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년이 여섯 살 때 이 영화의 첫장면이 만들어졌다.

영화도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이 고운 소년을 여섯 살 때 처음 찍고 그 후 12년 동안 그의

성장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만든 영화다.

 

처음 소년은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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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기다리며,

자기에 비해 너무나 능한 누나와 장난하고 당하며.....

아이의 내면이 이런 삽화 같은 장면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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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세 초반에 두 아이를 가졌고, 선량하기는 하나

그저 자유로운 영혼이고자 하는 남편과 이혼해 억척스럽게 일하며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

어느 날 그녀가 말한다.

-공부를 해야겠어. 대학에 가지 않으면 맨날 이 모양 이꼴이겠어-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야간대학을 다니고 대학원을 다니고 결국 심리학 교수가 된다.

오! 뭐 이렇게 감동할 일은 아니다.

그녀의 생활은 거의 변한 게 없으니까.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남자들!은 또한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을 끊임없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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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할 때의 약속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데리고 놀기 위해 오는 남편.

맞다! 에단호크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대화의 진수를 보여 주었던 그 남자.

-균형이 중요해- 라는 말을 하며 폴 메카트니를 좋아하는 남자.

나중 나~중에 새로운 여자와 결혼해 낳은 아이를 보며 그는 커버린 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가 얌전한 꼰대가 되었단다. 젊은 날 네 엄마가 그렇게 바라던-

그리고 어깨를 으쓱

 

어쨋든 일주일에 한 번 올 때마다 그는 최선을 다해 솔직하고 평등한(?) 자세로

아이들과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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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버지의 명으로 머리를 자르는 모습

대학교수인, 겉으로는 너무나 신사적인 새아버지의 폭력성에 가족들은

너무나 놀라고 두려워한다.

두 번째 새아버지도 그런 모습을 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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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가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말썽에 엄마는 힘들다.

엄마에게는 말썽, 아이들에게는 생존 전략.

엄마의 일에 따라 전학을 가고 전학을 가고....

원래 명랑했던 아이는 아니지만, 아이는 점점 내면으로 빠지는 듯

말이 없는 소년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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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춘기는 오는 법

나름대로 성인의 문턱에 다가서기 위하여 질풍노도의 시기를 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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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학에 들어간 지금

이 아이는 흥분하지 않고, 감추지도 않고, 자기를 주장하지도 않으면서

자기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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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사람들이 잘 아는 <비포 선라이즈>를 만든 감독이다.

이 감독은 이 아이를 비롯한 다른 출연 배우들과 12년간 호흡을 같이 하며 영화를 만들었는데 1년에 5분 씩의 내용을 만들었다 한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쨋든 극 영화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가 있었을까?

아이야 자란다고 할 수 있지만 어른의 경우엔 삶의 변수가 훨씬 많을 터인데.

참 놀라울 뿐이다.

 

이 영화도 세 시간짜리.

조금도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내내 나오는 음악이 아주 좋다.

 

특히 마지막

아들이 대학 입학으로 이제 독립의 세계로 가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홀가분하지만 문득 혼자 남게됐다는, 해 줄 일이 없다는 실감에

엄마가 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아들이 독립의 기쁨과 설렘을 가득 담은 얼굴로 운전하며 갈 때 나오는 음악

 

Hero의 Family of the year

정말 좋다.

 

~~나를 가게 해 줘

난 너의 영웅이 되고 싶지 않아

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과 싸우고 싶어~~

 

 

감독이 궁금해서 좀 찾아 봤다.

텍사스에서 출생해서 학창시절을 보낸 후(아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뜻인 듯)

통신대에서 한 학기 동안 영화사를 배우고, 그 후 멕시코만 유전에 가서 돈을 모아

슈퍼 8미리 비디오를 구입해 독학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리고 1988년 슈퍼 8미리 영화 <독서로 경작하는 법을 배울 수 없다>라는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잘 아는  <Before sunrise>로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상을 받았고.

 

세 시간짜리 영화다.

하지만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이야기가 좋은 사람,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난? 많~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