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그저 즐겁게 놀기만 하면 됐고, 뭐 조그만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면

엄청나게 큰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놀라곤 했지.

 

인간사 생로병사의 굴레는 나를 비롯한 모든 세상 사람에게 다 씌워져 있는 일인데도,

마치 나한테만 닥쳐온 불행인 것처럼 느끼면서 마음 무거워하기도 했고,

그런 어린 마음에 미숙한 처리로 주위에 그늘을 주기도 했지.

 

이쯤 되니 주위에서 작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더구나.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모습 다 비슷하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상황은 같을 거야.

다만 그 상황을 대하는 내 마음자리만이 조금 변하는 것이겠지.

 

친한 선생님이 수술하고 회복중인데, 생각처럼 잘 회복이 되지 않고 있어.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시간만을 생각하게 된단다.

 

같이 웃었던 시간들, 크게 웃었던 시간들, 몰래 웃었던 시간들, 눈짓으로만 웃었던 시간들,

울면서도 웃었던 시간들, 반가워서 웃었던 시간들, 미운데도 나오던 웃음....

 

지루하고 싫었던 시간들은 기억 저편으로 달아났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생각하기도 아까운 그 찬란한 웃음의 시간을 생각한단다.

그 시간이 나에게 힘을 준단다.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의 부모들을 생각한다.

어떻게 숨을 쉬고 살까? 어떻게 밥을 먹고 살까?

더구나 그런 그들에게 모진 말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서.

 

그것은 아마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 웃음, 공감, 기쁨......

그것이 남아있는 자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