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따리를 싼다

 

딸 왈~또 가슝~?

나 왈~냅 둬융~!

 

서귀포 앞바다를 내려다 보며 일을 벌렸다.

절친의 아들이 영국 켐브릿지에 둥지를 틀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데 요 기회를 놓치랴? emoticon

 

고로 우린 떠난다

그녀의 딸과  늘 동반하는 또 한명의 절친과...ㅎㅎㅎ

 

집안일?

애 젖멕이냐?

돈?

다리 떨리믄 이짓도 못하거덩?

날이면 날마다 오는 장마당 꼴뚜기가  아니걸랑~! emoticon


이곳은.....

차소리 하나 안들리는 영국 켐브릿지 의 조용한 주택가

자그마한 평화스러운 동네.

 

처자식은 친정에 보내고 혼자있는 친구아들네 2층 작은 방에서

끙끙 대며 등에 메고 날라온 노트북을 켜놓고 나는 행복한 뇨자가 되어

글을 시작한다. 

 

빰빠라 빰~~~!!!    emoticon

 

 

7월31일.목,섭씨30도의 후덥지근한 7월의 마지막날

 

친구 아들이 한가지 팁을 줬다.

히드로에서 버스를 타고 켐브릿지까지 오면 2시간30분정도 걸리는데

밤도 늦고 짐도 많으니 택시를 타라고...

그냥 현금으로 내면 몇배의 값을 내야하는데

택시타면 1시간30분정도 걸리고 택시값으로 면세점에서 말보르담배 레드를

6박스를 사오면 (19000X6=114000) 한명이 내는값은 28500 씩이니 그것이 낫다고한다.

이유는 영국은 담뱃값이 비싸 택시기사들이 그것을 현금대신 받아 몇배로 붙여서 판다고 한다.

그러니 그들에겐 우리들 같은 사람들이 봉이다.ㅎㅎ

 

우리 면세점에선 몇박스를 사가던 자기들은 상관 안한다고한다.

그러나 영국은 담배는 일인당 한박스로 정해졌다 하니 알아서 하라한다.

우린 세금을 물더라도 택시값보다 쌀테니 기냥 일사천리로

왕복 사용할 예정으로 12박스를 사서 각자 가방에 쑤셔 넣는다.

(쉿 ~! 요건 우리끼리 아는 비밀~emoticon 영국 세관에서 잡으러 오믄 워쩌요?)

 

뺏을래믄 뺏어라.

설마 잡아가기야 허것냐?

우리같은 할줌니가 뭣이 무섭것냐?

보무도 당당하게 철판깔고 10번케이트로 향한다.

 

인천공항에선 외국인들을 위해 요런 재미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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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20분에 출발하는 뱅기는 에어프랑스로 12시간의 비행 후  파리에서 환승하여

1시간 30분후 히드로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지구 저멀리 시베리아를 건너 러시아를 내려다 보며 지구상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일들을 잠시동안 잊고자 한다.

 

남들 다 주무시는데 반짝 실내등 켜놓고

생각나는대로 노트에 끄적이기 시작한다.

 

긴 비행시간을 즐기는것이다.

나는 여행 시작하며 메모하는 순간이 참 즐겁다.

뱅기 안에서 주는 밥도 주는대로 쨥쨥 맛있게 잘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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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일본 모녀가 앉아 도란도란 작은 소리로  대화하는 것이 애기 옹알이 소리 처럼

높낮이 없이 같은 톤으로 들리는데 우습게도 자장가 소리같이 편안함이 느껴진다.

 

에어컨이 본격적으로 들어와 여기저기서 기침들을 한다.

속바지를 꺼내입고 머리가 시려워 후드티 모자로 머리위의 에어컨 바람을 가린다.

장장 긴여행에 감기들까봐 마스크도 쓰고 발목에 토시도 신었다. 

넘이 뭐래거나 말거나 감기걸리면 여행은 쭁! 이다. 

 

내 바로 앞자리의 아자씨가 의자위로 봉긋 솟아 오른 머리가

모자를 쓴것 같이 요상하여 자세히 보니  둥근해가 떴습니다 였다.

아니 ~! 근데 왜 그리 둥근해를 흔들어 대고 있는지 눈이 부셔서리....내참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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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꽂혀진 이어폰에선

"안개비가 하얗게....."로 시작하며 아침으로 파스타를 먹기 시작하고

"내겐 우산이 되리라 ~!"로 끝내는 정점에선 찐한 커피 한잔에 떨어진

쥐어짜여진 눈물 한방울과 함께 가슴이 싸아해지는 그런 기분....

 

아마도 1년에 서너번 분기별로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때인것 같다. 

 

그러나 그때 뿐,

잠깐의 맨정신은  참 편리하게도 한시간도 채 가지 않는다.

 

이제는 꿈속의 바람같이 과거는 흘러갔고

그냥 스쳐가는 바람처럼 모든 과거는 잊어야한다.

나는 지금 60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시도 때도 없이 길을 나서지만

그나라가 그나라이지 뭐 별거 이겠는가?

다만 무소의 뿔처럼 달려가는 나를 다독이고,

 

경마잡힌 말처럼 초조한 일상들이 

뒤죽박죽 그날이 그날인것 같아도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을 맞이 하게 해주는 마약같은 존재이다.

 

사랑이 깊어 갈수록 빈술잔이라는 유행가 가사는 나에겐 틀린 말이다.

 

나는 사랑이 깊어 갈수록 충만하고,

매일매일이 그득한 나날들인 참사랑을 알기 때문이다.

 

뱅기 타기전에 은초가 전화를 했다.

"하무이! 잘 다녀오쟤요~ㅇ~!"

"하무이! 맛있는것 사오쟤요~ㅇ~!"

주절주절 쫑알쫑알 끝도 없이 떠든다.

 

은범이가 굵게 한마디루 선을 긋는다.

"할머니~! 내옷 사와 ~!!! 끝~!!!"

 

드골공항에서 내려 요리꼬불 조리꼬불 ...

우리는 환승하는 곳을 잘도 찾아 다닌다.

까이꺼 틀리믄 말 ,

안되믄 마늘까러 가믄 될꺼 아니냐고....!

오라는곳은 없어도 갈곳은 많다.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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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정도 기다렸다.

 

이제사 여행을 시작하는 맘이 든다.

대체 유럽을 몇번이나 갔는지...ㅎ

 

맥이 떨어 질만 하면 일을 벌렸다.

 

장한 수노~!

잘났다 정말~ㅎ

내가 내 엉뎅이를 토닥토닥 ,

 

某 시인의 글에~ 

사람이 풍경일때 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는 표현처럼

수채화의 물감처럼 어우러져 돋보이지 않는 풍경같은 나의 일상들을

 

눈에,

가슴에,

넘치도록 나는 담아 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