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병들었다고 동문 친구들이 엘에이에서 여기까지 운전하여 왔습니다.

올 필요 없대도 믿지 않고 왔네요.


누구든지 우리 집에 온다면  "Never say no"요, 언제나 대 환영을 하는 내가 왜 올 필요 없다고 했을까요?

첫째는 내가 무엇이관대 아프다고 먼길에 오는 것이 미안한 일이고,

두째는 후배 부부가 일년반 전인 지난번에 너무나 많은 선물을 가지고 와서 몹시 당황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것이 분명하니 좀 부담스러웠어요.

나는 갚지도 못하고 받는 것이 영 부끄럽기만 하니까요.


내가 이세상 살면서 만나 본 사람 중에 제일 풍성하고 넘치는 사랑의 헌신자...후배 부부, 두 분은 손발도 잘 맞지요.

그 먼길을 혼자 운전하시며 아무 불평없으신 우리 장로님! 무엇이든지 부인이 원하는 일이면 무조건 OK만 하시는 분!

 "못 말리는 춘자씨~"로 유명한 부인을 둔 남편노릇도 바다같은 사람 아니면 감당이 쉽지 않을 꺼예요.

그녀의 왕성한 활력과 퍼주는 솜씨는 우리 모두 죽었다가 깨어난대도 흉내조차 못 낼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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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후배 부부와 함께, 씨애틀 사시는 자애로운 호문선배님, 그리고 안 보는 사이 더 젊어지고 예뻐진 동기 동창 수인,

이렇게 넷이서 한 차타고 왔어요.

실은 동문회 때문에 친해졌고, 우리 집에 한번씩은 와 보았고, ...모두 보고 싶고 정든 사람들인데

피닉스 우리 집에서 만나보니 얼마나 좋던지요!.


그런데 그 멀리서 왔다가 꼭 두시간 만에 그냥 간다는 거예요. 

내가 힘들어 할까봐 음식도 안 먹고 갈테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 것을 말도 안된다고 싸우다 시피해서

간단히 두가지만 내놓을 것을 조건으로 저녁식사를 준비할 것을 허락 받았어요.


이번에 후배는 최고급 복숭아와 참외를 특별 주문해서 한상자씩 가져 왔어요.

워낙 캘리포니아 과일들이 맛있잖아요? 정말 그렇게 맛있는 것은 내 생전 처음이에요.

이 동네에서는 비리비리 한 것만 사먹다가 최고급 과일을 먹으니 내 겸손한 위장이 놀라 기절할 정도.ㅎㅎㅎ

그리고 떡도 여러가지로 가져왔는데 오면서 상해서 거의 다 버렸답니다.


멀리서 보러 온 것만도 충분한 선물 자체이고, 최고급 과일 두 상자면 충분하고도 충분한 선물이 아니겠어요?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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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가발을 쓰고 찍은 사진, 아래는 가져온 모자에 맞추어 블라우스를 사입고 찍은 사진.

이쁘다고요? ㅎㅎㅎ 사진은 거짓말 잘 하죠? 가발 벗은 사진도 올릴까 하다가 눈들 버릴까 봐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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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전문 가발 상점을 운영하는 그녀로서 제일 크게 중요시 했던것은 내 머리카락이 다 빠졌을까봐

가발을 가져온 것입니다.  

여기는 너무 더우니 가발 필요 없대도  시원한 가발도 있대나... 전혀 믿기지 않았는데

정말 툭별한 비싼 것인지 어쩐지 전혀 덥지 않고 가발 쓴 것 같지 않은 질이 좋은 것이에요.



몇개를 가져와서 이것 씌워보고 저것 씌워보고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을 고르라고 하여서

암투병으로 갑자기 늙은 마누라를 삼십대로 보이게 했다는 단발형을 남편이 골랐습니다.

그것 외에 모자를 세개나 더 가지고 왔더라구요. 이만하면 넘치고도 넘치는 선물인데 우리의 춘자씨

못말리는 춘자씨는 우리를 더욱 놀라게 만들 준비가 다 되었더라구요.


잠간 갔다 올데가 있다고 해서 개스를 넣어가지고 오나..자동차 정비를 하나보다 했는데...

세상에... 우리집 뒷뜰에 꽃 심어 주겠노라고 지난번 부터 그러더니

뜨거운 볕에 죽어나간 꽃들이 있는 대강 꾸민 우리 꽃밭을 위해 

꽃을 잔뜩 사왔더라구요. 모두 8개의 화분을 줄줄이 들고 들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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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들어오라는 돈나무 두 그루는  세라믹 화분까지 구해서!

