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즐거운 명절이었나요?
명절이 되면 며느리들에 대한 웃지못할 일화가 마구 떠돌아다니지요.
요즘엔 며느리용 기브스가 잘 팔린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정말로 지난번 설을 앞두고 제 딸이 급히 병원에 입원해야할 일이 생겼는데,
글쎄 그 시기가 여자들이 가장 많이 입원하는 시기라며
20여일을 기다려야 입원을 하게 생겼더랬습니다.
딸은 시도때도 없이 아파서 울고 뒹구는데, 응급실에서 그냥 밤을 새는데,
명절에 때맞춰 입원한 여인들 때문에 정말로 급한 환자가 죽게 생겼더라구요.
하는수없이 인맥 동원하여 의사선생님의 쉬는 시간을 할애하는 고마움을 입어
딸이 곧바로 입원수속을 밟은 다음날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 때 농담으로만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정말 속으로 많이 놀랐습니다.
우리 나라의 많은 여성들이 명절이 되면 아파서 입원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그 이후로 나는 며느리를 맞기 전에 과감히 어려운 일을 없애기로 하였습니다.
차례상을 제사상처럼 차리지 않고 정말로 간편하게 차린 후 남은 시간을 즐겁게 지내기로 했지요.
그래서 요번 명절 차례상엔 과일과 송편 이외의 음식은 산적, 갈비, 녹두전, 고사리나물,
이렇게 딱 네가지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차례상을 물린후 동서내외랑 교동섬으로 산보를 나갔습니다.
아름다운 바다, 휘날리는 억새풀, 하늘하늘 코스모스도 구경하고
시원한 나무그늘에 차를 세우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맛있는 새우튀김과 옥수수도 사먹고
트렁크에 싣고 간 아이스박스에서 과일도 꺼내먹고.....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지면서 동네에서 열린 마을 노래자랑을 구경갔습니다.
동네사람들과 두어시간을 재미나게 놀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서가 꽃처럼 밝게 웃었습니다.
시어머님 살아생전의 명절엔 꿈도 못꿔볼 일이었지요.
이젠 제가 제일 큰 어른이 되어 제 생각대로 명절을 요리합니다.
앞으로 나는 나의 며느리가 절대로 가짜 기브스를 사는 일이 없도록
정말로 즐거운 명절 만들기에 앞장서는 그런 시어머니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랍니다.
* 부언 - 아이들이 어렸을 적엔 송편도 만두도 고사리손으로 만들게 하여 차례상에 올렸었죠.
이젠 그 아이들이 모두 장성하여 제 갈길로 가고나니 덩그마니 동서 내외와 우리만 남았습니다.
이 나이쯤 해서는 간소화 해도 될거 같아서 용단을 내렸더니 동서가 제일 좋아합니다.
39년을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명절이었더랬거든요. 난 이제 해방을 선포할 자격이 있지요.^^
...아름다운 바다, 휘날리는 억새풀, 하늘하늘 코스모스도 구경하고
시원한 나무그늘에 차를 세우고 돗자리를 깔고 ....
선배님의 글을 읽으며 떠오르는 노래가 있어 위에 동영상으로 올렸어요.
너무나 한가롭게 지내시는 명절 모습에 저까지 이곳에서 잘^^ 쉬었어요.고마워요.
작년추석 동문광장 '컬럼'에서도 간단한 명절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명 받았던 적이 있어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고정관념 (클릭)
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살면서
추석에는 나름대로 추억속 고국을 그리며 지냅니다.
선배님의 귀한 글을 '컬럼'이나 '글사랑'에서 항상 기다리는 후배에요.
내내 건강하시며 건필하시시기를 기원합니다.
??선배님 아주 잘 하셨어요
저도 이번 추석을 추도 예배로 드리고 남은 시간을
평소에 시간 없어 못 하던 여러가지 일을 하며 지냈답니다
며느리를 봐도 선배님처럼 즐거운 추석을 만들도록 노력하려구요
옥인아 니가 올린 노래도 좋지만 그림도 참 좋구만~!
향수(鄕愁 Nostalgia) - 이동원, 박인수 (정지용 시) Korean Song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울 늙으신 아버지가
그 곳이 차마 꿈엔들(꿈엔들)꿈엔들(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