음 주에 지리산 가야 하는데 자신감이 팍 떨어졌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뿌드드한 허리를 만지는데
어! 허리가 만져지네~^^
그 동안 허리 없었거든.
내 원 참~!
이렇게 무모한 다이어트라니....
암튼 겨울 산에 갈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갑시다!
사진? 사진 찍을 새가 어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