실외용 6개 꽃나무는 이름도 잘 모르는 것인데 너무 예뻐서 그 가게 있는 것 몽땅 쓸어 왔대요.

그 꽃나무는 생전처음 보는 참 예쁜 꽃인데 사막 뜨거운데서 잘 견디는 꽃이랍니다.

동네 지리도 잘 모르는데 어찌 그럴 생각을 했을까... 너무 기상천외한 발상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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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 꽃을 내가 아침마다 무릎꿇고 기도하는 창문 바로 앞쪽에다 심었더니 얼마나 눈이 즐거운지! 아침마다 아주 행복할것 같아요.)

(아래, 화단에다 두 그루를 심어 더 화려하게 만들었어요. 아마 내년 이맘때면 일미터쯤 자라서 아주 더 예뻐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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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의 못 말리는 춘자씨!

그것도 부족한지 가기 전에 또 카드를 내 놓더라구요.

친구들에게서 돈까지 거두어서 거금을 넣은 카드를요.

자기는 그만큼 하면 더할 필요가 하나도 없는데도 자기 몫까지 넣어서 말이지요!


춘자씨 남편 장로님의 안수기도까지 받고 은혜 충만했던 나는 

졸지에 한번씩 껴안아주고 친구들이 떠나버린 후, 두어시간을 "나는 어쩌면 좋아?" 소리만 하며 뱅글뱅글 돌았어요.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받은 나는 무얼 어찌 해야 될까?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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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나무는 대문 앞에 진열해 보았더니 드나들면서 행복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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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생각해낸 결론은 이 넘치는 사랑은 그 친구들에게서 나에게로 흘러 왔고

이제 내가 흘려 남에게  끼쳐야하는 사랑이라는 것. 나만 돌식해 버리고 끝나면 안된다는 것.

실제로 투병생활 9개월만에 은근 지쳐 있던 내게 활력이 되어

사랑을 나눌 사람들에게 마음이 가도록 해 주는 것이었어요.

여기저기 밀린 전화도 하게 되고...구체적인 만날 계획도 세우게 되고...


짠순이 같이만 살아온 나는 이런 풍성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조금도 없다는 것을 알아요.

이번에 아프면서 몇몇 이웃과 교회식구들과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는지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아, 이렇게들 사는구나. 사랑을 나누며 사는 것이 더 아름답다... 나도 그리하며 살아야 되겠다... 그런 감동을 많이 받았죠.  


그분들에게 내가 갚을 기회를 못 얻으면 주님이 갚아 주시라고 기도합니다만 사노라면 갚을 날도 오리라 믿어요. 

나는 나에게서 흐름이 멈추지 않도록 흘려 보내는 일을 잘 해서 내 주위에 작은 빛을 비추고

이런 풍성한 사랑의 맛을 함께 나눌 것이 숙제이지요.



최근에 심하게 덥던 날씨도 그날만큼은 조금 수그러져 견딜만 했고,

우리집 화단에는 보통 때 하루 한두송이만 피우던 하이비스커스 꽃이 여섯송이가 한꺼번에 폈어요.

친구들에게 적당한 답례 선물도 준비 못한 나의 부족을 주님께서 대신 메꾸어 주신 것이 아닐까요.

세상에, 일곱시간 걸려서 달걀을 구워놓았는데 그것도 까먹고 못 드리고... 정말 대접이 너무나 소홀했으니 말이에요...


하루 밤이라도 자고  갔으면 좋으련만 병자가 힘들꺼라고 그 먼길을 재촉하여 떠난

친구들의 배려에 목이 메어 잠을 설쳤습니다. 

내 인생길이 다 하기전에 이런 특별한 만남의 잔치를 예비해 주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귀한 친구들을 축복해 주소서.  

진심으로 감사하며 기도할 뿐입니다.


춘자씨, 장로님, 호문언니, 수인...그리고 몸은 같이 못 왔으나 마음이 함께 온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힘내어 최 단기간에 병을 이겨낼 것을 마음으로 다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할 것 있어요.

우리집에 오실 분은 언제나 대 환영인데, 제발 춘자씨 처럼 하지 말아 주세요.

20불 미만짜리 선물이면 저는 최고로 환영합니다.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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