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쯤 친구네서 얻어온 모종 중에는 깻잎도 있었다.

미리 깻잎 먹을 궁리를 하며 좋아했더니 아깝게도 모종 넷이나 다 죽어 버리고

단 호박 두 그루가 아직도 싱싱 살아있다.


처음에는 강한 햇빛을 피해 그늘도 만들어 주는 등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랬더니 모종한 후 자꾸 시들고 힘들어 하던 호박이 어느새 잎이 넓어지고 줄기가 단단해 진것이다.

내 방에서 정면으로 바로 보이는 곳에다 자리를 잡았는데 오늘 새벽 노란 것이 비치길래 

뛰어 나가보니 호박꽃이 한개가 핀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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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나 이쁜지!

호박꽃이 그리도 이쁜지 처음 알았다. 동병상린 나이가 들어서 호박꽃이 이쁜걸까? ㅎㅎㅎ

단호박 죽을 너무도 좋아하는 내게 과연 단호박을 열매로 열어 줄 것인지

그것은 자라 봐야 알겠지만 죽을둥 살둥하다가 이만큼 싱싱하게 자라는 것만도

내 힘을 돋구어 주며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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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서 자라는 고추는 이동네에서는 겨울에도 죽지않는단다. 나 닮아 비실대는 두그루에서 꾸준히 고추를 따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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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도 모종은 세그루를 사서 심었는데 두 그루는 시난 고난 살고 있는데 한그루는 왕성하게 잘 자란다.

문제는 자라기는 하는데, 꽃도 자꾸 피는데 전혀 열매를 맺지 않는 것이다.

친구도 같은날 같은 종류를 사서 기르고 있는데 똑같은 문제이다.  아마 유전자 조작이 잘못된 품종인것 같다.


오늘아침 왕성하지만 열매를 못맺는 그놈을 그냥 뿌리 뽑아 버렸다.

실은 나는 아까와서 뽑을 엄두를 못냈는데 내 말을 듣자마자

뭘 고민하고 그래요? 하고 그냥 뽑아 주는 이웃 친구의 용단 때문이다.


덕분에 자리가 생겨서 가지 두 그루와 일본 오이를 사서 모종을 내었다.

제발 잘 살고 열매를 맺어야 할텐데... 텃밭 기르는 것에 영 자신이 없는 것이다.

왠 벌레들이 자꾸 아까운 채소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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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는 뒷뜰을 정리하는 일이 한창이다.

한켠에 배트민튼 치는 모래 밭을 만들고 그동안 맨흙이었던 뜰에 돌을 까는 작업을 한다.


남편이 이사 오자마자 처음부터 풀장을 만들자고  졸랐는데 단호한 노 No만 하는 나 때문에

시간이 많이 갔다. 수영장 기피하는 사람들 말을 왜 귀담아 안 듣는지 원. 

그 다음엔 잔디를 깔자고 했다가..그것도 노.., 왜냐하면 풀이 나고 엉망이 될 잔디를 왜 심을까?

잔디라면 시카고에서 매주 깍느라 실컷 고생했는데,

리고 피닉스에 와서 잔디 없어서 얼마나 좋았는데 왜 새삼스레?

결국 바깥일에 게으른 남편대신 풀뽑는 일이 몽땅 내 차지가 되고 말것을 뻔히 알진대

이번에는 물렁이로 물러서지 말아야지. No. NO, NO!!!

 

그래서 세월을 끌다가 마지막으로 핫텁을 만들자고 하더니 그것도 반응을 신통하게 안 했더니

남편이 손을 들고 이제 두사람 합의 하에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내가 이겼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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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화단을 정리하여 조그만 화단을 보충했다.

조금만 손을 대도 보기도 좋고 기분도 좋아진다.

호박꽃도 피었지만 패랭이 꽃, 채송화도 피고 얼마전에 심은 하이비스커스 꽃도 거의 날마다

새 꽃송이를 피운다. 참 고마운 꽃나무다.

새 단장한 우리집 뒷뜰에 호랑나비도 허밍버드도 자꾸 날아 들어온다.

뜨거운 여름을 꽃 구경하면서 지낼 일이 즐겁기가 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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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엊그제 뒷뜰 정리작업이 다 마쳐졌다.

반달을 걸린 것인데 일이라면 도망부터 가는 남편대신 이웃친구가 멕시칸을 데리고 땀흘려 수고한 것이다.


이제 다 끝이나니 날마다 일삼아 모래를 잘 다져주면서 기분좋아하는 남편.

오늘 새벽에는 정리된 모래밭 위에서 배트민튼을 둘이서 처음으로 쳤다.

너무나 신났다. 남편 왈, "이건 내 아이디어였어!"  "맞소 맞아! 잘했지 잘했어!" ㅎㅎㅎ 

 

밖에서 찌개도 끓여서 아침식사도 둘이 앉아 먹고 커피 한잔을 들었더니

이렇게 기분 좋을수가!

한국 사람들과 식성이 같은(?) 파리들이 몇놈 날아 왔지만 기분좋으니 봐주기로.ㅎㅎㅎ

시원한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담 넘어로 보이는 남산, 팜트리...

우리 집에 이사온 뒤로 제일 기분 좋은 아침, 유월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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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새벽에 배트민튼을 하면서 뛰면 건강도 절로 따라 오겠지?

친구들 오면 배트민튼을 하자고 하면 좋아하겠지? 하면서 미리 즐거워 한다.

살인적인 여름이 빨리 지나고 가을이 오면 좋겠다.

좀더 많은 시간을 뜰에서 지낼수 있을테니.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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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걸려 위의 글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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