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2년전에 가르쳤던 제자녀석이 안개꽃으로 싸인 빨간장미꽃다발을 들고 아내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학교에 다닐적에 공부얘기보다 에피소드가 참 많았던 별난 녀석이었지요.

고등학교에 다닐 땐 느닷없이 찾아와 스승님께 바치는 노래라며 '수요일엔 빨간장미를' 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그 가사를 까먹어서 몇번이나 부르다가 끝내는 끝까지 못부르고 다음에 다시 와서 불러주마고 가더니만

 28년이 지난 어제 찾아와 나를 감동시켰습니다.

 

내 작업실 안에서 차를 마시더니 곧장 잔디밭으로 나가 차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펼쳤습니다.

두 개의 색소폰, 앰프, 스피커 두개, 마이크 등등을

그러더니 나를 정자에 앉히고 맞은편 잔디밭에서 나를 향하여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지들을 가르칠때 즐겨 했던 노래라며 모닥불을 연주하더니

뒤 이어 여섯곡이나 내리 연주하여 온동네를 색소폰 소리로 뒤덮었습니다.

그 중엔 고등학교때 끝까지 못부르고 갔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라는 곡도 들어있었습니다.

바로 교회 옆에서 시끄럽게 했다며 마지막으론 찬송가를 한 곡 연주했습니다.

지나가는 차들도 서행을 하였고 집집마다 창문엔 사람의 얼굴이 붙었습니다.

내가 카메라로 녹화를 하니, 미숙한 솜씨라며 절대로 선생님 카페에 올리지 말라고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 한장만 올립니다.

 

* 녀석은 어제 - 수요일에 - 정말로 빨간장미를 들고 내게 나타난 것입니다.

수십명의 선생님들 중 6학년 때의 담임이었던 나를 가장 사랑하고 존경한답니다.

나는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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