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한과 피 색깔의 장루


지난 목요일 밤에는 원인 모를 오한으로 두어시간을 떨었다.

밤중에 깨었는데 이가 딱딱 부딪치게 추워서 옷을 껴입고 이불을 끌어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해도

몸이 따듯해지지가 않고 잠도 안오는 것이었다.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게 웬일일까?

열이 나면 응급실로 가라고 했지만 오한에 대한 경고는 받지를 않았기에 그리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게 뭐지? 하며 은근 염려가 몰려 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11번의 항암치료를 한주일 차질 외에 큰 문제 없이 다 잘 받아왔고

오직 12번째 한번만 남고 무사히 끝내가는 마당에 변수가 생기는가?

도대체 무슨 일일까? 알수가 없었다.


그 밤에 장루를 비우면서 보니 와~ 변 색갈이 피 색갈이었다.

깜짝 놀라 가만히 생각하니 낮에 마신 백년초 주스때문인 것 같았다.

수요일 밤 교회에서 친구가 건네준 백년초 주스...


75살의 친구 언니가 내 이야기를 듣고 투산 야산에서 몸소 따다가 주스를 만드셨고

봉투 봉투 얼려서 한 자루를 가지고 오셨단다. 대여섯달 마실수 있는 분량!

와~그렇게 귀한 것을 그렇게나 많이! 이 사랑의 빚을 어찌 갚을꼬!

여러 작은 봉투에 얼린 것중의 하나를 녹여서 마시는데 반잔이상 두잔을 마셨었다.


실은 친구가 물에 타서 먹으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마셨던 것이다.

그 예쁜 진홍색 빛갈에 끌려서라고 변명할까?

말 안듣는 사람은 혼이 나야 한다. ㅎㅎㅎ

친구 이야기에 백년초에 해열 기능이 있는데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된다면서

어떤 사람은 두잔을 진하게 마시고 사흘을 아팠단다.

이크, 한잔만 마셨기를 불행중 다행!


2) 현재 나타난 항암치료 역효과 증상들


두어시간 후에는 체온이 정상이 되고 잠을 잘 잤지만

다음날 일어나니 머리도 아픈 것 같고 관절마디도 아픈 것 같고...

그 당시는 영문도 몰랐던 터에 하루종일 우울하여 남편에게 옴살을 떨고

주로 누워서 잠을 자고 또 자고 운동까지도 작파하고 안했다.


보통 푸쉬하지 않는 감시자가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자기 입으로

"힘들면 운동하지 말아." 해주는 남편.

조금이라도 힘들면 그렇게 옴살을 피워서 하루 종일 잠만 잔 날이 그동안 스무날쯤은 된 것 같다.

이렇게 게으르게 살아서 될까 모르겠다.


처음 대여섯번까지는 건강색을 유지하며 잘 지냈는데 횟수를 거듭하면서

피부와 얼굴은 이상한 검은 빛을 띄우고 있고, 손바닥과 발바닥에 검은 반점도 드문드문 보인다.

늘 내 안색을 살피는 남편의 눈에 내 얼굴이 보통 때와 다른 검은 색이 되었다고 한다.

햇볕에 그슬린 것이라고 우기지만 내가 봐도 얼굴이 아주 이상하다.

이게 바로 병색이라는 것일까?


내 몸은 그동안의 항암제의 독성이 싸여서

손발 저림, 입안건조의 두가지 큰 문제가 생겨있다.

입안은 매운 음식을 먹으면 아주 괴로워진다.

손을 꽉 쥐면 둔한 느낌이 나고 손끝이 마치 불에 살짝 데인것 같이 무디고 약간 아프다.  

머리카락은 반백이 되었고 많이 빠지고 엉성하여져서 꽁지 빠진 새꼴이요, 시골 할망구 모습 그대로이다..


가끔씩 심장인지 가슴인지 먹먹해 질때도 있지만 항암치료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쨎든 암세포도 죽이지만 정상세포 중 빠르게 자라는 것을 막는 것이 항암제라니

내 몸의 일부분이 계속 파괴 되고 있는 것이겠지.




3) 기도의 능력


그래도 이만큼 견디는 것만도 기도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인것으로 안다.

한번도 못 견디는 사람도 있으니까 장장 열한번을 견딘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열이 올라 응급실에 간적도 없고, 감기 한번 안 들었으니까.


기도의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사례 연구에 의하면 기도의 힘은 입증될수 있다는 것. 

기도를 받는 사람과 못받는 사람의 치료와 회복 차이는 아주 아주 크다는 것이다.

(참고: 기도의 힘” 불임환자, 남의 기도 받으면 임신성공 확률 2배 높아져  

http://www.aspire7.net/reference/pray-146.htm)


모든 역효과들은 항암치료가 끝나면 점차 좋아진다는 말도 있고

일년 이년 되어도 손발이 차고 저린 것등은 잘 해결이 안된다는 말도 있다.

내가 굳게 믿기로 나는 항암치료가 끝나는 대로 두어달 후면 다 원상 복구 될 것이다.

기도의 능력..말씀의 능력 때문에.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두 말씀을 날마다 읽고 또 읽으면서 내 몸에서 그 말씀들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고 믿는다.


그래도 가끔 역효과가 걱정이 될때는 남편에게 심술을 부린다.

독한 항암제에 의구심을 갖고 붏평하는 내 말을 그냥 들어주면 좋으련만 

무조건 묵살내지 혹시나 치료를 거절할까봐 거품물고 반대하는 것이 화가난다.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좋을텐데... 이제와서 다 끝나가는데 안 맞는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실은 한번이라도 더 안맞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벌벌 떨던 그날 밤에 내내 떠올랐다.

있는대로 옴살을 쳐서 더는 못 맞겠다고 떼를 써서 한번이라도 면제를 받을까..

궁리를 해보지만 워낙 완강한 남편의 고집을 꺽을 도리는 도저히 없다는 것을 안다. 


백혈구 수치에 문제가 없어서 이번 화요일날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고

목요일이면 다 끝이 나기를! 그러면 이번 금요일 부터는 훨훨 날아 다닐것만 같으다.

남편은 굳게 약속한다.

화요일날 차질없이 치료 받을수 있다면 더이상 고기먹으라, 무얼 먹으라 간섭을 절대 안하겠다고.

더이상 어디 나가 다니는 것도 다 자유를 준다고...

자기도 감시자 노릇하는 것 지긋지긋 하겠지..ㅎㅎㅎ


주님의 은혜로 무사히 끝날 줄로 믿으며

또한 그동안 계속해서 기도를 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4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