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는 그저 즐겁게 놀기만 하면 됐고, 뭐 조그만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면
엄청나게 큰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놀라곤 했지.
인간사 생로병사의 굴레는 나를 비롯한 모든 세상 사람에게 다 씌워져 있는 일인데도,
마치 나한테만 닥쳐온 불행인 것처럼 느끼면서 마음 무거워하기도 했고,
그런 어린 마음에 미숙한 처리로 주위에 그늘을 주기도 했지.
이쯤 되니 주위에서 작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더구나.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모습 다 비슷하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상황은 같을 거야.
다만 그 상황을 대하는 내 마음자리만이 조금 변하는 것이겠지.
친한 선생님이 수술하고 회복중인데, 생각처럼 잘 회복이 되지 않고 있어.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시간만을 생각하게 된단다.
같이 웃었던 시간들, 크게 웃었던 시간들, 몰래 웃었던 시간들, 눈짓으로만 웃었던 시간들,
울면서도 웃었던 시간들, 반가워서 웃었던 시간들, 미운데도 나오던 웃음....
지루하고 싫었던 시간들은 기억 저편으로 달아났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생각하기도 아까운 그 찬란한 웃음의 시간을 생각한단다.
그 시간이 나에게 힘을 준단다.
세월호 희생자 아이들의 부모들을 생각한다.
어떻게 숨을 쉬고 살까? 어떻게 밥을 먹고 살까?
더구나 그런 그들에게 모진 말을 해대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서.
그것은 아마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 웃음, 공감, 기쁨......
그것이 남아있는 자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맨 마지막에 오타가 있었네 only the person who has somebody's hand will be able to laugh.
좋은 글 읽었네. 인옥 땡큐!~~
즐겁게 웃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게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이라는 건 의미있는 얘기야.
난 자주 생각하는데 어른이 될수록 더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
늘 같은 일을 하면서도 발끈할 때가 자주 있어.
전 같으면 좋은 맘으로 다독이며 넘어갔던 일일 텐데, 이상하게 화가 나는 일 말이야.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지.
시간이 지나 생각하면 역시 그건 배려와 관용의 부족이었다는 걸 느끼고 자주 반성하게 되지.
나의 이기심에서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카톨릭 신자도 아닌 내가 어제는 평화방송을 틀어놓고 교황님 행사에 관한 많은 프로그램을 보았단다.
대전종합운동장에 가득 모인 신자들을 보니 참으로 놀라웠어.
우리 민족이 정말 참 신심어린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고 말이야.
얼마 전에 갔던 화엄사에서도 그런 생각을 했고, 산책길에 있는 인왕산 국사당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
교황님 삶의 10가지 신조는 카톡을 통해 여기저기에서 많이 올려 주기에 읽어 봤단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라고 생각해.
이 시대에 그런 사고와 태도를 가진 어른이 있다는 것이 무척 기쁘더구나.
지옥의 가장 뜨거운 자리는 정치적 격변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단테의 글이 요즘 많이 얘기되고 있지.
어제 그분의 낮고 조용하고 흔들림없는 목소리와 말투와 자세를 보며
큰 걸음은 길을 만든다더니 이런 게 그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얼마 전에 카운터 테너가 부르는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들은 적이 있어.
뭐라고 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느꼈어.
어제 조수미가 정성으로 부르는 아베마리아를 들으니 또 정말 그렇더구나.
이야기 나누니 좋네.
이 글 끝내고 산책 다녀와야겠다.
가을이 왔어.
잘 지내 인옥, 또 12기 친구들~~~
어제 프란체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온 뉴스를 뒤덮은 가운데
나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의 일생의 행보과 개혁적인 신학 선언을 찾아 보았다.
특히 교황의 9가지 생활지침은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지구촌의 인간으로 따르고 흠모하고 싶은 생활태도인 것 같다.
그가 큰 조직체의 수장으로, 세계 각국의 소위 높은 사람을 수없이 만나야 하는 자리에 있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더 찾아가고, 잘못된 제도를 가차없이 비판하는 것은,
평화, 사랑의 근본은 인간과의 관계에 있다는 깊은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고 한다.
옥규의 글을 읽으면서,
그래 우리에게 끝까지 남는 것은 같이 했던 기억, 관계의 시간들이지
라고 다시 확인하며 내가 좋아하는 책 Spiritual Literacy 에서 한 문장을 같이 나누고 싶다.
위의 글과 많이 닿아 있어서 말야.
영어로 되어 있어 좀 미안하지만 어렵지 않으니까
I was sitting on a beach one summer day, watching two children, a boy and a girl, playing in the sand.
They were hard at work building an elaborate sand castle by the water's edge,
with gates and towers and moats and internal passages.
Just when they had nearly finished their project, a big wave came along and knocked it down,
reducing it to a heap of wet sand.
I expected the children to burst into tears, devastated by what had happened to all their hard work.
But they surprised me. Instead, they ran up the shore away from the water, laughing and holding hands,
and sat down to build another castle. I realized that they had taught me an important lesson.
All the things in our lives, all the complicated structures we spend so much time and energy creating,
are built on sand. Only our relationships to other people endure.
Sooner or later, the waves will come along and knock down what we have worked so hard to build up.
When that happens, only the person who has somebody's had to hold will be able to laugh. ----Harold Kush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